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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평점 :

<제노사이드> <13 계단> 으로 유명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 KN의 비극을 읽었다.
어떤 내용인지 미리 찾아보지도 않고, 제노사이드 작가의 책이라는데 급급해서 이 책은 꼭 읽어야해~ 라고 생각을 하였다.
대박 베스트셀러의 성공으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급 맨션을 선물해준 슈헤이는 안정된 수입이 아닌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을 잊었기에 이후의 대출금 상환에 압박을 받는다. 베스트셀러의 20만부 판매 돌파 축하 파티의 여흥으로 아내와의 잠자리 이후, 아기가 생긴것을 알고 슈헤이는 잠시 고민했으나 새집을 포기하지 않고, 아기를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아기는 다음에,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때 가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빠와 엄마는 사실 좀 다르다. 엄마는 직접 임신을 하고 뱃속에 생명을 갖게 되므로 모성애라는 것을 갖게 된다.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가나미는 남편의 그런 반응을 예상했으면서도 그래도, 아이를 낳자고 말해주길 간절히 바랬다. 그 아이를 지키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고 남편의 뜻을 존중해주는 소극적 여성이었기에 내키지 않는 중절 수술에 동의하게 되었다.
아내는 백화점에서 낯익은 어느 임산부를 본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남편은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다가 "내가 누군지 알아?" 라는 무시무시한 목소리와 쾅쾅거리는 소리를 듣고서 공포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날부터 악몽은 시작되었달까.
아기를 갖고 낳기 전까지만 해도 슈헤이처럼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 일찍 결혼했다거나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가족계획을 뒤로 미루거나 하지 않았기에 생기는대로 얼른 낳자라는 주의였지만, 많은 경우, 아이 갖는게 어렵지 않다라는 의식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지금의 일과 승진이라거나 다른 사정 등에 미뤄져서 아이 갖기를 미루는, (생긴 아이를 지운 것은 사실 좀 못할 행동이긴 하지만)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따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아니 처음엔 생겼던 아이라도 이후에 쉽게 생기지 않는 경우가 제법 많다.
아이를 수입도 안정적이고, 상황여건이 적절할때 딱 계획해서 낳으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딱 그렇게 흘러가는 것만도 아니다.
이 책의 또다른 등장인물인 도다 마이코는 바로 그런 희생양이 되었다. 아기를 낳고 싶지만 생기질 않고, 시어머니의 압박으로 도다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고 결국 자살시도를 하는등 극한에 내몰린다.
어찌됐건 책에서 슈헤이는 아이와 새집 중에 새집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결론은 아내 가나미에게 닥쳐오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기를 원하는 두명의, 아니 세명의 여성.
같이 아기를 만들어 놓고서 (아니 남성들에게는 그 과정이 단지 욕구 충족이었던 걸까. 왜 그 결과 아기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지.. 슈헤이는 심지어 피임을 하지 않은 가나미 스스로의 잘못이 있다는 생각마저도 하였었다.) 발뺌하려 하는 남성들.
아내가 무서워졌을 슈헤이의 상황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었지만 의사인 이소가이는 그런 슈헤이를 적절한 말로 되돌려놓았다. 아무리 좋아했던 사람도 쉽게 내칠 수 있을, 물론 쉬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같이 가주고 지켜줘야할 사람임에도 자기 혼자 몸을 빼겠다 하는 무책임에는 정말 소름이 돋기도 하였다.
일요일 대낮에 몰두해 읽은 책이라 읽을 당시에는 그렇게 많이 무섭다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여고 괴담들이 사실 당시엔 별로 안 무섭다가도 사소한 일상의 일들이기에 혼자 머리 감을 때라거나 혼자 밤늦도록 깨어있을때 곰곰히 생각해보면 (생각을 안하면 될것인데, 난 꼭 생각이 난다.) 갑자기 꺅! 소리를 지르며 나타나는 귀신의공포보다도 더 무섭게 다가올때가 많이 있었다.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 머리를 감을때 누가 같이 감고 있는 듯한 그 느낌 등이 공포로 살아난달까. 이 책의 공포가 그런 느낌이었다. 엄청나게 잔인하고 뭐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냥 어두운데 눈감고 있으면 그대로 생생히 되살아날것같은 느낌.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읽고 극한의 감동을 받아서 바로 13계단을 구입해버렸는데 몇달이 지나도록 못 읽고 모셔놨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이라면 이제 믿고 읽어도 될 것 같다.
이 책에 대해선 여러의견이 분분하지만 제노사이드 만큼의 커다란 충격은 없어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은 작품이었노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