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 인형 ㅣ 상상 그림책 학교 7
줄리아 도널드슨 지음, 엄혜숙 옮김, 레베카 콥 그림 / 상상스쿨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종이인형이라.
지금 우리 아이가 레고를 모으고 수집하고 열광한다면, 아이 또래의 나이에 나는 종이인형을 사모으고 오리고, 갖고 노는데 열중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종이인형이 어떻게 나올까? 있기는 할까? 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적만 해도, 유아기때 모았던 그 종이인형들과 그림도 많이 다르고 가격도 많이 오른 종이인형을 문구사에서 보고 가격은 올랐는데, 그림은 예전만 못하다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엔 학교앞 문구사를 가본적이 없어서 종이인형이 나오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나무로 만든 자석 인형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 대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어릴적의 추억을 되새기며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니 아이 눈이 반짝거린다.
종이인형을 갖고 소녀는 꽤 남자아이 못지않게 활발하게 논다.
우리 아이도 레고 갖고서 뭐 잡아먹히거나 하는 그런 놀이를 좋아하곤 하는데, 이 책에서도 아이는 그렇게 잘 논다.
호랑이 덧신을 신고, 나비 머리핀을 잘 잃어버리는 여자 아이가 엄마와 함께 종이인형을 만들어 재미나게 노는 이야기부터 시작을 한다.
그런데, 내가 어릴적에 갖고 놀던 종이인형들과 다르다. 어릴적 내가 갖고 놀던 종이인형들은 하나하나 각각을 오려서, 옷이며 장신구까지 오려서 옷을 새로 갈아입히고 하는 그런 놀이를 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종이인형 다섯개를 줄을 붙여서 친구들이 손잡은 형태로 만들어 갖고 논다. 그리고 다섯 친구가 늘 붙어 다니기에 공룡도, 호랑이도, 심지어 악어도 아무도 종이인형들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소녀는 늘 그렇게 종이인형 다섯명을 데리고 다니며 행복하게 놀곤 하였다.
그런데 그 행복한 종이인형 다섯명
우리는 손을 꼭꼭 잡고 있어 절대 흩어지지 않아. 우리는 나리와 누리, 등 돌린 리리, 코가 둘인 코코, 리본을 맨 리코니까
즐겁게 노래하는 그들의 행복함에 시샘이 난 소년이 가위로 그만 종이인형들을 잘게 잘게 오려 영원히 없애버리고 말았다.
너희들은 이제 영원히 사라지는 거야.
어쩜 이렇게 심술궂을 수 있을까.
하지만 물리적으로는 사라졌을 종이인형 다섯명은 다시 조각들이 이어 붙여져서 종이인형이 되어서 소녀의 행복한 기억 속으로 날아간다.
그 안에서 아주아주 사랑스러운것들을 날마다 해마다 찾아낸다.
소녀의 기억속이라...무척 행복해보이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리고 여자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다시 엄마가 되어 자신의 딸과 함께 또 다섯명의 종이인형을 만들어 놀아주는 그런 엄마가 된다.
종이인형은 아니지만 레고 인형으로 이런 저런 놀이, 특히나 뭐 싸우고 그런 놀이를 좋아하는 아들을 둔 엄마인 나.
사실 어릴 적엔 별게 아닌것같은데도 뭔가를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노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는 정작 사랑하는 내 아이와 그렇게 놀아주질 않고 있다. 뭐가 문제지. 왜이리 무기력해진거지. 정말 중요한건 내 아이의 어릴적 지금 이 순간일텐데 말이다.
아이의 소중한 추억들이 아이의 생각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놀이를 통해 아이와 유대감을 쌓아놓는게 정말 필요하겠다 싶었다.
이 책은 그림책 외에 즐거운 종이인형 놀이책이 따로 들어있다.
정말 만들어 갖고 놀고 싶었던 그림책 속 종이인형들, 엄마가 갖고 놀던 나리, 누리, 리리, 코코, 리코도 있고, 이젠 딸이 갖고 노는 미미, 모모, 삐삐, 뽀, 뽀리도 있다. 엄마가 어릴적 소녀일때 갖고 놀던 악어, 호랑이, 각종 무대 배경도 종이인형과 함께 들어있고, 하나하나 따로 오려서 옷 갈아입히기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소녀의 심정으로 돌아가 인형을 오려 아이에게 주었더니 좋아한다.
문구사에서 산 종이인형, (당시엔 정말 몇십원이었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참 오래전 사람 같네.)을 오리고, 내 비밀 구두 상자에 꽉꽉 채워가며 모으던 생각이 난다. 아이도 지금 레고가 그런 개념일까 (물론 가격은 정말 말도 못하게 비싸졌지만 말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레고를 가끔 내다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엄마가 되어버린 날 되돌아보며 어릴적 종이인형에열광하던 소녀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싶어진다. 이사갈때 슬쩍 엄마가 나의 종이인형 박스를 처분해버려서 무척이나 원통해했던 그 기억이 다 어디로 갔나 싶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