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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의욕이 아이의 의욕을 꺾는다
오야노 치카라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Friend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읽은 아이 그림책에서 안돼 엄마, 괜찮아 엄마라는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무조건 안돼를 외치곤 하는 엄마들에게 살짝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야하는데, 그것들이 엄마가 보면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것, 감기 걸릴까 걱정되는 것" 등 엄마의 시선에서 아이에게 손길이 한번 더 갈 귀찮게 하는 일들이란 생각에 긍정적으로 아이를 부추겨주지 못하고, 안돼, 물놀이 하지마, 맨 발로 베란다 나가지마, 칠판에 네임펜으로 쓰면 어떻게 해? 하는 식으로 안돼를 입에 달고, 아이를 몰아세우곤 했던 것 같다.
그 그림책과 이 육아서를 읽고 그런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제목부터 예감은 했지만 저자가 일본 사람인데도 우리나라의 요즘 정서와도 잘 맞아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 아이는 의욕이 없어요라는 엄마들의 말은 대부분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란다.
아이들이 의욕이 없을 수는 없단다. 놀고 싶고,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게 많은 아이들의 뜻을, 엄마의 뜻과 다르다고 예를 들어 예절주의에 어긋난다거나 엄마가 계획한 시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나 역시 그 두가지 모두에 해당이 되었다.) 쉽게 거스르고, 못 하게 하고 나서는 엄마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공부 등의 학습적인 면모만 아이들에게 강요를 하니, 하기 싫은 것을 강제로 하는 느낌의 아이들이 어찌 의욕적이 될 수 있겠냐는 것이 주된 골자였다.
엄마들의 바램, 아니 적어도 나의 바램대로라면 시키지않아도 공부를 잘하고 열심히 하고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실 여섯살 아이에게는 무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 역시 노는 게 더 즐거웠던 어린 시절이 있는데, 아이가 레고에만 빠져있다고 화를 내고 아직 어린 아이에게 강제로 공부를 시키려 하고 하니 뭔가가 자꾸 어긋나고 있는게 아닐까. 사실 매일같이 닥달하지는 않고 평소에 지나치게 방임했다는 생각에, 공부 좀 시켜보려고 책상 앞에 앉히려 하면 아이는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이 무한 생각이 나나보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시험기간을 앞둔 나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한데 아이 앞에선 그런 생각이 전혀 나질 않고, 왜 시간내어 같이 뭔가 하려고 하면 자꾸 딴소릴까 싶어서 아이를 혼내곤 하였다.
그렇게 난 아이의 의욕을 꺾는 엄마였다.
아직 난 다른 학부형(?)들과 교류가 많지 않아서 아니 거의 없다시피해서 (유치원 학부모모임 등을 아직 안했다.) 친구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전부인데, 그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벌써부터 아이들 공부에 대해 열을 올리고 이웃 아이들과 비교하고 하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잘 놀리다가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너무 방임하고 있나 싶어서 불안한 생각이 퍼뜩 들어서 아이를 다그치게된다. 사실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초등학교 입학전에 한글 떼는 것은 기본이고 영어랑 수학 등도 어느 정도는 하고 들어간다고 하니, 마냥 놀렸던 다섯살 무렵보다는 불안해지기 시작한게 사실이다. 이제는 좀 한글도 수월하게 하고 그랬음 좋겠는데 하는 생각에 더디게 진행되는 아이의 표현과 관심이 걱정스럽기만 하였다.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도 더 심한가보다.
우리나라도 영재중에 넣기 위해 초등학생때부터 입시준비를 하곤 한다는데, 일본에는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까지 쭉 이어지는 그런 곳들이 있어서 그 중학교에 아이를 넣기 위해 10살때부터 입시준비를 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다.
얼마나 고달플까. 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니 참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리나라도 그 모습을 따라가고 있지만 말이다.
저자 소개글을 보니 구체적이고 쉬운 육아의 기술을 다뤄 인기를 끌고 있는 현직 교사 출신의 육아전문가라는데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읽고 나니 더욱 공감되는 내용들 말이다. 우선 빼곡하게 읽기 힘들게 씌여있지않고, 책 자체도 편안히 읽힌다. 내가 무엇이 문젠지, 반성만하고 실천할 방법이 없으면 답답하기만 할텐데 실천 방법까지도 잘 나와있어서 참고하기가 좋다.
안 그래도 어린 아이의 의욕을 자꾸 꺾고 있단 생각에 불안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금씩 가닥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지인 하나가 대륙붕 지식이라는 말을 한적이 있었는데, 얇고 넓게 알고 있는 그 잡다한 지식들에 대해 이 책에서는 들판형 지식이라는 말로 표현을 해주고 있다. 학교 성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하고도 깊이는 얕은 그 지식들, 아이들이 하나하나의 관심을 통해 쌓아가는 그 지식들이 쌓이고 쌓여서 정작 취업 이후에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 성적만을 위해 첨예하게 쌓아놓은 고층빌딩형 지식은 성적 외에는, 큰 도움을 받을 일이 드물다. 물론 깊고 넓게 지식을 팔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워낙 넓은 지식 분야에서 공부만 하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어릴적부터 다양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체험, 책 등을 통해 쌓은 그 하나하나의 소소한 지식들이 쌓이고 쌓이는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읽고 나니 시원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아이의 고개를 수그린 풀죽은 모습이 마치 우리 아이 같아서 마음이 짠했는데 이젠 좀 개운해진 느낌이다.
레고를 무척 좋아하고 한가지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는 우리 아들, 좀 긍적적으로 생각해주고 무조건 하지 말라 하지않고 지원해 주되, 다른 쪽으로도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볼수있게 여러 방안을 강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