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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볼일이 있어 오랜만에 혼자 전철을 타게 되었는데, 전철을 타고 오가는 그 시간 속에 처음 펼쳐들었던 이 책을 어느덧 2/3 가량 읽어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서서 가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했지만 재미난 소설이 손에 들려있으니 같은 시간이 정말 눈깜짝할 새로 바뀌어버렸다. 오히려 집이 아닌 밖에서 오랜만에 읽은 책이 더욱 몰입도가 높다 느껴질 정도로 재미난 시간이었다.
여러 일본 작가들의 다양한 책이 사실 유럽이나 미국, 중국 등의 작가의 책에 비해 훨씬 재미나게 느껴지고 쉽게 몰입하게 될때가 많다.
미스터리 등의 소설을 특히 재미나게 읽고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미스터리나 스릴러가 아니라도 충분히 재미나다. 특히 요즘 들어 요시모토 바나나가 더욱 좋아지고 있다.
이 책은 내가 더욱 재미있어 할 첫사랑의 재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점심 약속 때 만난 친구가 표지만 보고서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야? 할 정도로 느낌이 확 살아나는 그런 책.
시작은 다소 자극적이다.
가족의 야반도주로 시작을 한다. 테트라라는 이름에 일본 작가의 책이지만, 혹시 외국인의 이야기를 다룬건가 오해를 하기도 했다.
읽다보니 그녀는 엄마도 아빠도 일본 사람이고, 일본에서 나고 자란 토종 일본인이었는데 일본인 이름으론 처음 만나는 이름이라 그런지 낯설게 느껴졌다. 엄마와의 야반도주. 아빠도 만나기로 하긴 했지만 사업 실패 이후 대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엄마는 아빠를 철저히 내쳐 버렸다. 그리고 자신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더이상 부잣집 사모님은 아니었지만 하는 일이 나름 트렌드에 잘 맞는 일이라서, 사업도 그럭저럭 잘 되는 편이었고 미모도 남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쿨해보이는 그녀에게도 문제가 있었으니, 하나뿐인 딸보다도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딸이 많이 외로웠을 수도 있었을텐데. 보호받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서 갑자기 소녀로 성숙해버린 자신의 딸을 지켜줄 생각도 못한채 싱거우면서도 철저히 이기적인 그런 엄마로 남아있었다.
테트라가 야반도주를 하며 그 마을에 유일하게 기억하고 싶었던 친구 다마히코에게 쪽지를 남기고 떠났다. 그냥은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테트라와 너무나 친했다는 그 친구. 이름이 ~코 자로 끝나서 또 여자라고 내 마음대로 착각을 하고 말았다. 읽다보니 테트라의 첫사랑이 되는 남자아이였는데 말이다.
테트라의 성장, 그리고 가족의 슬픔 등이 그려지는 틈틈이 다마히코와의 이야기가 조금씩 전개가 되기 시작한다.
성별은 달랐지만 철저하게 공감이 가는 친구. 그리고 데이트라 말을 꺼낸 적도, 데이트다운 행동을 해본 적도 없지만 늘 함께 하였고, 자연스레 둘의 사이를 묻는 이들 앞에서 데이트가 맞다고 대답하는 다마히코를 보며 테트라도 달콤한 기분을 느낀다. 공감하며 빠져들며 그렇게 우정에서 사랑으로 둘의 예쁜 사랑이 키워져나갔다. 가정 환경이 그리 건전 아니 평범(?)해보이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맑은 편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자리를(?) 마련해준건 의외로 부모님이었다. 헉.
어찌됐건 소중했던 다마히코가 하와이로 떠나버렸고, 테트라는 자신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다마히코를 잃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퀼트 전문가가 되었다. 독학으로 익힌 퀼트였는데 꽤 솜씨가 좋았던 그녀는 의뢰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내는 주술적 의미의 퀼트 작품을 만들고 인기를 끌게 되었다. 비슷한 이야기를 퀼트 책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diy책 중에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한 책이 많은데, 어느 퀼트 전문가의 퀼트 작품 소개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었는데 자신이 다닌 세계 여러곳의 여행지를 하나하나의 퀼트로 만들어 커다란 작품을 완성해낸 이야기를 하나하나 퀼트 제작법과 함께 책으로 만든 것이었다. 퀼트에 인생을 담아낸다는 테트라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그 책이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작품들이 있을까? 일본에서는 전혀 생뚱맞지만은 않은 일 같은데 말이다.
책처럼, 그림처럼 이야기를, 인생을 담아내는 퀼트 작품의 이야기.
테트라는 어느날 집 근처 슈퍼에 갔다가 그만 가슴을 울리는 노랫말과 우쿨렐레 연주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발견하고 말았다. 부끄러웠지만 그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영어 가사였지만 그 가사내용이 바로 어릴적 자신이 다마히코에게 쪽지로 급히 휘갈겨 썼던 자기 자신의 이야기였기때문이었다. 하와이. 다마히코가 떠난 그곳. 음반 속 가수는 유키히코라는 다른 이름의 남자였는데 자신의 내용을 너무나 똑같이 알고 있는 그는 분명 다마히코와 관련이 있는 누군가일 터였다. 문제는 왜 다마히코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런 사적인 내용을 노래로 불렀는지.. 테트라는 불안해졌다.
하와이 사우스 포인트
다마히코의 엄마와 아빠는 바로 그곳에서 우연히 재회를 하고, 정말 필연과도 같은 다마히코를 낳았다.
다마히코와 테트라의 이야기였지만 사우스 포인트의 연인이 혹시 다마히코의 엄마를 이야기하는건가? 잠시 헷갈릴 정도로 엄마와 아빠의 사랑 이야기도 간간히 비중있게 다뤄졌다. 놀랍게도 15년전 꽤 유명했던 사랑이야기. 하치의 마지막 연인의 두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그 후속편이라 되어있었는데 바로 하치의 마지막 연인의 주인공이 사랑을 해서 낳은 아이가 자라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는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사랑 그 다음 세대의 이야기 말이다.
화가 치밀어 오를 수 있는 상황임에도 상황이 꼬이도록 오해하고, 뱅뱅 돌리지 않아 너무나 감사한 이야기였다.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부러 엇갈리게 만들고, 더 비극으로 만들고.. 그런 통속적인 삼류 드라마 같은 내용이 아니라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읽고 싶어 읽었지만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는게 못내 아쉬울 정도로 재미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