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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읽고 길리언 플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좀 몰입이 힘들다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신선한 느낌, 아니 다소 충격적인 그런 느낌에 이런 책을 쓸수 있는 사람이라니, 다른 책들도 기대를 하고 읽어봐도 괜찮겠다 싶었기때문이었다. 이후로는 길리언 플린이라는 이름 자체에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연이어 읽게된 다크 플레이스.
소재는 참으로 우울하고 슬프다. 감히 누군가의 참사를 가리켜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가족의 대참사, 살아남은건 일곱살 막내 꼬마 리비 뿐이었다.
리비의 가족이었던 엄마와 두 언니가 총에 맞고 목이 졸리고, 난자 당한채 죽음을 맞이하였다.
가장 잔인한 것은 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오빠 벤이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지목한 사람은 바로 꼬마 리비였고.
가족에 의한 가족살인을, 또다른 가족이 증인으로 보고하다. 이렇게 끔찍하고도 아이러니한 사건이 다 있을까.
오빠는 25년째 수감중이고, 소녀는 이제 어른이 되었으나 홀로 일을 해볼 생각도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생각도 못한다.
그전에는 그녀의 일을 끔찍히 여기는 사람들의 기부금으로만 살아왔다. 가족의 죽음을 스토리화해서 기부금으로 살아온 것이다.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살인사건의 끔찍함도 그렇지만, 자신의 힘을 들이지 않고 가족의 죽음을 돈으로 만들어 살아내겠다는 리비가 더욱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 소녀가 참으로 추악하게 느껴졌다.
사건의 잔인한 트라우마에 더이상 일할 힘이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당사자가 아니니 무어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끝없이 거기에 매달려 어린 소녀로만, 희생 당한 소녀로만, 모든 걸 내게 주어져야하는 기부금으로 당연시하는 여자의 태도가 처음에는 무척이나 역겨웠다.
다크 플레이스는 사실 소녀가 기억하기 두려워하는 그때 그 끔찍한 어두운 과거를 말한다.
그 사실을 평생 담고 살면서, 사실 그러면서도 잊어야 하고 또 잊혀지지 않는 그 과정 속에 어쩌면 미쳐버리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어찌 됐건 죽은 사람들에게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리비의 가족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그런 이야기들이 아닐수 없었다.
기부금이 똑 떨어져서 더이상 생계유지가 곤란했던 리비
그녀에게 아주 이상한 그룹의 제의가 들어온다. 킬클럽이라는 이름의 그 그룹은 자칭 추리를 좋아하는 아마추어들의 모임으로 여러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추리를 하고, 그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혹은 장난을 섞어 관심을 갖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킬클럽의 라일이 그녀에게 사건추리에 도움이 될만한 단서등을 돈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의를 하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오빠 벤이 무죄(대부분의 사람들이 리비의 증언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였다.)라는 것을 증명할 단서를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였다.
리비는 자기가 보고 들은, 사실은 들은 내용이 절대적으로 맞을거라 확신하였다. 그렇지 않다면 왜 오빠가 25년동안이나 항소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대로 감옥에서 썩고 있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 심지어 처음에 리비가 맞다고 책을 썼던 사람마저도 벤의 무죄에 대해 확신하기 시작하였다. 어린 소녀의 증언으로 25년째 존속 살인범으로 형을 살고 있는 오빠가 무죄일까. 분명 죽은 사람은 있고 그 과정을 들은 목격자도 있는 상황에서 어디까지나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이란 말인가.
소녀는 그렇게 다소 생뚱맞게 라일과 함께 사건을 과거로 역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묻어뒀던 어두웠던 그 다크 플레이스의 세계로 말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한 사람만이 아닌 아주 여러 사람의, 적어도 내게는 리비 가족의 세사람의 판단이 모두 다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오빠, 리비, 그리고 엄마까지..)이 낳은 파장은 너무나 컸다.그리고 다시 생각하기 끔찍할 정도로 너무나 잔인하였다.
슬프고 슬픈 리비네 가족의 이야기. 다크 플레이스가 들춰낸 진실로 알수 있는 것은 진실이란 참으로 파묻히기 쉬운, 오해하기 쉬운데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