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울음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누마타 마호카루의 책은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 전개에, 너무나 놀랐던 작품이었다.

'이야미스'의 선두주자라는 누마타 마호카루

이야미스는 '싫다'는 뜻의 일본어 '이야'와 미스터리를 합성한 신조어로 누마타 마호카루와 미나토 가나에를 그 대표 작가로 꼽고 있다. 다 읽고 난 뒤에 찜찜한 뒷맛이 남는다는 이상한 특징을 가진 장르로 가면을 쓰고 사는 현대인들 내면의 추악함을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242p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은, 이야미스 장르의 이름조차 몰랐지만 그런 장르가 있다면 정말 그야말로 딱 맞는 이야기겠다 싶었다. 바보 같은 사랑에 속이 터질뻔하였다. 그토록이나 이기적이고 못되먹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추악해보이고 지저분해 보인 그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의 역설이었던, 작가의 참신한 시도 자체로 정말 복잡 다단한 심경을 갖게 만들었던 묘한 필력이었다.

 

그런 작가의 두번째로 읽은 이 작품은 미스터리가 아닌 일반 장르, 거기에 주인공이 바로 고양이 몽이다. 몽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이야기는 총 세편으로 진행이 되었다.

몽이 아기이던 시절, 그리고 몽의 청년기쯤 되는 눈부신 시절,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 몽의 이야기, 이렇게 세편의 이야기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17년만에 어렵게 정말 어렵게 가졌던 아기를 잃게 된 노부에, 자신의 뱃속의 새생명을 잃고 그녀는 더이상 아기 아닌 다른 생명을 집안에 들일 생각을 못하게 되었다. 하필 이럴때 끈질기게 그녀의 집안에 들어오려 하는 새끼 고양이, 다치고 배고픈 그 작은 존재를 그녀는 정말 매정할정도로 끔찍하게 떼어내 다시 내다 버리고 또 내다 버리고를 반복한다. 읽는 독자들이 불편해질 정도로, 그녀는 이별을 맞이한다.

 

"어서 가!"

비틀비틀 일어선 고양이는 머리를 흔들고, 노부에에게 엉덩이를 보이고는 빼곡한 나무들 속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가라니까!"

'나는 이렇게 배속에 있던 아이의 장례를 지내는 것이다.' 느닷없이 그런 생각이들었다. 하나의 생명을, 이번에야말로 스스로의 의지로 보낸다. 눈을 똑바로 뜬채 보내고, 떠나가는 모습을 분명히 기억에 담는다. 이것은 장례식. 비로 충만한 숲속의 수장이다.

형태를 갖지 못한 갓난아기, 빠져버린 기억, 그 전부를 저 새끼 고양이에게 의탁한다. 35.36p

 

노부에의 마음을 아는 남편 도지는 잃어버린 아기를 생각하며 고양이를 내다버리는 노부에를 말리지 못했다가, 어느 여자아이가 와서, 이집에서 고양이를 키워줄것같아 일부러 갖다놨다는 말에 노부에가 버리고 온 고양이를 찾아나서게 되었다. 그렇게 이 집안의 식구로 받아들여진 몽이, 몽이를 데리고 온 여자아이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희한했지만 한번 마음을 연 노부에와 도지는 아이가 없는 집에서 고양이 몽에게 온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키우게 되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몽이 성장하고 난 이후의 이야기였다.

사실 몽은 얼굴에 반점이 있어 그리 귀여운 얼굴은 아니었지만, 갈수록 덩치는 무척이나 커지고, 꽤나 용맹스럽게 커 갔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몽은 주로 등장하지는 않고, 유키오라는 남학생이 등장한다.

어머니는 안계시고 아버지와만 살고 있는 유키오.

아버지는 매일 돈 800엔만 준채, 제대로 된 유키오의 양육을 하지 않고, 유키오는 점점 절망이라는 블랙홀의 나락으로 빠져들어간다.

첫편의 이야기에서 노부에가 아기를 잃고 난 후에 세상의 모든 사랑스러운 존재들, 특히나 어린 아이와 같은 그런 존재를 거부할 정도가 되었다한다면, 유키오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인다. 사랑스러운 존재, 어린 아이건 어린 펭귄이건, 사랑스러운 그 존재 자체를 거부하고 싶고 부숴뜨리고픈 비뚫어진 모습을 보인다. 스스로 살인자가 되고자 하는 유희와 쾌락을 느낀다.

 

아이 엄마로써 이런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랐다.

언젠가 인터넷 뉴스에도 나왔듯, 멀쩡한 대여섯살 남자아이를 심하게 넘어뜨리고서 깔깔대고 웃고 도망가는 여학생들의 cctv 장면을 보고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었다. 정신 나간 것들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심하게 비뚫어져가는 유키오를 보자 덜컥 겁이 났다.

멀쩡한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구나, 정말 내 아이는 내가 조심시켜야겠다 하는 생각이 새록새록.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유키오는 아주 우연한 일을 계기로, 펭귄은 아니고 펭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와 그리고 몽의 이야기를 계기로 나락에서 조금씩 구원이 된다.

 

 그리고 세번째 이야기가 바로 몽과 도지의 이별 이야기였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니 이미 가족처럼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든 이별의 순간, 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었다. 놓아줄수 없는 도지와 그런 도지를 준비시키는 듯한 몽의 이야기.

말을 할 순 없지만 꼬리로 탁탁 바닥을 살짝 치면서 알아들었다는 의사표현은 정확히 했던 바로 그 몽의 이야기를 말이다.

 

 미스터리는 아니고 일반 소설이었는데, 한마리 고양이의 일생과 함께 그 고양이의 존재 자체로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눈물이 철철 흐를 정도의 내용은 아니었고, 가운데 이야기만 제외하고서는 참을성 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스토리였다.

확실히 누마타 마호카루의 세상을 보는 시선은 독특한 것 같다.

그의 소설 중 거의 장르적 완성을 보였다 하는 유리 고코로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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