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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플렉, 운명의 남자아이를 만나다 ㅣ 소담 팝스 5
에바 이봇슨 지음, 유예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일요일 아침 기분 좋은 동화를 한 편 읽었다.
동물을 소재로 한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 책은 뭐랄까 더욱 따뜻한 우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랄까?
주인공 플렉과 할의 관계는 소울 메이트와 같은 그런 운명적인 관계였다.
엄청나게 부자인 할의 집에는 늘상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다니느라 얼굴을 보기 힘든 아빠, 쇼핑을 다니고 친구와 만나는것을 좋아하고, 살아있는 것은 모조리 싫어하는 (심지어 꽃조차도) 엄마, 그리고 할, 이렇게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할은 이번 열살 생일에 언제나처럼 가장 갖고 싶은 살아있는 강아지를 선물해달라고, 부모님께 조르고 부탁했지만 엄마는 끝끝내 외면하고
비싼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최고가의 선물들로만 할의 비위를 맞추려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네가 모자란게 뭐가 있니? 우린 네게 모든 걸 다 해주었다. 라는게 할의 부모님의 논리였다. 할은 값비싼 것들이 필요한게 아니었다. 단 하나의 친구, 강아지가 필요했을뿐.
할의 엄마는 사람이 강아지 분장을 하고 온 이벤트를 꾸몄다가 할의 분노를 샀고, 아빠는 강아지 임시 대여 이지펫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관심은 일시적인 것이니 (이 얼마나 아이들을 무시한 처사인지) 며칠만 데리고 놀아도 금새 싫증을 낼거라면서 말이다.
이지펫은 강아지들의 마음은 전혀 존중해주지 않고, 다만 비싼 혈통의 강아지를 데려다 꾸미고 가꾸어서 싫증을 잘 내는 사람들에게 목적성을 위해 한두시간씩 혹은 며칠씩 아주 비싼 가격에 대여되는 그런 업소였다. 사장 부부는 엄청나게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웠으나 청소하고 강아지들을 돌보는 케일리는 가난하지만 진심으로 강아지들을 사랑하는 소녀였다. 어느날 케일리가 집 잃은 잡종 강아지 한마리를 몰래 고급 혈통 강아지라고 속이고 이지펫에서 키워보려했지만, 아무도 그 강아지 플렉을 대여해가는 사람이 없었고 이기적인 사장은 강아지를 보호소로 보내려 하였다.
그런데 할이 아버지가 강아지를 대여가 아닌 정말로 만나게 해주는 줄 알고 찾은 이지펫에서, 보호소로 끌려갔다 운좋게 되돌아온 플렉과 만나게 된 것이었다. 둘은 첫 눈에 반한거나 다름없었고 그야말로 한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할이 그토록 플렉을 좋아했음에도 엄마는 할이 없는 새에 플렉을 반납해버렸고, 할과 헤어진 플렉, 플렉과 헤어진 할의 우울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한번 더 누군가에게 대여가 되었던 플렉이 할을 만나 레스토랑에서 일대 소란이 벌어지자 이지펫 사장은 플렉에게 주사를 놓아 의식을 잃게 만들었고, 할 역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부모 뜻대로 기숙학교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 플렉과 함께 자기의 안식처인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가기로 한 것이었다.
강아지와 함께 하는 모험 등에 대한 이야기는 동화, 아동 영화 등 여러편에서 만나봤지만 할과 플렉의 이야기는 뭐랄까.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한 장면 없이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플렉과 할의 단둘의 여행이 될 줄 알았던 모험기는 플렉과 잠시 한 방을 썼던 네마리 강아지들까지 더해져 할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온실 속의 화초같은 할과 달리 케일리의 여동생이자 정의감에 불타는 피파의 강인함이 더해져 그들의 모험은 점차 구체화되어갔다.
강아지들의 특성에 맞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집들을 만나가는 과정, 그리고 플렉이 할과 함께 자신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줄 할의 할머니댁에 도착한 이야기 등등.
아이들이 필요한 것은 돈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고, 아이의 생각 등을 엄마의 기준으로 무시할 수 있다 착각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물질 만능주의에 휩싸여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못 보고 사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싶다.
또 아이가 무리한 것이 아닌, 진심으로 만나고 싶었던 정과 생명이 있는 강아지 친구를 만나 평생을 함께 할 각오를 하는 그런 모습들이 정말 신선해보였다. 동심,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그런 따뜻함이 가득한 동화여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