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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을 위한 주사기 사용 설명서 ㅣ 비호감이 호감 되는 생활과학 3
임선아 지음, 김미연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뾰족하고 아프게 하는 주사, 아이들이라면 아니 사실 어른들도 주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거예요.
어렸을 적에 병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의 하나가 바로 주사를 맞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때문이었죠. 아주 어렸을 적에는 예방접종도 울지 않고 잘 맞던 아이가 조금 더 커서 팔에 맞기 시작하기 부터는 주사 맞는 고통을 제대로 느꼈는지 아프다 울기 시작했고, 얼마전 페렴으로 항생제 링거를 맞아야했을때는 너무너무 아프다는 스킨 테스트까지 해야해서, 아이의 주사에 대한 인식은 더더욱 나빠졌어요.
그 후 폐렴은 아니지만 새로 걸린 감기가 낫지를 않아서 소아과에 자주 들락거리고 있는데 다행히 대부분 약으로 치료가 되는 일들이라 아이도 이제는 병원에 절대로 안 가겠다 버티지 않아 데리고 다니기 수월해졌지요. 한참 주사 맞을때는 병원 입구서부터 안 들어가려 해서 정말 고민이었거든요.
어린 꼬마들부터 의젓한(?) 초등생 형 누나들까지도 벌벌 떨게 만드는 공포의 주사. 그냥 엉덩이 맴매 한대 맞는 것보다 뾰족한 바늘이 기분 나쁘게 내 몸을 찌르고, 그 안으로 뭔가가 아프게 들어와서 고통을 느끼게 하는 주사에 대한 공포는 조금 더 자랐다고 해도 금새 적응되는건 아닌것같아요. 주인공인 인주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줄서서 학교에서 예방 접종하던 그 때 그 느낌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기분이었답니다. 인주는 줄서서 예방접종을 하려다가, 도망을 가고 싶어졌어요 그러다 웬 귀여운 곰돌이 인형 두마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지요. 그것만도 경악스러웠는데 놀라운 것은 두 곰돌이가 숨겨 가려던 것이 바로 인주가 맞아야할 주사약이었던 거예요.
운좋게 주사를 안맞았다 생각한 인주. 인주네 엄마가 의사 선생님이었기때문에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어머니께서 직접 주사를 놔주셔야할것같다고, 딱 맞게 준비한 주사약이 그만 하나가 없어졌다고 사정을 말씀하시는 바람에 집에서도 엄마는 인주에게 주사를 맞아야한다 하십니다. 인주는 막무가내로 버티지요.
엄마의 꾐에 넘어가 주사를 맞을뻔한 그 순간, 옆방으로 도망간 인주는 또 분홍 곰돌이 두마리랑 만나고 말았어요.
음, 이 곰들 토이스토리에 나왔던 그 허그 베어가 생각나네요. 너무 귀엽게 생겼는데, 놀라운 것은 움직이기까지. 딱딱 끊어지게 말까지 해요. 다만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 어조는 잊혀질 정도로요. 뭔가 수상쩍은 곰돌이들이지만 인주는 이내 곰돌이들을 던져서 엄마와 간호사 언니로부터 위기를 모면할 생각을 하고 뛰어나가요. 그런데 무사히 집에 잘 돌아오게 되었고, 곰돌이들과 묘한 동거가 시작되었지요.
알고보니 곰돌이들은 외계에서 온 외계인이었어요. 아차, 이 책이 외계인을 위한 주사기 사용 설명서였지!
인주의 이야기가 워낙 흥미진진하고 분홍 곰돌이들이 워낙 귀여워서 외계인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제목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요.
이 책은 비호감이 호감되는 생활과학 시리즈 중 3탄으로 주사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한 재미나고도 실용적인 조언을 동화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예요. 각각의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도대체 질병이 뭐야? 사람은 왜 병에 걸릴까? 약은 왜 먹을까? 약 제대로 먹기 등의 아이들이 알면 좋을 유용한 지식들을 재미난 만화 그림과 함께 실어 놓았지요. 동화를 읽다가도 지식을 접하는데 거부감이 들지 않게 재미나게 빠져들었어요. 방귀도 병 아니에요? 엄마 방귀 때문에 내 코가 썩을 지경인데 하는 인주의 질문에 엄마는 쉿 조용히해. 방귀는 장이 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가스지, 질병은 아냐. 트림도 마찬가지고 이렇게 대답해주지요. 엄마가 의사선생님이라 엄마와 인주의 질문과 대답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어요.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와 탄산음료, 고기를 날마다 먹어도 병에 걸린다는 (아이들에게는 놀라울) 이야기도 적혀있었지요.
고혈압, 당뇨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고 비만이 될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곰돌이들의 이름은 좀 웃겼어요. 즐과 몰이라나요? 그리고 곰돌이들은 노란 리본을 눌러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대답을 얻었어요 지구의뭐든지 대답하는 지구백과사전이래요. 심지어 인주를 앞에 두고도 백과사전만 믿기도 했답니다. 인주는 주사도 싫어했지만 약도 싫어했어요. 하지만 몰과 즐과 친해지면서 그들이 아프자 싫어하는 약도 찾아 먹게 하고, 나중에는 이상한 전염병에 걸려 외계인들도 놀랄 정도의 끔찍한 괴물이 되어버린 몰 때문에 엄마 병원에 스스로 찾아가게 됩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이렇게 외계인 (그것도 귀여운 곰돌이를 닮은)의 사건을 담아 풀어내니 훨씬 재미났어요.
인주도 그토록 두려웠던 주사를 이제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맞기로 하였구요.
즐과 몰의 편지로 인주는 많은 것을 깨달았지요.
그리고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답니다.
인주가 아니었으면 지구 평화는 유지되지 않았을테니까요. 쿡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