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꽤나 두꺼운 소설이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 내가 읽은 시간은 너무 오래 걸렸다.

사실 한번 몰입하기시작하면 금새 하루만에 읽어내릴만큼의 흡입력이 있는 책이었는데, 이상하게 중간중간 계속 흐름이 끊길 일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책의 이전 내용이 금새 되살아나고, 또 다시금 쉽게 몰두하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는 책이기도 하였다.

어메이징 에이미.

그녀는 남다르다. 알파걸이라고 해야하나? 모두가 부러워하는 금발머리 아름다운 외모에 머리도 뛰어나고, 행복해 마지않는 부모님을 두었다. 게다가, 부모님이 그녀를 주인공으로 해서 쓴 소설 어메이징 에이미의 성공으로 그녀 가족은 부의 대명사처럼 행복하게 살았다.

아무리 잘 나가는 소설도 사실 시리즈가 지속되다 보면 그 끝이 있기 마련. 어메이징 에이미도 오랜 세월이 흐르자 더이상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 사실을 잊고 언제나처럼 여유를 부리고 살던 부모님은 딸의 신탁 기금을 빌려 쓸 정도로 빚에 허덕이게 되었고, 딸 역시 돈 한푼 없는 가난뱅이 신세를 절감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다 가졌던 아내.

그리고 그런 아내와 너무나 잘 어울렸던 기자 출신의 핸섬한 닉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처음에 그는 무척이나 자상한듯 하였고, 아내에게도 헌신적으로 보였다. 아내와의 결혼기념일 5주년 되는날, 사랑하는(?) 아내가 사라졌다. 너무나 우아하고 기품있는 그의 아내.

신랑은 아내의 실종이 의아스럽기만 한데, 아내는 여느해처럼 보물찾기같은 공식으로 남편에게 무언가 실마리를 남겨놓았다.

바.로. 남편이 가해자. 아내를 살해한 가해자라는 증거들을 스스로 발견하게 말이다.

모두가 부러워할만큼 찰떡궁합이던 커플.

무엇부터 이렇게 삐걱이기 시작한걸까.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다. 결혼하고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봤지만, 이 소설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게다가 닉과 에이미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흘러나오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굳어진다. 중간중간 아..그래서 그런 것일까? 하고 공감하다가도 다시금 놀랄만큼의 치밀한 복수와 집착에 치를 떨게 만들기도 한다.

아버지의 입을 빌어, 혹은 닉 자신의 입을 빌어 중간중간 등장하는 @@@하는 욕이 참 거슬리긴 했지만, 우아한듯 생활하는 그들의 실생활 그대로를 담아낸 말 같아서, 마치 호수 위를 헤엄치는 백조의 물 밑에서 엄청나게 자맥질을 해대는 발을 들여다보는 듯 하였다. 

알 것 같은데..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뒷통수를 얻어맞은 남편의 충격만으로도 부족하다.

범죄자들이 쉽게 발목을 잡히게 되는 데는 인내심이 부족하기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그랬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성녀의 구제를 읽으면서도 정말 그 놀라운 인내심에 놀라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보다 더 치밀한 대비가 나온다.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치밀한 대비.

온 세상이 다 내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는 사람

그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금 호감으로 바꿀수도 있는 대단한 사람.

그런 사람을 적으로 만든다면, 이 세상 살기 참 어렵겠다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