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이희인 지음 / 호미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여행을 좋아한다고 줄곧 말하지만, 사실 내가 다닌 곳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직장생활 초창기에는 신입이라고 휴가를 내 맘대로 낼 수가 없어서, 극성수기의 짧은 휴가기간만으로는 여행은 엄두를 낼 수 없고 그저 고향집에나 다녀올 정도였다. 직장을 옮기고 또 연차도 어느 정도 되고 나서야 여행이란걸 계획해보고 조금씩 다녀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잠시 다녀보고 곧 결혼을 하고 나니, 시간적인 자유는 있는 것 같아도 이제는 딸린 식구들이 생긴지라 가족을 두고 혼자서 어딜 간다는 엄두를 못내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은 사실 몸으로 다니기 보다 책을 통해 머리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못 가본 곳이 많아 가보고 싶은 곳이 무척이나 많은데.

인도양에서는 몰디브는 꼽아봤어도 스리랑카와 남인도를 떠올려 본적은 없었다.

왜냐. 잘 몰랐으니까. 거기에 가서 얼마나 멋진 곳을 볼 수 있는지, 어떤 역사적 배경을 만날 수 있는 지 등등을 말이다.

지금은 좀 늘고 있다곤 해도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가는 곳은 아닌지라, 나처럼 생소해할 사람들을 위해 친절한 인도양 여행기가 소개 되었다.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어렸을 적엔 당장 이뤄지지 않는 일들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지독한 현실 주의자였다.

예를 들어 겨울의 바다는 어린 내게는 해수욕을 할 수 없고 춥기만 하니, 왜 겨울 바다를 좋아하는지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되어 다시 가본 겨울 바다는 들어가지 않아도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한 낭만의 바다가 되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직접 가서 느끼지 못하는 여행일지라도 이렇게 미리 간접체험하는 즐거움에도 만족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사람도 서서히 그렇게 변화하나 보다.



역사적 배경과 3만 3천의 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화들이 재미나게 담겨 있고 무엇보다도 간접 체험에 충실히 도움을 줄 훌륭한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여행기 중에 알차게 글로만 채워진 책들도 있지만 스리랑카와 남인도처럼 쉽게 가보지 못할 곳이라면 사진이 없는데 너무나 아쉬울 수 있는데 다행히 이 책에는 그 궁금증을 채워줄 멋진 사진이 충실히 실려 있어 만족스러웠다. 하나하나가 작품 사진 같아서 모두다 인용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저자가 자꾸 콜롬보 콜롬보 해서, 콜롬비아인가? 어디의 콜롬보라는 거지? 하는 무식한 생각을 했는데 스리랑카에 있는 도시란다. 예전에는 스리랑카의 수도였고, 수도 이전 후에는 행정 수도로만 존재하고 있는 도시 콜롬보란다. 그 외의 도시들은 입에 잘 붙지 않는 말들이었는데, 캔디라고 압축해 부르는 도시 이름이 콜롬보 만큼이나 인상적이기도 하였다.



세계사에서 분명 스리랑카에 대해 짧게나마 배웠을텐데 지금은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다. 그저 인도양 어디쯤 있는 힌두교와 불교를 숭배하는 나라 정도로만 기억을 했는데, 스리랑카가 마르코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격찬한 곳이란 사실을 처음 접하였고, 신밧드의 모험에서 이 섬이 세렌티피티(우연히 만난 뜻밖의 기쁨)로 부르며 보석을 찾아 나서는 섬으로 묘사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이제야 스리랑카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하였다.



몇년전 내전이 끝났지만, 지금은 스리랑카 사람들의 친근하고 편안함을 만날 수 있다는 곳, 관광객이 갑자기 늘었어도 짜증 섞인 느낌보다는 친절한 스리랑카인들의 미소를 만날 수 있어 아직 괜찮은 관광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돔처럼 생긴 스투파(스리랑카에서는 다고바라 불리는)는 사진으로 보고 불교 유적인줄도 몰랐는데 (이슬람 양식인줄 알았다.) 초기 불교 시절 석가모니를 비롯한 성인들의 사리와 부장품을 모시는 무덤 역할을 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사후 그의 가르침에 따라 사원도 불상도 만들지 않던 초기 불교에서 유일하게 지은 종교적 건축물이라는 것. 52p

'루완웰리세야'라는 이 탑은 아누라다푸라에서, 아니 스리랑카에서, 아니 세상에 흩어져 있는 모든 불교 유적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스투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높이 55미터에도 사람들을 압도할만한데 원래의 스투파는 110미터에 이르렀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49p








아누라다푸라를 또 세계적인 불교의 성지로 만들어준 것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자리로 알려진 인도 보드가야의 보리수와 한핏줄인 나무가 있어서라고 한다. 기원전 3세기 인도 아쇼카 왕의 딸인 상가미타가 보드가야의 보리수 가지를 가져와 이곳 아누라다푸라에 심은 것이라 합니다. 18세기에 인도 보드가야의 원조 보리수가 화재로 불타 버리면서 이 보리수는 결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수로 남게 됩니다. 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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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에 세계 각국의 미녀들의 프레스코화를 그려넣게 만든 사연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미녀들은 1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시기리야를 지배한 왕 카시야파의 아내나 첩으로 실제로는 500여명에 달했을거란 이야기가 전해진단다. 카시야파왕은 어머니가 평민이고, 이복동생은 어머니가 왕족 혈통인지라 동생에게 왕위를 빼앗길까봐 불안했던 카시야파가 아버지의 왕위를 찬탈하고 동생을 내쫓고도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수도를 바위산으로 옮기고 바위산에 궁전을 세워 스스로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라는 것이다. 미녀들의 벽화도 인상 깊었지만 1200개의 계단을 올라 바위산 정상위에 오른 절경은 밀림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시야라 너무나 멋진 곳이었다. 다른 불교 유적들도 멋진 곳이 많겠지만 나중에 스리랑카에 가게 되면 스기리야의 이 곳에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스리랑카의 사진에 압도된것은 사실 외다리 낚시 사진 한점이었다 한다. 출렁이는 바다, 그 위로 강단이 있어 보이는 알몸을 드러내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 아, 이걸 보기 위해 찾아온 거였어! 이 스리랑카 여행은! 먼 바다를 날아와 장엄한 불교 유적들과 황톳길, 아찔한 바위 요새와 서늘한 산악의 차밭을 지나 바로 여기, 이것들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거였어.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집니다. 158p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을 통해서 스리랑카가 저자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한다. 나는 저자의 이 책 속 사진을 통해 처음 외다리 낚시를 만났다. 이 남부 바닷가에는 산호가 많고 물살이 거세어서 먼 바다로 낚시 가기엔 적합하지 않아 이런 형태의 낚시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58p








남인도로 넘어와서는 힌두교 이야기들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다.

저자조차도 너무나 많은 신들의 이야기에 어렵게 느껴진다는 그것. 하지만 그가 짧게나마 접했던 마하바라타는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아 궁금한 이야기라고 하였다. 나역시 힌두교 신들의 이야기를 간간히 짧게 짧게 접해서 이름 몇은 귀에 익으나 생생히 줄거리가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신화 이야기를 좋아했던 터라 세계 각국의 우화, 신화, 전설 등 다양한 이야기들 접하기를 좋아했는데 힌두교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려서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기억이 많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뒤늦게라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읽은, 책 이야기들도 제법 나온다. 책에서 봤던 곳들을 직접 이번 여행기에서 찾아가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개봉과 동시에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파이 이야기. 그 시작이 되는 곳이 퐁디셰리라 한다.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저자의 짤막한 줄거리 소개와 함께 퐁디셰리 여행 일정을 돌아보니, 책을 보고 그 곳에 서 있는 심정은 어떨까 하는 부러움이 들었다.



인도의 고아라는 곳에 대해서는 다른 책에서도 간간히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서구인들에게는 꽤 유명한 휴양지라고 한다. 한때 히피들의 낙원이자, 인도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이기도 하단다. 저자 또한 그곳에서 며칠을 쉬면서는 정말 책을 읽고, 바다에 몸을 던지고 하는 휴식만 즐겼을뿐 편지를 쓰거나 글을 쓰는 부담을 갖지 않았다 한다. 저자가 말하는 고아의 바다는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도 아니었고 무엇이 매력이냐를 묻는다면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그런 면이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고아를 최고의 관광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그곳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다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곳인지 진정 궁금해지는 곳이었다.



저자가 다녀온 여행기들을 끝으로 책의 뒷부분에는 저자가 다녀온 여행지들의 세부 여행 정보가 따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가이드북을 겸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실제 스리랑카와 남인도 여행을 계획한다면 충분히 사전 지식을 채워 넣고 여행 계획을 짜기에 도움이 될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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