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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매춘, 인신 매매, 소아 성 매매 등의 범죄는 각종 범죄 중에서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이다. 폭력 중에서도 가장 나쁜게 성폭력이 아닐까 싶은데, 아직 어른도 안된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몹쓸짓들은 도대체 어느 짐승(사람은 아니겠지.)의 머리에서 먼저 시작되었나 싶게 그 싹을 잘라내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아마도 변호사가 되었다면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된 어린 미성년 여아들을 위한 재판에 가장 발벗고 나서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었다.
지금도 많은 일들이 행해지고 있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던 학창시절에도 인신매매의 이야기가 무성하게 들려서 정말 조심 또 조심을 했던 기억이 난다. 먼 곳 뿐의 이야기가 아니라 심지어 동네의 어느 젊은 아기엄마가 (나도 얼굴을 본 아줌마였던것 같은데) 봉고차에 강제로 태워 끌려갈뻔하다가, 달리는 차안에서 문을 열고 간신히 탈출했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들었다.
행복했던 인도의 어느 상류층의 가정. 열일곱난 언니 아할리아와 두 살 어린 시타, 두 자매만 쓰나미에서 살아남고, 그들의 부모와 할머니, 자야까지 모든 어른들은 모두 쓰나미에 의해 죽음을 맞고 말았다. 두 아이는 자신들을 지켜내기 위해 차를 타고 그녀가 다니던 세인트메리 학교의 수녀님께 찾아가야만했다. 그런데 소녀들을 태워준다던 트럭 운전수는 그녀들을 매음굴에 팔아넘기고 말았다.
그대로 자랐으면 영국의 대학에 진학해 단 한사람의 소중한 아내가 되어 행복한 삶을 살았을 두 아이들의 운명이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쓰나미의 혼란 속에 나쁜 사람들에 의해 쓰레기굴에 처박혀지고 말았던 것이다.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토머스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벤치에서 그만 한 아이가 유괴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부리나케 유괴범의 차량을 쫓아갔지만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애비라는 이름의 열살난 여자아이의 엄마는 절규를 하며 토머스를 원망하기도 하였다. 아이와 엄마가 어린이 공원에 들어간 틈에 사진찍는 척 하던 여자와 두 남자가 달려들어 엄마를 제압하고 아이를 빼앗아 차에 태워 유괴를 했다는 것이었다. 끔찍하였다. 한 아이의 엄마로 무서운 소식으로 점철된 뉴스를 볼때마다 소름이 끼치곤 했는데, 엄마와 같이 있는 아이마저도 납치하는 일들도 있을 수 있구나. 토머스는 사랑하는 인도여성 프리야와 결혼한 미국 남자였다. 인도에서도 꽤 상류층인 여성의 집의 절대적인 반대가 있었음에도 둘은 가슴깊이 사랑했고 소중한 딸 모히니를 낳았다. 그런데 그 어린 딸이 갑작스럽게 죽자 프리야는 남편에게 어떤 이야기도 하지않은채 편도 인도행 티켓을 끊고 인도로 가 버렸다. 토머스 또한 가슴이 시리고 아팠지만 아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아할리아 자매와 토머스의 두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접점. 아내를 찾으러 인도에 온 토머스가 개발도상국의 강제매춘을 위해 싸우고 있는 CASE에서 일하게 되면서 아할리아와 만나게 되는 이야기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아할리아는 강제 매춘의 희생양이 되었다. 심지어 사창가 주인의 아들이 밤마다 찾아와 그녀를 강간하는 것을 감내해야하기도 했다. 아름답게 피어났어야 할 소녀는 지옥과도 같은 사창가에서 그렇게 처절히 꺾이고 시들어갔다. 그럼에도 아직 시타는 몹쓸짓을 당하지 않았다는 희망이 아할리아에게 있었다. CASE가 미성년 두 자매가 고용되었다는 정보를입수하고 두 아이가 있던 사창가를 덮였을때 아할리아와 시타, 두 아이를 동시에 찾았어야했는데 같은 홍등가에 있던 두 자매 중 시타는 간발의 차이로 누군가에게 팔려가고 없었다. 시타는 그 간발의 차이로 뱃 속에 마약 콘돔을 잔뜩 넣은채 파리로 넘어가야 하는 불운한 역할을 하고, 식당의 하녀로 또 러시아 인신매매 조직의 청소부터 그렇게 이리저리 끌려다녀야했다.
아할리아의 시타를 찾아달라는 부탁. 토머스는 그녀의 팔찌를 건네받기가 어려웠지만 소녀는 FBI에 친구가 있다는 토머스만이 희망이었다. 그리고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시타 찾기가 인도, 프랑스, 미국을 거친 대대적인 행보로 이어졌다.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일들이 영화처럼 극적으로 해결이 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애비의 일처럼 주검으로 발견되거나 도저히 찾아낼 수 없게 묻혀져 버리기 일쑤였을텐데..
이 책을 읽은 많은 리뷰어들이 앞서 말하기를 왜 사람들은 소녀들을 외면했을까. 그들의 도움의 손길만 내밀었어도 보다 일찍 구할 수 있었을텐데.. 경찰과 연루되기 싫어서, 내지는 귀찮은 일에 끼여들기 싫다며 오히려 두번이나 탈출했던 어린 시타를 다시금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평범한 사람들"이 인신매매조직보다도 더 무섭게 느껴졌다.
사건에 접근해나간 토머스도 그토록 힘겹게 찾아나선 시타를 찾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사진 한장, 전화 한통임에 놀랐는데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FBI 사이버 수사대팀인 천재적인 컴퓨터 전문가 디포의 공이 지대했지만 말이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으로 돌려놓은 일.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눈물이 나는 그런 일들이었다.
인신매매와 성매매 등이 사라지려면 성을 돈을 주고 사는 일 자체가 없어져야한다는 글귀가 나온다.
내가 나쁜 일을 저지르기 전에 그 상대가 내 어머니, 내 누이, 내 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외면하는 그 불운한 여성이 바로 내 핏줄일 수도 있다는, 누군가의 소중한 핏줄이고 혈육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