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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 프랑수아즈 사강의 환각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베르나르 뷔페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프랑수아즈 사강의 이야기를 전부는 아니지만 몇편 정도 읽어보았는데, 참으로 자기 색채가 강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애도 강하고, 자기 주장도 강하고, "자기"가 강해 굳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
그녀의 이번 책 독약은 심각한 교통사고를 겪은 후유증으로 극심한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대용량 모르핀을 매일 투여받은 후, 마약 중독 증세로 석달간 약물 중독 치료를 받으면서 적었던 그녀의 일기를 담아낸 책이다. 일기와 함께 들어간 삽화는 사강의 글과 너무 잘 어울려서 직접 그린것인가했는데 베르나르 뷔페라는 샤갈, 피카소, 달리와 20세기 화단을 이끈 대표 화가의 작품이란다.
검은 표지의 별책에는 따로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만 묶어서 실어놓았다. 그림에만 집중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약물 중독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 그녀의 인생에서 마약과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된 사강.
그녀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마약과의 조우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수술 등을 하면서 극심한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실 마약성 진통제만큼 강력한 효과가 있는 처방약은 드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약의 위험성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받는 것 자체를 꺼려하기도 한다. 혹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마약사범처럼 나 또한 중독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크나큰 염려로 인해 말이다. 사실 치료할 목적으로의 마약은 중독될만큼 사용하는 양이 아니라 알고 있었는데 사강이 그 치료 과정에서 중독이 시작되었다 하니 조금 충격적이기도 하였다.
극심한 고통.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앰플의 투여로 감소되는 통증, 그리고 함께 찾아오는 두려움.
고통없는 인공낙원, 나는 당신을 더이상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피피나 펠릭스가 익숙한 동작으로 파란 글씨가 쓰인 작은 앰풀의 목을 따는 모습을 더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아주 얌전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작은 앰풀들. 36p
마약을 줄여가며 치료받고, 책을 읽고, 시시때때로 일기와 같은 글을 쓰고,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추억한다.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고, 삶을 되돌아보고.. 그리고 앰풀로 인한 쾌락과 고통없는 삶, 그리고 앞으로 앰풀이 없을 그 두려움을 떠올린다.
사강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얼만큼이나 이해했을까.
소설이 아닌바에야 그녀의 프랑스인다운 감성을 이해하기란 사실 좀 버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
다만 그 어떤 순간에도 글이 멈춰지지 않는 그녀의 열정은 정말 높이 사고 싶다.
또한 독약, 마약에 대한 두려움을 그녀의 글을 통해 대신 느껴본 느낌 또한 들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마냥 두렵기만 한 그 마약에 대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