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10분 창의놀이 (QR 놀이 동영상 제공)
김동권 지음, 이보연 감수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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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빠 뿐 아니라 엄마가 읽어도 많은 도움을 받을 그런 책이었다.

엄마표 놀이 교육에 대한 책들은 많이 봤는데, 아빠표는 처음이었는데, 확실히 뭔가가 달랐다.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자, 예쁘게 꾸미고 교육적으로 놀자라기 보다, 아빠의 창의성을 이용해 10분이라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재미나게 놀아주자가 키포인트였다. 그런데! 아이가 정말 즐거워보인다.

사실 내가 바라는 엄마로써의 나의 모습은 책 속의 아빠와 같은 모습이었다.

어릴때 소위 상상놀이라고 이름붙인 놀이로 사촌동생들과 같이 어울려 노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했고, 자잘한 종이 등으로 뭔가를 만드는것을 정말 좋아했었다. 선생님이 된 동생도 언니, 어릴적에 만들기 그리기 좋아했으니 아이 교육은 걱정 없겠다 했는데, 웬걸, 아기 낳고 키우다보니 어느새 예전의 모습은 다 잊어버리고, 지금은 해주는 거라곤 가끔 가야 책이나 좀 읽어주고, 놀아주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핑계로 안 놀아주고 아이 혼자 레고 등으로 놀기 일쑤였다. 아, 나 왜 이러지? 하는 회의와 함께 미안한 마음이 가득해지다가, 이 책을 보고 다시 뎅~ 하는 울림을 받았다.

놀아주는게 아니라 함께 노세요.

정말 그 말이 딱이다. 아이들이 형, 누나들과 잘 노는 것은 부모처럼 놀아주는게 아니라 같이 어울려놀기때문이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사실 재미나다. 나도 참 어릴 적에 놀았던거 보면 별게 아니었는데, 올챙잇적 일을 다 잊어버리는 개구리마냥 지금 내 모습은 전혀 생뚱맞은 상태의 내가 되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아이는 내가 잠시라도 지어낸 노랫말이라거나 어울려 장난쳐준 것을 기억하고, 대단한 놀이인양 흥얼거리고 무한 반복하고 그런 모습을 보인다. 하도 재미나 보여서, 유치원에서 배웠어? 하니, 아니, 그때 엄마가 차 안에서 놀아준 말이잖아. 그런다.

음, 그랬던 것 같다. 그냥 차안에서 심심해 하는 아이에게 흥얼흥얼 가락을 붙여 노래처럼 말을 하니 너무너무 재미있어 해서 계속 해주었던 적이 있었다.



또 학습지도 그렇다. 아이가 풀기 싫어하는데, 이웃님네 아이는 너무나 좋아한대서 비결을 물어보니 재미나게 놀아주면 좋아한다는 것이다. 학습지를 어떻게 재미나게 놀아주지? 하다가, 아이가 지루하게 한글자씩 따라 쓸적에, 옆에 있던 브라우니 강아지 인형으로 "멍멍, 형아 잘했어, 형아 넘 멋지다." 리액션을 해주니 아들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진다. 또 해줘 엄마, 엄마 말고 브라우니로. 하면서 말이다. 이 쉬운걸 엄마는 참 아들만 믿고 어느새 해주질 않고 있었다.

하루 10분, 일에 바쁜 아빠가 아들과 놀아주는 환상의 시간은 하루 딱 10분이다.

일에 지쳐 굳은 얼굴로 돌아온 아빠를 보고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고 한다. 놀건 안놀건 하루종일 붙어있는 엄마와 달리, 사실 아빠는 하루종일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지쳐서 집에 돌아오다보니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가 않다. 아빠가 집에서 잘 놀아주는 편인 우리집에서조차, 아빠가 잠시만 안 놀아줘도 아이는 금새 아빠에게 토라지곤 하니 말이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긴 하다.

하지만, 아빠와의 10분은 시간상 적어보이나, 아이와의 정신적 유대면에서는 절대 짧은 10분이 아니다.



애걔 10분? 하는 엄마들도 있겠지만, 사실 아이가 인상깊게 놀았다 싶게 엄마와 아빠가 혼신을 다해 놀아주는 것은 굳이 몇시간이 아니더라도 10분으로도 족할 수도 있다. 아이에게는 정말 엄마, 아빠가 나랑 재미나게 놀았다 하는 인상이 중요하기에. 사실 하루종일 붙어있어도 제대로 못 놀아줄 적에는 아이 혼자 그림 그리고, 레고 조립하고 그럴 적도 많았다. 다른 엄마들은 안 그러겠지만.

자꾸 안 놀아주다보니 자신이 더더 없어져서, 책 읽어줄께나 제안하고, 아니면 같이 외출하자고나 하고, 엄마도 뭔가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아들이 여섯살이 되고 나니 교육을 해야할것같아서, 이것저것 스트레스만 혼자 받다보니, 아이가 더욱 나와의 시간은 놀이가 아니라 생각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빠는 진정으로 레고로 역할극도 해주고 잘 놀아주는데. 엄마는 레고로 전투하는게 힘들다. 아니 재미가 없다.

저자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놀아주는게 중요하다 한다. 자기처럼 재활용품을 이용해 재미나게 놀아줘도 좋고 산책이나 책 읽어주기 등 부모가 좋을 방법, 그러나 아이 역시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놀아주라 말을 한다.

그저 각종 재활용품들에 눈만 붙였는데도 활발하게 살아움직이는 느낌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을 동원해 뭔가를 개발해낸, (확실히 그런 발명가적인 개념은 남자들쪽이 우수히 발달하는 것 같다.) 놀이들이 많아 보이지만, 그걸로 재미나게 노는 것은 아이와 아빠의 몫이다. 눈조차 그릴 엄두가 안난다는 아빠들이 많아, 이 책의 뒷 페이지에는 눈 스티커가 크고 작게 가득 들어 있었다. 눈을 활용해 여기저기 사물을 살아있는 생물로 둔갑시키면, 우리 아이도 정말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리라.



요즘처럼 머리가 굳어 안 돌아가고 있을때 이 책을 펼쳐서, 재활용품을 마구 활용하며 아이와 놀아주면 우리 아들, 이제 비싼 장난감 사자 소리 덜할 것 같다. 아빠와만 10분 열성적으로? 아니다. 이 책으로 엄마도 얼마든지 아이와 몸으로도 놀아줄 수 있음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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