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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사는 키 작은 할머니 ㅣ 피리 부는 카멜레온 113
샤를로트 벨리에르 글, 이안 드 해스 그림, 조정훈 옮김 / 키즈엠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 그림책을 꽤 많이 섭렵해봤다 생각해왔는데 요즘 들어 키즈엠이라는 출판사의 그림책들이 눈에 쏙 들어오네요. 아이 눈에도 재미난 그림들이 많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감동적인 책들이 제법 있더라구요.
1층에 사는 키작은 할머니는 어른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횡단보도 길 건너는거, 잘 하시나요?
저 어렸을 적에는 아니 한참 젊었을때라고 해야하나? 뭣 모를 적에는 정말 젊은 혈기로 무단횡단도 겁없이 해본 적 있고 뛰어가면 괜찮을 거라 착각하고 그렇게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아기 갖고 낳고, 요즘에는 바로 집앞 횡단보도를 신호등에 맞게 건너도 무서울 때가 많아요.
횡단보도 위에서는 아니지만 가족 한분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크게 고생하신 적이 있어서 그걸 옆에서 지켜보니, 교통사고라는게 남의 일만이 아니고 일어나게 되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거든요. 자동차가 나만 피해갈거라는 착각, 난 아니라 생각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안심하고 다녔던 건 아닐까요?
이 책의 주인공 키작은 할머니에게는 더욱 횡단보도의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이 무섭기만 합니다.
키작은 할머니의 걸음 자체만으로도 우선 느려서 걱정이었을테구요. 어린아이처럼 차에서 보이지 않을까봐도 무서우셨을거예요.
어쨌거나 할머니는 혼자였다라는 사실이 가장 큰 고독으로 와닿으셨겠죠.
장을 보러 길을 건너야하는데 할머니는 늘 길을 건너기가 무서웠어요.
그래서 모르는 이들이라도 옆에 있으면 슬며시 손을 잡아 같이 건너곤 하였죠.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이상해하다가도 이내 할머니의 마음을 알아채곤 같이 부드럽게 건너가 주었구요.
딱 한번 사회 봉사활동 자료를 옆에 낀 양복쟁이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양복쟁이의 가시돋힌 한마디에 할머니는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아버리고 말았어요.
그냥 그대로 석고 같은 동상이 되고 말았답니다.
어떻게 말 한마디에 그럴 수 있냐구요?
아니오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사람들의 말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깊이 박히기도 하고, 현대의학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고치는 것 또한 사람의 말이 될 수 있답니다. 이 책에서는 그 모든 것을 다 만나게 되었어요.
할머니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민들이 할머니를 알아보고 모셔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머니를 낫게 할지 몰라
우선 의사선생님부터 불러옵니다. 마음의 상처라는 것까지만 알아내고, 손쓸 도리가 없다고 물러나고 말았지요.
사실 현대의학으로 고칠수 있는 것도 많지만 고칠수 없는것이 생각보다 너무나 많아요
아파트에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 여러 사람들이 다가와 할머니를 낫게 해드리려 하지만 동상이 되어버린 할머니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아파트의 괴짜 아가씨가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달려와 이야기해줍니다.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은 비로소 할머니가 왜 굳어버렸는지를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말씀드려요 아이들의 그 따뜻한 마음의 온정으로 할머니는 비로소 풀려나게 되지요.
자신에게 꽂혔던 비수, 그 날카로운 비수를 뽑아내고 사르르 녹게 됩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였어요.
작고 왜소한 할머니, 그런 할머니에게 필요했던건 대단한게 아니었는데, 거기까지 들여다봐줄 사람들이 부족했던 것이지요.
할머니가 내민 손길을 매몰차게 외면해버린 그가 바로 우리의 또다른 모습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사랑은 아주 작은것에서부터 시작됨을 배울 수 있는 "동.화"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