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냉장고 안에서 오랫동안 잊혀서 썩어문드러져 가는 과일 한알을 발견하고 이런 소설을 써내다니..

대부분의 누군가에게는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고 말았을 파과에 저자는 상상력을 더하고 살을 덧붙여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아, 이러니 소설은 아무나 쓰는게 아닌가보다. 구병모님의 이름은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고의는 아니지만 등의 작품으로 들어봤지만 사실 아직 읽어보질 못해 더 읽고 싶은 작가였다.

 

책을 읽다보면 한 작가의 책들이 대부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험할때가 많다. 쓰는 작품마다 새롭다면 정말 신인을 만난양 새로움을 겪기 마련인데 난 이 작가의 책이 이 책 하나라 잘 모르겠지만 추천사를 써준 권여선 소설가님에 의하면  늘 자기복제가 없는 신인같은 작가라 무섭다 하였다. 이 책과 전혀 다를 다른 책들도 그래서 더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제목과 작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색다른 책. 파과라는 제목이 어떤 소재를 다룰지 몰랐지만 뭔가 좀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이 다뤄질 것 같은 예감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은 곧 충격으로 이어진다.

 

65세의 할머니 킬러라니.

주인공 자체가 파격이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도 않다.

어떻게 이런 줄거리를 생각해낼수 있는지..

 

주인공은 한창 때는 손톱, 그리고 지금은 조각으로 불리운다. 실명은 알 수 없다. 예명으로도 충분히 이야기 흐름을 끊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많고 많은 자식 중 둘째로 태어나 당숙 집에 식모살이로 들어가게 되었다.

1남 1녀만 두고 부유하게 살고 있는 당숙네를 보며 소녀는 무척이나 부럽고 부러웠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패물을 훔쳤다는 누명으로 당숙네에서 쫓겨나게 된 소녀는 더이상 돌아갈 집도 없는 상태에서 (어디로 이사들을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류를 만나게 되었다.

 

류의 본업을 배우고, 류를 따라 일을 하게 된 조각.

류의 실제 일을 모르고 그저 보필하는 아내로 살아가다 목숨을 잃은 조와 돌된 아기

조각 또한 열달간 품은 자식이 있었으나 자신의 일이 그러하다보니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해외입양을 보내버린채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지켜야할 것을 남기면 안되는 그들의 룰.

이미 류를 보고 경험하지 않았던가.

 

홀몸의 킬러.

나이든 그녀가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녀는 자신이 배운 그 일을 더이상 할수 없을때까지는 하고 싶었다.

그런 그녀에게 같은 방역업체의 직원 투우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온다. 나이도 한참 어린 녀석이 왜 자꾸 그녀를 걸고 넘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녀의 나이로 인한 실수에서부터 걸고 넘어가는 그의 태도를 보면, 정말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 살금 살금 부아가 돋기 시작하는 조각.

 

지키고 싶은게 없었던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가던 그녀에게

소중한 것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도 아니다. 그냥 그 따뜻함, 그의 모든 것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들어왔을 뿐이었다. 다만 그녀가 눈으로 바라봤던 그 심장을 다른 이도 알아챘다는게 문제일뿐.

 

어느새 문득 갑자기 알아버린다는 그 나이듦.

나이듦에 대해 노쇠에 대해 작가가 피력하는 방식은 너무나 색달랐다.

그저 젊디 젊은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 그 시기를 어떻게 이렇게 글로써 표현해낼 수 있었을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질 않았다.

 

이 소설이 재미있냐고?

끝을 보지 않는한 내려놓기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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