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1 - 부익부 빈익빈 뱅크 1
김탁환 지음 / 살림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예전보다 요즘 더욱 역사소설이 재미나지고 있다. 역사 드라마, 대하 드라마도 볼 수록 빠져드는 재미가 있듯, 소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역사 소설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허구가 가미되긴 하지만 역사적 배경, 시대적 상황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기에 색다른 재미가 있다. 게다가 김탁환님의 역사소설은 그 당시의 시대를 그려내면서도 치열한 현실은 마치 오늘날의 젊은이들의 모습과도 다를바 없어보여서, 시대를 뛰어넘는 모습에 크게 공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번 작품 뱅크는 겉으론 점잖아 보이지만, 이를 드러낼땐 정말 그 어떤 것보다도 무서운, 강력한 힘을 지닌 돈의 배경, 은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구한말 1876년 아홉살이었던 동갑내기 장철호, 최인향, 박진태, 이 세사람의 나이가 동갑인 것이 수차례 강조가 된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될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몰리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장철호는 능력있는 송상의 후계자로 어려서부터 셈법과 체력 단련 등을 훈련받아 송상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아가는 촉망받는 집의 아들이었다. 최인향은 양반 가문의 여식으로 딸아이에게도 두루 학문을 익히게 하려는 아버지를 둔 덕으로 남자들이 하는 공부는 물론, 일본 유학까지 다녀와 넓은 견문을 자랑할 똑똑한 신여성으로 자라난다. 박진태는 제물포 뱃사공의 아들이었는데, 어려서 그의 관상을 본 혜공 스님이 엄청난 돈을 만지고, 그 돈에 깔릴 운명이라고, 또한 못된 짓을 너무나 많이 하게 될 인물이라고, 그 악행을 누르기 위해서는 절에 의탁해 살아야한다는 불길한 예언을 들려주었다. 그렇지 않으려면 열살때까지 절대 새옷을 입지말고, 착한 아이들이 입던 헌옷만을 물려입고, 그 기를 눌러야한다고 처방까지 들었건만, 진태의 엄마는 사랑하는 아들이 헌옷만 입는게 속상해 아빠 몰래 새옷을 틈틈이 사 입혔다. 진태는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그 죽음의 배후인 권혁필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갈다가, 권혁필이 만난 철호의 아버지, 인향의 아버지를 보고 그들이 권혁필의 배후라고 오해를 하고, 모두에 대한 복수를 키워나가게 되었다.

 

부자로 잘 살다가 한순간의 불로 아버지를 비롯하여 전재산을 거의 날리다시피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장철호는 박진태와 15년후 부두에서 노동자로 만나게 되었다.

착하고 심성이 곧은 철호는 진태가 반가웠지만, 사실상 그 불을 일으켰던 진태는 미안해하기는 커녕, 자기아버지를 죽인 복수라고만 생각하고 철호를 이길 상대라고만 생각을 한다. 또한 그들 앞에 나타난 아리따운 최인향을 보고, 진태도 연모의 정을 품고, 철호는 양반과 상민의 처지니, 감히 짝이 될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

 

사실 그 무렵부터 일본의 제1은행이 우리나라에서 이미 활발히 활동을 하고있었다.

은행이라는 기관에 익숙하지 않았던 조선인들은 계약서 조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도장을 찍어 돈을 빌렸고, 그 돈을 제대로 반환하지 못하고, 재산을 압류당하는 사태가 속출하였다. 심지어 조선 역관 등의 이름을 빌어 제1은행이 조선인의 산을 헐값에 사서 그 산에서 나오는 금을 자기 나라로 송출하는 일도 발생하였다. (아직은 일제시대가 아닌 구한말의 이야기이다.)

은행의 일을 잘 몰랐던 철호와 진태를 데리고, 인향은 조선인들이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모습과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진태는 잘 모르고 당한 조선인의 잘못이라 하고, 철호는 일부분 은행의 잘못이 분명히 있다고 인정을 한다.

 

9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벼랑끝에 내몰렸던 진태가 있었는가 하면,1부에서는 그보다 더 잔혹하게 내동댕이쳐지는 철호의 이야기를 부각시키고 있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부자가 되리라 결심하는 진태와 착한 심성을 지녔으나 돈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가며 똑부러지게 자라다 꺾인 철호, 두 청년은 아마도 3권 말까지 끝없는 라이벌로 대립하게 될 것 같았다. 그 사이에 최인향이라는 여인이 엮여있을 테고, 비극의 희생양이 된 서운, 철호에게 도움을 준 아리 등의 여인들도 그들과의 관계를 삼각관계 이상으로 복잡하게 만들어갈 것 같았다.

 

앞 부분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지만 뒤로 갈수록 더욱 비극이면서도 흥미진진해졌다.

2부와 3부의 이야기가 몹시 기대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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