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2 - 두 세계의 경계에서
다비드 베 지음, 이세진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친형의 발작 증세로 온 가족이 곁에서 지켜보며 걱정하고, 발작으로부터 벗어날수 없었던 오랜 세월을, 시간이 흘러 자기만의 책으로 예술로 승화시켜낸 책, 발작.

환자인 형 본인의 고통이 가장 큰 것이었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가족들 역시 형과 함께 그 고통을 나눠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동생은 스스로 강해지고자 마음먹었다. 형의 발작이 자신과, 자기 여동생에게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었다. 다음은 자기들 차례라 생각되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어려서부터 파괴본능이 유독 강한듯, 싸우는 그림을 좀더 심하게 묘사하고 더욱 자극적인 전투를 좋아했던 것이 너무 폭력적인 성향은 아닐까 지레 짐작했었는데, 동생은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아니 형의 병까지 이겨내주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와 저자의 가족의 이야기다보니 더욱 실제감이 살아있는 이야기.

영화나 글로만 표현이 되었으면 어쩌면 제대로 보기 힘들었을 그런 부분조차 작가의 힘으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로 다소 환상적인 시선으로 혹은 어두컴컴한 어느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묘사해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형의 이야기 역시 들어봐야하는 법이건만.

사실 저자라고 자신이 모두 완벽했다고 하질 않는다.

자신이 짖궂게도 어려서 형을 괴롭혔던, 그래서 발작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며

자꾸만 발작 뒤로 숨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사실 그럴수밖에 없었던, 병이 낫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결과에 노출된 형은 자꾸만 가라앉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않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형 앞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도 더 괴롭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남이면 외면할 수나 있겠지만 남도 아닌 자기 형이었기에 외면할수도 없었던 그.

형도 폭력적으로 변하기까지도 하였다.

사실 발작 2권은 1권에 비해 조금 더 솔직한, 그리고 더욱 깊이있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었다.

가족이 겪어야했던 세월의 아픔.

형 혼자만의 병이 아니었던 가족 모두에게 상처가 되고, 견뎌낼 대상이 되어야했던 발작의 산.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르는 사춘기 소년처럼, 형은 그렇게 도발적 폭력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를 때리고 칼로 누군가를 죽이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두렵고 무서운 일이지만, 가족들은 형에게 무척이나 화가 나기도 하지만, 끝까지 형을 놓고 살아갈 수가 없었다.

형은 그렇게 죽음으로 치닫아가고 있었고,

동생은 꿈과 그림 등을 통해 형의 발작이 쌓여가듯 자신의 삶을 쌓아가고 있었다.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발작이라는 상처가 될 아픔이 아니더라도 그 어떤 아픔이건 문제건 어느 가정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

가족이고 한 핏줄이기에 서로 감싸안고 끌어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을 타계할 방법을 모색해가거나 그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의 상태 등을 치유하는 방법도 제각각일 것이다.

작가의 치유의 한 방법은 그림을 그리고, 책을 펴내는 것이 아니었나싶다.

오랜 세월 그들과 함께 했던 형의 발작을, 이런 놀라운 그래픽 노블로 우리앞에 내놓을 수 있도록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