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전은주(꽃님에미)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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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사실 좀 반신반의했었다. 제주도에 어떻게 한달씩이나? 신랑이랑 같이갈수도 없고, 나랑 아기만 보내줄리도 없고. 그러니 해외여행 머나먼 곳 만큼이나 그림의 떡이다 싶었는데.. 읽다보니 이렇게 부러운 삶이 없었다.

물론 아홉살, 다섯살 두 아이와 엄마만 달랑 떠난 여행인지라 많이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사랑의 힘으로 아이들과 제주도에서의 한달을 너무나 즐거이 잘 보내고 온 이야기였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쏘오오옥..빠져들었다. 몇장 읽지도 않고 어느새 내 마음은 제주도로 날아가있었다.

5월에 같이 일주일동안 코타키나발루 여행가기로 한 친구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이런 여행을 다녀온 책이 있더라~ 하고 이야기하니, 친구도 살짝 흥분하는 눈치다. 우리 제주도 내려가서 한달 살다 올까? 신랑은? 뭐 이런 전화통화로 한시간은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




사실 제주도는 아이 태교 여행 이후로 우리집 여름 휴가의 통과의례가 된 곳이다. 신랑이 긴 휴가를 못 내니 2박 3일, 3박 4일로 다녀올수있으면서도 몇번을 가도 새로운 (관광일정으로 빼곡히 다니지 않고 슬렁슬렁 다니다보나 매번 갈때마다 팔색조의 매력을 내뿜는 곳이 제주도였다.) 여행지이자, 비행기를 타고 가고 야자수가 있어 그런지 해외여행 느낌이 나면서, 호텔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렌트카로 마음 편히 다니면서, 말도 통하는 우리나라라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래서 거의 매년 1~2회씩 여행을 다닌게 벌써 몇년째인데..

한달 여행은 미처 생각을 못해봤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없는 집이라.

그런데 아빠를 빼고 간다? 이번 코타 여행도 아빠를 빼고 친구랑 친구 딸이랑 나랑 우리 아들이랑 이렇게 엄마둘 아기 둘이 가는 첫 여행이라 무척 기분이 이상한데, 제주도를 한달씩이나?


읽을 수록 그런데 몹시 당긴다.

여행같으면서도 생활같은 일상.

관광지만 돌아다니는게 아니라, 도서관을 즐겨 찾고 바다에서 풍덩 수영도 하고 그런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아예 그렇게 계획을 하고 가신건가 했다. 아이도 책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로 키웠구나 하였는데.. 그게 아니란다. 놀랍게도 딸인 꽃님이는 책은 안 좋아하고 만들기 (엄마가 워낙 만들기로 잘 놀아준 엄마인듯)만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제주도에 도착하니 도서관에 먼저 가자고 하고, 한번 가면 다섯시간이고 몇시간씩 밥먹는 것도 잊고 책에 빠져들 정도로 책 사랑 마니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꽃님이 덕분에 엄마와 꽃봉이(다섯살 남동생)까지 매일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해야했단다. 사실 제주도까지 가서 웬 도서관?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지만 아이가 책이 즐거워 빠져든다면 그 어떤 것보다 더 기분좋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도 큰 성과 두번째.

사이좋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엄마를 늘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고 각각 놀았던 남매가 제주도에서는 최고의 친구이자 형제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서울에서야 컴퓨터며 티브이며 (심지어 티브이가 없는 집을 구했으니) 아이들 볼거리 놀거리, 장난감 등이 한가득이지만 한달 살림이라고, 아예 이사짐을 들고 갈수도 없고, 짐도 줄이고 최대한 자연을 느껴보고자 게임기, 티브이 등을 아예 챙기지 않았더니 처음엔 아이들이 어떻게 놀고 그럴까. 보채진 않을까 (나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싶었다는데, 둘이서 어울려노니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또 너무나 잘 놀더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게 더 좋을 정도로.

함께 있는 시간의 절대량이 많아지자 우리 모두 사이가 좋아졌다. 서로를 잘 알게 되었고, 잘 알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이게 되었다. 114p



나도 어디를 간다하면 1박여행에도 아이 짐이 한 짐일 정도로 장난감, 놀거리, 읽을 거리 등을 빼곡히 챙겨가야 안심이 되는 타입인데, 꽃님에미님은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타입이 아니었다. 도서관 책도 있겠지만 집에서도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게 아예 책을 한달간 한 박스정도 빌려서 (숙소로 택배받고, 출발 전에 도로 부치는 그런 대여 시스템을 소개해주었다.) 읽을 수 있게 하는 가 하면, 아이들이 만들기 놀이기 좋은 색깔풀, 색종이, 등등을 한 짐 챙겨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유모차, 튜브 등은 물론이고 해수욕 후 샤워장이 없을까봐 (그럴 가능성 농후) 페트병 몇개에물을 채워 트렁크에 두둑히 챙겨서 다니는 것까지 말이다. 정말 여행의 생활화, 아이 챙기기의 달인 같은 포스를 많이 보이는 분이었다. 블로그에서 연재된여행기라 꽤 인기를 끌었다는데, 이 책도 재판된 책이라는데 난 왜 이제야 알았을까?

아뭏든 너무나 재미나고도 흥미진진하게 본 이야기였다.

둘은 아니지만 내게도 한 아이가 있고, 그 아이 또래의 이야기, 또 엄마의 이야기인지라, 한번쯤 꿈꾸었던 제주도의 한달 살기를 재미나게 꾸려나간 이야기는 정말 부러우면서도, 정말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강한 욕구가 생기게 하는 이야기들이 아닐수 없었다.



두 아이는 늘 종알종알 지저귀었고 번갈아 엄마를 불러댔고 할일이 너무나 많았다. 개인의 여행과 엄마의 여행은 이리도 다른 것이냐며 투덜거리곤 했지. 그런데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내가 구태여 건져내지 않았어도 제주도는 그 자체로 나를 정화시켰다는 것을. 거르고 걸러 살짝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놓았다는 것을 말이다.295p



암만 생각해도 아이들에게는 3박4일 사이판보다 제주도 한달이 백배 낫다. 평온(신순화) <두려움없이 엄마 되기> 저자, 뒷표지의 추천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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