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왕국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평점 :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쓰리를 인상깊게 읽었던 것이 3년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쓰리와 자매와도 같은 소설,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왕국을 읽게 되었다.
쓰리(내 서평 http://melaney.blog.me/50092982252)라는 제목만을 보고, 처음에 숫자 쓰리나 이런 것들을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표지 그림과 같이 소매치기를 일컫는 말이었다. 비록 소매치기일 망정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주인공이 악의 화신의 재미삼아 벌이는 인생 게임같은데 휘말려 세가지 난제를 해결해야하는 이야기, 사실 쓰리는 그래서 중의적인 의미였는지 모르겠다. 그때 그는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진 않았으나 아이에 대한 아련한 마음으로 모성이 부족한 엄마로 인해 도둑질을 해야했던 어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위험한 일을 해내야 했다.
그리고 3년후 내가 읽은 소설 왕국
이 책은 표지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면사포를 들어올리는듯한 아름다운 여인.
쓰리의 남자주인공이 어쩌면 밑바닥 인생이라 할 수 있을 소매치기였다면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전설의 창녀라는 운명 앞에 선 유리카.
그녀는 사실 몸을 파는 창녀 역할보다도 의뢰인이 부탁한 일을 수행하는 마타하리 같은 역할이었다. 몸으로 상대방을 유혹하는 것은 같으나, 그 전에 기지를 발휘해 약을 쓰거나 해서 필요한 정보나 사진 등만 취하고 자신은 쏙 몸을 빼내는 그런 역할. 유리카는 그런 재능을 발휘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면 각자 자기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쓰리의 니시무라 역시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어쩐지 손을 뗄수 없었던 어린 아이가 그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반면 왕국의 여주인공 유리카에게는 그런 약점마저도 없다. 그녀는 철저하게 빈틈이 없었다. 사실 자신의 아이는 아니었지만 친하게 지냈던 여성의 아이를 지켜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엄마가 죽고 나서, 큰 병에 걸린 아이를 혼자서 구해내고자 거금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녀는 평범하게 일하던(?) 호스티스에서 거금을 벌어들이기 위한 비밀
첩보원 같은 역할을 맡게 되었다. 상당히 위험한 그런 일을 말이다. 그마저도 그 아이를 잃고 나자, 세상을 살아갈 힘, 버텨낼 힘을 잃고 만다.
그리고 쓰리의 주역들이 다시 등장을 한다.
니시무라도 언뜻 지나가고, 니시무라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기자키가 등장을 한다.
그녀는 심지어 기자키와 야다, 두 세력 사이에 끼인 존재가 되어 어느 쪽에서고 안정적이지 못한, 위협받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그녀가 어떻게 될지 참으로 위태위태 불안하였던 소설.
기지를 발휘한다곤 하지만 그녀 혼자 힘으로 버텨내기엔 너무나 냉혹한 현실이었다.
철저하게 행복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한석규, 고소영 주연의 영화 이중간첩이 생각났다면?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
흥행엔 성공하지 못한 영화였지만 그런대로 재미나게 봤던 영화였는데 결말이 내게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그래서인지 자꾸 유리카가 못내 걱정이 되었다.
쓰리의 자매편이라는 이 소설. 정말 자매편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작품을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