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 - 마음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뉴욕아트에세이
박아람 글.사진 / 무한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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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막연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미술관 관람은 어쩐지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었다. 어릴 적에는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고등학교땐 과제로 주어진 미술관 관람을 해야했기에 그 문화 자체가 낯설었는지 모르겠다. 지방에는 아무래도 문화 공연 등의 관람 기회가 적은 편인데 서울에 살 적에는 좀더 다양한 문화 관람 기회가 있어서, 많이는 아니지만 가끔씩이라도 유명 전시회 등을 찾아가보기도 하였다. 좀 편안하게 그 문화를 즐기면 좋을텐데, 영화, 연극, 책 등처럼 뭔가 뚜렷이 스토리가 보이는 그런 것에 익숙하다보니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면서 혼자 그 정취에 빠져든다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였다. 그래도 아이를 낳고 나니 아이와 함께 좀더 많은 미술관 등에 다녀보고픈 생각이 든다.

뉴욕은 가 본 적이 없지만, 세계 최대국인 미국의 가장 번화한 도시라 그런지 볼거리 즐길거리가 더욱 풍성한 곳이라 뉴욕에 대한 책들이 다수 나와있고 그중 몇 책들을 골라 읽은 적이 있었다. 미술관 등 뉴욕의 즐길거리에 대해 다룬 책은 이 책 외에도 다른 책에서도 정보를 접한 적이 있었다. 이 책은 특히나 뉴욕에서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예술행정 전문가과정을 수료한후 뉴욕 현지의 미술관에서 직접 근무한 경험을 한 저자의 책인지라 미술관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더욱 듬뿍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는 뉴욕의 미술관에 대한 여행서를 쓴 이유를 두가지로 요약한다.

왜 하필 미술관 여행인가?
편하니까.
미술작품을 어떻게 봐야하나?
혼자 보면 된다. 20p
라고 말이다.

미술 교과서에서 배운, 무슨 양식이 어떻고 작품의 의의가 어떻고 등등을 머릿속에서 지워내고, 그저 편안히 감상하기를 추천하는 것이다.
미술은 인간이 창조하는 가장 자유로운 형태의 시각예술이다. 그리고 이 시각예술을 아무런 제약이나 잣대없이 즐기는 것은 관람자의 권리이다. 이 권리를 특권으로 누리는 당신은 지금 미술작품을 혼자 보고 있다. 22p

쇼핑이면 쇼핑, 카페면 카페, 미술관이면 미술관, 어느 한 주제만 골라서 뉴욕을 둘러봐도 여러나라를 둘러본것 못지않은 꽤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뉴욕이다.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그 도시에 대한 환상이 이리 깊어지고 있으니, 그리움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항공권을 끊어 그 멀고 먼 미국으로 후딱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미술관의 레스토랑은 럭셔리함을 추구하기에 가격 또한 음식 값에 예술값이 플러스한 비싼 가격이다. 그런데 저자는 럭셔리하면서도 경제적이고 예술적 가치가 넘치는 미술관 레스토랑을 발굴해 소개해주었다. 테이블 창 너머로 허드슨강과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까지 보면서 6불에서 9불 정도의 메뉴를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유대인 문화유산 미술관 내의 작은 카페 겸 레스토랑.
넉넉한 주머니 사정으로 아낌없이 식비를 지출하며 여행할 여행객이 얼마나 될까 싶은데, 나만 해도 여행지에서 맛있으면서도 경제적인 곳을 주로 찾는 터라, 이 곳의 소개됨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나중에 여행갈때 꼭 들러봐야지 하고 별표를 치게 되는 곳

자원봉사 어르신들이 작품이 없는 미술관이라 칭했던 뉴 뮤지엄의 소개도 신선하였다. 나조차도 현대미술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느껴지는데, 틀을 깬 시도는 정말 연배가 있으신 분들께는 이해할 수 없는 예술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멋진 조각상이 있을 법한 이 석고 포디움에는 조각상 대신 일상에서 사용하는 평범한 물건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물건들 뒤로 말소리가 녹음되어 재생된다. 물건들은 알 수 없는 대화를 주고 받는다.. ..3차원과 4차원을 넘나들며 공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현대미술작품이었다. 71p



티베트 하우스에 있다는 Yab-yum자세를 취한 부처님 상은 두가지의 다른 성질이 결합함으로써 종교적 경지에 오름을 뜻한다. 남성의 모습을 한 신과 그의 여성 배우자가 결합하는 모습은 내가 아는 불교사상으로 볼때는 금기를 넘어 모독에 가까울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상징은 티베트, 네팔, 부탄, 인도 등지의 불교미술에서는 일반적인 주제이다. 특히 기도와 명상을 주된 신앙 활동으로 삼으며 성을 인정하는 티베트의 탄트라 불교에서는 주된 가르침의 하나라고 한다. 79p 얼핏 보고서 부처님의 자세가 이상하다 생각했었는데 설명까지 듣고 나서 놀라고 말았다. 같은 불교 문화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다른 티베트의 문화를 엿볼수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뉴욕 현대 미술관, 모마는 저자가 근무했던 곳이고,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기에 설명이 더욱 자세하였다. 입장권을 끊는 방법에서부터 하나하나의 관람을 하는 방법, 또 근무했을 때의 에피소드 등이 소개되었는데 현대미술을 보고 누구나 쉽게 드는 생각과 불평, 그에 대한 간결한 직원들의 유머가 돋보이는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컴퓨터를 켜니 전 직원 컴퓨터 바탕화면에 이게 떠 있었단다.

저건 나도 하겠다!
그래. 하지만 넌 안했잖아! 131p

그래, 맞다. 모던아트의 쉽고도 간단한 정의.
뉴욕에 거주하지 않는 장거리 관람객의 반 이상이 모마에서 모네와 고흐를 찾으러 온다 하였다.
모네의 <수련>은 세폭을 연이어 붙이면 가로 1276cm, 세로 200cm의 어마어마한 작품이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역시 모마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작품이라 한다. 저자 또한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심장을 거친 빗자루로 쓸렸을때 느낄것만 같은 거친 공허함을 느꼈단다.

저자가 천상의 아름다움이라 칭한, 미술학도들의 꿈의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웅장한 아름다움을 자랑하였다.
이집트의 파라오의 무덤을 인트로로 시작해, 그 안의 소장품 등은 건물의 아름다움 외에도 너무나 방대한 양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하였다. 저자는 모던 미술에서 자신이 아는 모든 거장들, 모딜리아니, 샤갈, 베크만, 에밀 버나드, 생수틴, 장 뒤뷔페, 알베르토 자코메티, 달리 을 다 만날 수 있어서 높은 질과 양의 홍수 속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관람하였단다.


유럽, 미국 등을 모두 다 가보질 못해서, 대형 미술관, 박물관 등에 소장된 거장의 작품들을 진품으로 만나 볼 기회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었는데, 뉴욕에 가게 되면 꼭 미술관 관람을 빼놓지 말고, 클림트, 모딜리아니, 레오나르도 다빈치, 고흐 등의 작품들을 실제로 접해보는 기쁨을 누려봐야겠단 생각이 새록새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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