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아줌마의 오이시이 벤토 - 도시락을 맛있고 건강하게 싸는 비결
변혜옥 지음 / 조선앤북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내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도시락 싸기였다. 드디어 나도 학부형이 된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은 아니지만, 여섯살 난 아들을 유치원에 처음 보내놓고 드디어 도시락을 싸줘야하는 소풍을 이번주에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 소풍에 대비해서 혹은 신랑 도시락을 싸줄일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이런 저런 도시락 요리책 등을 주의깊게 봐오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요리 솜씨도 없으면서 본 것은 많아서, 가장 먼저 마련한 것이 도시락 용기, 포장할 소품 마련 등이었다. 자질구레한 것들이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을 김펀치부터 시작해서 아이 손에 잡기 쉬운 픽 등까지 꼼꼼히 구입하고 나니 제법 지출도 커졌다. 역시 도시락을 예쁘게 싸기란 어려워, 하면서 시작도 전에 살짝 지쳐버리기도 하였다.




우리때만 해도 도시락을 싸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소풍 등의 경우에만 도시락을 싸다보니 주로 김밥 등을 싸게 되고, 꾸미기 문화도 크게는 발달하지 않았는데, 많은 도시락 레시피북을 보다보니 일본식 도시락 만들기, 도시락 포장하기 등을 보면 꽤 다양하고 예쁜 도시락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쁘게 싸는것을 치중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게 아닌가도 싶고, 아무튼 도시락 요리책 중 거의 절반 이상은 일본식인 경우가 많았다. 이 책만 해도 일본 아줌마 (본인은 한국인이시라한다. 남편만 일제라 하시고, 내 말투가 아닌 저자님의 표현임) 의 오이시이 벤토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저자분의 일본식 도시락, 맛있고 예쁘게 싸기 비법이 담겨있는 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건강, 가계비 절약 등을 생각해 직장인들 사이에 도시락 싸기 열풍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의 저자님도 남편의 건강 등을 생각해 도시락을 싸주기 시작했단다. 사실 많이 힘들텐데, 저녁에 미리 좀 준비를 해놓고 아침에 일어나 후다닥 맛있는 도시락을 싸주는 아내의 정성은 정말 탄복할만한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도시락을 싸지 못한다는 핑계가 직원들이 모두 다 사먹는데 신랑것만 싸면 눈치 보이지 않을까 하는 핑계를 대곤 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게으르고 귀찮아서가 아니었나 싶다.



이번에 아들 소풍을 핑계로 선생님 도시락도 싸면서 신랑 것도 싸줄까 물어보니 넉넉히 싸가서 직원들과 나눠먹고 싶다고 예쁜 마음을 전한다. 그래, 한번 해보지 뭐, 이런 생각으로 도시락 책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요리책의 기존 특성상 블로그에서 통통 튀는 말투를 쓰시는 분이라도 요리책에서는 다소 뻣뻣하고 긴장된 느낌으로 정색을 하고(?) 글을 쓰게 마련인데, 저자분의 레시피는 그렇지 않다. 요리 소개뿐 아니라 심지어 레시피 속에서도 그녀의 유머러스한 말투가 통통 살아있다.

제가 좋아하는 밥에 제가 사랑하는 고기를 말았다니!!

이건 소백산맥(신비의 짬뽕술) 이후 두번째로 만난 신의 음식이에요.

원래는 고기만 말지만 내 건강은 소중하니까 밥속에 채소를 넣고 말아보아요. 38p-고기말이 주먹밥편

집에 남아있는 치킨을 준비해주세요. 벗뜨 우리집에 남는 치킨이란 자비는 음슴. 79p-치킨 마요 편




일본에서는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도 손쉽게 도시락을 사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도시락으로 나오는 메뉴들도 꽤 다양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삼각김밥 모양인 오니기리 등도 한가득 소개되었다.

우메보시, 연어구이, 미소,차슈 등을 이용해 일본 현지식 느낌이 강한 오니기리도 있었고 말그대로 편의점에서 흔히 접했던 참치마요 주먹밥도 있었다. 우리나라 입맛에 잘 맞을 쌈밥형식의 소고기 고추장 주먹밥이 토종입맛인 우리 신랑 입에도 잘 맞을 것 같았고, 우리나라와 방식이 정 반대라는 일본식 유부초밥도 색달랐다. 스팸무스비는 요즘 인터넷에서 종종 봐온 도시락이었는데 하와이에 사는 일본인이 만든 음식이란다. 스팸 하나만 있어도 뚝딱 완성되는 요리인지라 도전해볼만한 요리로 꼽아두었다.



밥과 소스가 그대로 한그릇 요리가 되어버리는 돈부리 벤토 편도 나와있었다. 가쓰돈, 오야코돈, 규동 등 일본에는 참 다양한 덮밥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도시락으로 활용하다니 짜고 마른 반찬 위주였던 우리네 도시락과 많이 다르단 생각이 들었다.




이번 도시락에 김밥 말고 주먹밥, 유부초밥, 샌드위치 등을 넣으려다보니 이 책의 레시피도 참고할게 많아보였다.

아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햄샌드위치서부터 우리나라의 미니핫도그와 비슷하면서 소시지 대신 어묵을 넣은 어묵 핫도그의 기발함.

치킨 난반버거가 뭔가 했더니, 치킨에 새콤달콤 소스를 바른 후 타르타르 소스까지 얹어서 한입가득 행복하게 먹게 만든다는 치킨 난반버거까지. 내가 직접 만들어먹고 싶은 메뉴가 한가득이었다.




색다른 도시락이라 분류된 오벤토의 다양함도 눈길을 끌었다.

안심가스, 밀푀유 돈가스(얇게 썬 등심을 겹쳐 튀겨서 육즙을 살린 돈까스), 멘치 까스 등의 다양한 커틀릿 류서부터 연어미소구이, 유부 달걀구이, 달걀고기말이 등의 메뉴와 느끼하고 열량 높은 크림 대신 두부를 으깨 맛과 질감을 더한 새우 두부 고로케까지.

어른은 물론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줄 메뉴가 한가득인 코너였다.






뭔가 분명 두둑히 먹은 것 같은데 도시락 책을 보니 다시 배가 고파진다. 사실은 나도 누군가 이렇게 좀 싸줬으면 좋겠는데.

주부 타이틀을 내가 달고 있으니 내가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구나.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가 김밥은 예쁘게 못 싸도 예쁘게라도 싸줘볼께.

오늘은 우선 메뉴를 정해서 장부터 봐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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