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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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이런 시원함이 따로 있을까 싶었다. 거침없이 내지르는 젊음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읽고 나서도 개운하고, 뭔가 얻어진듯한 이 느낌이 이렇게 시원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은 드물었다. 달려라 돌콩, 말 한마리 살짝 내달리는 그림이 있지만 이렇게 전개될거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었는데..

 

공일(일요일)에 태어났다고 이름이 공일이가 되어버린 오공일.

이름도 참 변변찮은데, 키 159cm 몸무게 46kg의 왜소한 체구라 학교에서 짖궂은 아이들의 만만한 표적이 되어버렸다.

공일은 자기를 늘상 구타하고 괴롭히는 아이에게 화분을 던졌는데도, 정대라는 아이는 그걸 맞고도 희희낙낙하며, 오히려 잡히면 죽었다라는 표정으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이번에 잡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도망가던 공일은 세워져있던 다마스를 타고 도망을 간다. 운전해본적은 없는데, 택시 기사였던 아버지의 운전을 옆에서 눈썰미로 익혔던 터라, 여차저차 잘은 넘어갔다. 살아남기 위해 도망은 쳤으나 훔친 자동차가 문제였다.

 

오공이와 함께 헉헉대고 같이 도망을 친 나도, 오공이의 신세가 어찌 될지 염려스러웠다.

그리고 오공이의 드러나는 꼬인 족보.

아버지뻘 되는 형과 오공이보다 두살이나 많은 조카 도민이, 결국 오공이가 학교에서 도망쳐 갈 곳도 형의 축사밖에 없었고, 오공이가 훔친 다마스 건도 형의 도움으로 해결을 하였다. 오공이를 학교로 도로 돌려보내려는 것을 구해준 것은 동갑내기 여학생 금주였다. 금주는 축산과 출신으로 오공이보다 키도 크고 싹싹해 벌써부터 형의 축사 일을 거들고 있었다. 그리고 오공이의 일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정말 엄마 못지않은 꼼꼼함이 돋보이기 시작하였다.

 

갑갑해보인다. 불량 학우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고자 학교까지 그만두고, 축사에서 지내기 시작하는데 무얼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다만 삼촌을 삼촌으로 대우하지 않고, 구박하던 도민이가 의외로 형처럼 나서서 공일이의 복수를 해주는데는 시원한모습이 엿보였다. 공일이와 달리 키도 엄청나게 크고, 이미 촉망받는 축구선수로 키워져 대학까지 결정된 도민이는 남들이 보기엔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진로처럼 보이지만, 실상 알고 보면 도민이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였을뿐 아니라 지금의 그 일도 설렁설렁이 아닌 죽을만큼 버르적거리며 한거라 한다. 그리고 제대로 아얏 소리도 못 내고, 쥐죽은듯 지내는 삼촌 공일에게 그런 말을 건네준다. 자신이 너무나 아끼는 채찍을 선물로 주면서 말이다. 물론 곱게 준건 아니었지만.

 

공일. 참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일 수 있지만, 그래도 다행인것은 자신이 모르는 새에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곁에 두고 있었다.

채찍 하나로 경마 기수로 오해받는 공일은 경마 기수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형의 목장에 있던, 금주가 우공일이라 놀렸던 그 볼품없던 소 한마리가 금주가 못 타본 딱 한마리의 소였는데 공일에게만 등을 내밀었었다. 그래서 공일이 몇번 그 소를 타보고, 승마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되었는데, 채찍으로 승마와 연관이 되니 아예 승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신이 핸디캡이라 여겼던 작은 키와 체중이 경마 기수에는 딱 적합한 신체 조건임을 알게 된다. 그가 고등학교 중퇴라는 학력조차도 문제가 되질 않는다.

 

암울하게만 느껴졌던 공일에게 한가닥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본 것도 아는 것도 없는 공일이지만 최선을 다해 도전을 하였다. 도민이 말한 것처럼 죽을 만큼 버르적거리며 최선을 다해본적이 없기에. 그리고 처음으로 정을 붙인 우공일을 생각하며 말이다.

 

얼굴은 예쁘지만 노는 아이로 소문이 나고, 패거리들이 많아 혼자 조용조용 다니던 공일과는 다르게 화려했던 고아영.

승마기수가 되기위해 교육원 시험을 보는데 고아영도 와서, 공일을 돌콩이라고 부른다. 어쩐지 그 말이 기분 나쁘게 들렸는데, 아영이 읊어준 돌콩에 대한 시는 정말 의외였다. 그런 내용이라면 돌콩이라 불려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뭐, 일다보니 은근히 삼각관계가 되는 구도처럼 그려진다.

얼굴 예쁘고 한 성깔 하지만, 은근히 매력있고, 같은 경마 기수가 되는 과정에서 공일과 계속 얽힐 수 밖에 없는 아영과 공일보다 키도 크고, 오히려 엄마나 형 같은 캐릭터지만, 늘 든든히 생각이 나고 뒤를 받쳐주는 것 같은 금주, 어쩐지 기대고 싶은 금주의 캐릭터까지. 은연중에 아영도 금주를 신경쓰고, 금주도 아영을 신경 쓴다. 작가가 자신의 열일곱을 되돌아보며 쓴 글이라는데, 상쾌한 공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학우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듯한 이 구도가 환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뭐 어떠랴, 여자인 내가 읽기에도 너무나 재미나던걸.

 

요즘엔 뭐든 무조건 큰 것을 지향한다.

일반인들이 모델처럼 키크고 예뻐지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타고난 유전자를 어찌하란 말이냐. 하도 키큰 사람들이 득세하다보니, 아이들 키가 작은 엄마들은 성장 클리닉이니 뼈주사니 찾아가면서 아이 키를 크게 하려고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책 속 돌콩처럼 키가 작아도 야무지게 자기 일 찾아 나서는 이들 많고, 또 키 크다고 멋지기만 한게 아니라 싱거운 사람 얼마나 많은데. 키 작고 못나고 느리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돌콩 작가, 돌콩 주인공의 이야기. 정말 멋지다.

작가 경력 열일곱해가 되어, 잊고 싶었던 자신의 열일곱을 소설로 승화시켰다는 작가분의 이야기. 달려라 돌콩, 또래들에게도 시원함을 안겨주겠으나 어른들이 읽기에도 너무나 시원한 멋진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달려라 다마스, 달려라 돌콩, 달려라 오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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