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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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이제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어느 정도 감이 오는 것 같다. 기대감이랄까.

사실 이번 책의 소재는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니 읽기만 해도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어서는 안될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다루고 싶었다는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책을 읽어내리게 되었다. 게다가 너무나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기도 하였다. 새벽녘의 잠을 다 날려버릴 정도로 몰두해 읽을 책이었다.



타우누스 시리즈는 피아와 보덴하우스 두 형사 콤비의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이번 책에서는 보덴하우스의 역할은 미미했고, 주로 피아의 맹활약으로 사건이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여러 개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 대부분 미궁에 쌓여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채, 헷갈리는 사건들이 자꾸만 일어난다.

한때 잘 나가는 변호사였으나 아동 성폭행범으로 몰려 일순간에 추락한 한 남자.

그는 거의 7년째 가장 막장 인생이라 할 수 있는 야영지에서 낡은 캠핑카를 빌려 살아가고 있다. 깨끗이 씻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준비해서, 그가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만난다.



피아 형사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뛰어가게 되었다.

너무나 만취한 학생들, 그리고 시체로 강가에서 떠오른 어린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신원불명의 여성.

형사팀은 이 사건을 인어공주 사건이라 부르며 추적해나가는데 쉽게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다만 9년전 그 사건과 무척 비슷하다는 이야기만 접할뿐.

읽는 내내 누가 범인일까를 추측해가며 반은 맞히기도 하고, 반은 틀려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저자가 장치해둔 덫에 적당히 걸려가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사실 아동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기는 하지만, 모르고 덮어두기보다 사람들이 알아야한다는 생각에 작가들이 까발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예전에도 몇번이나 미스터리 물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이었다.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일 수 있는지, 그 책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더더욱, 치가 떨리는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 인간이기를 거부한 늑대, 나쁜 늑대,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그런 늑대를 말이다.

빨간모자라는 아이들 동화를 이렇게 풀어놓으니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아이들의 동심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어른들에게 적합한 비유란 생각도 들었다.

재미나게 읽었으면서도 사건을 되돌리면 되돌릴수록 분통이 터지는건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엄마기에 이런 소재를 일어나게 만드는 그 짐승들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지나 보다.



엄청난 힘을 가진 세력들, 그들의 더럽고 추악한 행각이 사실 일개 형사들의 활약으로 벗겨질 수 있는 것인지, 물론 단순 형사가 아니라, 경사 이상의 계급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대단한 권력을 가진 이들은 아니기에, 그들이 해결하는 커다랗고 묵직한 이 사건들이 실제로도 이렇게 해결될 수 있는지 그 자체가 슬프게도 아이러니하였다. 정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밝혀져야 하는 문제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에 안대가 씌워진 것처럼 알고 있더라도 권력 앞에 돈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는게 아닌지..

경찰들의 위계질서라고 해도 그럴거라 생각되어 씁쓸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재미나게 느껴졌는지도.

당연히 해결되어야 할 일들이 실제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묻히는 경우가 많기에.

서민들이 바라는대로 공정하게 밝혀지고, 아무리 거물급들이라도 잘못은 제대로 가려지는 시원한 처사가 타우누스 시리즈의 인기몰이를 하는 비결이고, 사람들의 크나큰 대리만족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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