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나쁜 고양이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1
야마다 무라사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소설로 치자면 단편 소설 모음집 같은 책이다.

고양이에 대한 만화를 다루고 있는데 같은 고양이의 연이은 이야기가 아닌 각기 다른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북스토리 아트 코믹스 시리즈 중 첫 권인데, 만화는 만화이되, 가치있고 의미있는 국내외 작품성이 뛰어난 예술만화들을 엄선하여 소개하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라 한다. 다음 출간 예정작으로 사사미 카미의 해변의 거리, 빈슐뤼스의 피노키오 등 기대되는 책들이 포진하고 있어 더욱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야마다 무라사키

그녀의 책을 난 이번 책으로 처음 접하였다.

독특한 터치와 마음의 심연을 그려내는 작품으로 시단과 가단을 비롯해 사회학 연구자들 사이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와 에세이로도 정평이 났고 언어와 회화적 감각의 융합은 이후의 여성 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여류 만화가의 선구자로 높이 평가받는다. -작가 소개중



빛나지 않으면 거들떠보지 않는 너는 바보

또다시 세상으로 내던져지면 어쩌나, 어떻게 하나.



울고 웃고 사유하고 판단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특히 여자의 마음속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그려냈다. -번역가 김난주






읽으면 금방 읽히고, 그런데 또다시 들춰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고.

한권의 책을 연달아 두번쯤 반복해 읽었다. 글과 그림이 많지 않아 다시 훑어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적인 언어유희를 하는 작가라는 말이 있는 만화가라 그런지 일반 만화처럼 뭐랄까

그냥 가벼운 느낌만 남고, 기억에 남지 않는 그런 책이 아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만화였다.

예술 만화라고 해서 복잡하거나 어렵지도 않고, 여성과 닮은 고양이,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이렇게 잘 담아낼 수 있구나 싶었다.



그 어떤 생각보다도 지금 나는 엄마이기에 엄마 고양이들의 사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사랑을 하고 사랑에 빠지고 또 사랑을 벗어난 이들에게는 또다른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겠지.



아기 고양이들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 고양이에게 지나가던 고양이가 말을 건넨다.

새끼들이 사랑스럽겠다고.

그런데 엄마의 대답이 참 의외다.

그런건 생각해본적 없는데.

그러니 말을 걸은 고양이가 그럼 생각하지 않고 느끼는건가? 하고 물으니

넌 새끼 낳아본적 있니? 하고 어미 고양이가 묻는다.




난 말이지.

새끼를 낳을때

엄마인 나도 같이 낳았어



새끼를 키우면서

엄마인 나도

키우고 있지



그게 보통일이 아니어서



새끼가

사랑스러운지

어떤지

돌아볼

틈이 없어



엄마인 나를 낳고서

처음 맞은 겨울



첫눈이.



흩날리는 흙먼지를 만나

탄 자국처럼 점점이



사방이 갑자기 고요해지고



가슴 속도

고요해지면서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렇게 생각했더니

불현듯 감격이 북받쳐 올라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고



끝내는 눈이 왔다고 울었죠.





엄마의 마음이라.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누구나가 그렇게 하고 있는거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정말 그게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모성이란 정말 대단해. 하고 엄마의 모성을 느끼고 책에서 읽고, 교훈을 얻고 하는 것과는 정말 또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겪어보지 않고, 그냥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또다른 어미 고양이의 경우에는 좀더 날카롭다고 해야하나? 이기적이라고 해야하나.

아직 이빨도 나지 않은 어린 아기 고양이를 엄마 고양이가 매섭게 혼을 낸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고양이가 나무라니..

엄마 고양이가 말을 한다.




화가 나면 화를내는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어

할수있는것

해야하는것

하나도 없어

내가 그냥 건강하게 존재해주는 것뿐



지금 이것도 내 인생이야

이렇게 엄마가 되었는데 내가 원하는 엄마로 살거야

그러다보면 굳이 애쓰지않아도 엄마인 날이 오겠지



지금 그들은 나를 가장 좋아하고 나를 늘 보고 있어

밀쳐내고 도망쳐도 따라와

아하하 좋아라

이렇게 좋은걸



난 엄마야.



어린 조카의 눈이 오로지 엄마에게만 향해 있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 방글방글 혼자서도 잘 놀고, 엄마가 잠시만 안보여도 불안해하며 울고 엄마를 찾는다.

그냥 엄마 옷을 꽉 붙잡고 고작 6개월된 아기가 엉덩이를 바짝 쳐들고 엄마에게 뒤뚱뒤뚱 기어간다.



우리 아기도 그렇게 커왔지만, 새삼스럽다.

지금도 울 아들은 엄마를 그렇게 좋아한다. 그게 마냥 좋았다 힘든 때도 많았지만 아기가 나를 찾아주는게 좋다.

아직 많은 것이 낯설고 어색한 초보티를 못 벗은 엄마지만 그래도 아기 앞에선 엄마로 당당하고 싶다.

엄마인채 태어나질 않고, 고양이가 말하듯, 아기를 낳으며 동시에 엄마가 되었으면서 아직 완전한 엄마가 되질 않아서 엄마인 나도 동시에 키우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운 삶

그전까지는 내 한 몸 보살피면 되는 거였지만, 아기가 자랄때까지 그 옛날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해주셨듯 이젠 내 손길로 내 아기를 돌봐야한다. 그게 어찌나 어색하고 이상했는지..



당연한거라 생각하면서도 머리와 몸은 따로 놀았다.



고양이를 통해 야마다 무라사키는 그렇게 여성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책 참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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