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포토샵 - 생활 디자이너 7명이 들려주는 일상, 작업, 포토샵 이야기
김효정(밤삼킨별) 외 지음 / 한빛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블로그, 아이 돌잔치 등을 해낸 주부들은 대부분 포토샵을 어느 수준 이상은 잘해내는 경우가 많다.

나야 블로그에 사진을 그냥 원본째 올리기 일쑤고, 글로 내용을 채우기 마련인데다가 아이 돌잔치도 가족들과 조촐하게 치룬다는 핑계로 엄마표 돌보드 액자, 등을 포토샵으로 배워서 작업하질 않고, 포토샵 없이 그냥 야외촬영, 스튜디오 촬영 등을 기사님께 부탁해서 내가 인터넷 사진 앨범 사이트에서 편집하는 정도로만 끝내고 말았다. 어쩔수 없는 뭔가의 계기가 있으면 확 솜씨가 늘어날텐데 게을러 그런지 그냥 있는 그대로 고수하다보니 내 블로그가 커가는데도 사실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엄마들 전집 리뷰도 그렇고, 다양한 맛집 포스팅도 그렇고, 멋드러진 포토샵 기술이 있으면 사진을 좀 잘 찍지 못해도 얼마든지 근사하게 올려볼 수 있을텐데 늘상 사진기 핑계만 대가면서 포토샵 배워볼 엄두는 내질 못했었다. 글에 치중한다고 생각을 해도, 내가 작가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쓸만한 글을 쓰는 데다가 특색을 갖추질 못하기에 사진이나 포토샵, 그림 등으로 주목을 끌수 있는 다른 블로거들이 늘상 부러웠다.

 

이 책에는 생활 디자이너라는 7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활 디자이너라 그게 뭘까?

블로거와 친숙한 느낌으로 먼저 이해할 수가 있다.

캘리그라피와 같은 예쁜 손글씨와 감각적인 사진, 그림 등을 포토샵으로 예쁘게 작업해 블로그에 올리고 인기를 끌고

또 자신의 직업이 되어버린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어제 읽었던 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 라는 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었다.

 

블로그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욕심이 나기도 한다.

파워블로거가 된 사람들도 부럽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글 한 줄, 사진 한 장을 올리더라도 참 감각적으로 "프로"답게 올리는 사람들에 비해 나는 사진도 아마추어 느낌이 팍팍 들고, 포토샵으로 꾸미는 재주마저 없으니 사진이 글을 업그레이드해주기는 커녕 도리어 깎아먹을때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그 재주가 부럽고 탐이 날 때가 많았다.

 

이 책에서는 포토샵이 거의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들.

인생의 작은 실수를 한단계전으로 Ctrl+ Z 해버리고, 포토샵을 저장하지 않고 종료되었을때 억울함을 빨리 잊고 Ctrl+ N 해버리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대학때 몇년을 과외를 가르쳤던 제자가 유난히 손재주가 많았다. 작고 예쁜 것들을 잘 만들고 꾸미고.

동생과 동갑이었던 그 아이의 재주를 보면서 의류학과에 진학해 캐릭터 디자이너 같은거 하면 참 잘할 것 같다고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었고 그 친구는 그렇게 의류학과에 진학해, 캐릭터는 아니고, 의상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다. 블로그 미니홈피 등도 감각적으로 참 예쁘게 가꾸면서 말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을 보며 다시 그 손재주 많던 아이가 생각이 났다.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감을 예술적으로 승화해, 하나하나의 블로그와 같은 글들을 자신의 직업으로 만들 수 있는 놀라운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 그 하나하나가 커지고 단단해져서 자신의 중요한 일이 되어버리는 세상 속에 그녀는 마치 물만난 물고기마냥 펄떡거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마음만 앞설뿐. 예쁘고 감각적인건 좋아해도 포토샵 배우기 귀찮아하고 SNS에 익숙해지지 않으려하는 무사안일한 나같은 사람은 어쩌면 갈수록 도태되어버릴지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느 직업으로 명명짓기 힘들고 생활 디자이너라 이름 붙이면 적당할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

출장 여행이라 이름붙인 여행을 다니며 수많은 스토리가 담긴 사진을 찍고, 카페를 경영하며 캘리그라피가 유행하기도 전부터 어려서부터의 손글씨를 고수해 자신의 디자인으로 만들어낸 밤삼킨별이라는 독창적인 닉네임의 여성.

보라색같이 우울한 색보다 노랑, 핑크와 같은 밝고 너무나 귀여운 인형과 캐릭터를 무궁무진하게 쏟아내고 있는 나렘 공방의 나렘, 내 아이의 어여쁜 모습을 담기 시작하다가 카메라의 매력에 빠져 들어 돌스냅 전문 사진가가 될 정도로 자신의 재능을 살려낸 수진맘, 교보생명 외벽에 실린 광화문 글판을 캘리그라피로 적어낸 다자란 소년, 새벽 세시에 가장 청명한 기운을 받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하폴,

사실 그들의 수많은 작품과 인생을 들여다보면 여고생 시절의 어여쁘게 만지작 만지작을 잘하던 친구들, 혹은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는사람들이 있을테고, 아직까지도 그 순수한 감수성을 잊지 않고 멋진 블로그를 완성해나가는 우리 이웃들이 생각날 지도 모른다.

이 책에 실린 여러 사람들은 그들이 이상적인 모습으로 길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었다.

 

각자의 인생 이야기와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에세이처럼 들려주고, 포토샵 기술을 쉽게 배워볼수있는 과정들을 한두개씩 소개를 해준다.

밤삼킨 별님은 포토샵으로 원하는 그림만 오려내어 열 전사지를 이용해서 천 주머니 등에 새겨내는 법 등을 차분히 소개해주어, 이세상 단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 옷 등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 나렘님은 실제 페브릭을 아이콘으로 만드는 포토샵 기술을 소개해주어 너무나 예쁜 사진 느낌의 아이콘을 완성하게 도와준다. 그림그리는 선진님의 포토샵 코너에서는 일러스트에 채색을 하고 엽서로 완성하는 기술을 배우게 한다.

 

그저 딱딱하고 재미없는 포토샵 책일줄 알았는데 블로그를 하며 제일 부러운 예쁘고 감각적인 기술을 가득 익힌 이들의 일상 이야기도 들어보고, 포토샵으로 한층 블로그를 어여쁘게 꾸밀 여러 방법들을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이라 나와 더욱 잘 맞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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