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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루떼루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2월
평점 :
어쩐지 자꾸 눈에 밟히는 책이 있었어요. 떼루떼루
표지와 제목만으로 보면 동남아나 아프리카 토인 등이 생각나는데, 이 책이 바로 우리나라 전통 민속극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는 놀라운 사실
떼루떼루를 읽다보면 짐작하게 되지만, 익숙한 이름이 하나 들려요. 꼭두각시가 등장합니다.
어? 꼭두각시? 많이 들어봤는데?
1964년 중요무형 문화재 제3호로 지정받아 전승되고 있는 유일한 민속인형극이 바로 꼭두각시놀이래요. 1988년 남사당놀이로 개칭되었지만 일명 박첨지 놀이, 홍동지 놀이로 불리기도 한다고 해요. 박연철작가님이 남사당패의 꼭두각시놀이를 보며 사라져가는 우리것을 되살리고자 아이들 동화로 재창조해냈다고 합니다
글밥이 제법 되는 책이었는데 아이가 정말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처음엔 그저 재미나게 읽어주기만 하였고,한동안 그렇게 읽어주다가 인형극을 꺼내어 아이와 함께 만들고 인형극을 하며 읽어주니 더욱더 좋아하더라구요. 요즘 레고만 좋아하고, 책 읽기도 다소 시들해진 아이였건만, 떼루떼루는 몇번이고 하자고 하네요.
게다가 오늘 놀랍게도 영어 선생님이 "레고 말고 그 다음으로 좋은건 뭐야?" 하고 물으시니 "떼루떼루가 참 재미나요."하고 바로 대답을 해서 절 놀래켰지요. 그 정도로 재미났던 게냐? 레고 다음으로 느낄정도로. 그렇다면 정말 우리집에서는 초대박이 아닐 수없네요. 사실 그도 그럴것이 책도 읽고, 부록으로 들어있던 인형극으로도 너무나 잘 놀았고, 거기에 웨짓으로 이시미 만들어 역할놀이하기까지..정말 다양하게 두루두루 활용하는 책이었으니 최고로 재미난 책으로 인식될만도 했네요. 혼자서 키득키득 웃기도 해요. 코가 깨지는게 뭔지도 모르면서, 코가 깨진대. 쿡쿡쿡..하면서요.
여섯살 꼬마가 최고라고 인정한 책, 떼루떼루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맨처음에 수줍게 등장하는 작가가 있어요. 처음엔 작가인지 모르고, 그냥 연사같은 역할인가 했는데, 어쩐지 얼굴이 낮익은 누군가의 얼굴을 닮았다 혼자 웃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작가분이라는 이야기가 있네요. 수줍게 등장해서, 자기는 부끄러워서 목소리만 등장할 거라면서 무대뒤로 사라지지요. 그리고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합니다.
맨처음 등장하는 박 첨지, 거의 주인공처럼 등장하는데 사실 보통내기가 아니예요. 뭔가 말투도 좀 경박하면서 허풍도 좀 심하고 그런 느낌이지요. 서민들에게 해학적으로 풍자되었던양반의 대표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놀림감으로 삼고 싶은 역할.
어찌 됐거나 그러고 나서 연이어 박첨지의 손자, 그 놈 참 오종종하게 생겼다~ 라고 말하는 작가에게 박첨지 손자는 참으로 무례하게도 자기는 노인의 나이라고 허풍을 떱니다. 박첨지 손자답지요.
박첨지 딸로 나오는 피조리는 더 웃겨요. 너당에서 글을 많이 배워 떨이라고 말을 한다는, 뭘 배웠는가 싶은 잘못된 지식의 한 예를 보여주는 딸이지요. 그 다음에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꼭두각시예요. 박첨지의 아내라네요. 얼굴이 왜그리 못생겼냐는 직설적인 작가의 말에, 집 나간 박첨지 찾으러 다니다 이렇게 됐다 말을 합니다. 하지만 괜찮다네요. 얼굴은 못났어도노래를 잘해 인기가 많다나요?
아뭏든 이 객쩍은 박첨지네 일가에 대 소란이 일어납니다.
박첨지네 밭에 새를 쫓으러 나온 식구들을 용강 이시미가 와서 덥썩 덥썩 잡아먹어버리고 만거예요.
건들 건들, 한들한들 나와서 자기 자랑 비슷하게 늘어놓던 등장인물들을 이시미라는 존재가 나타나 덥썩 하고 물어버리니, 아이가 무서워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무척 재미나합니다. 어린 아이라서 그런 걸까요? 사실 덥석이라는 말은 우리 아이 어렸을적부터 제가 덥썩 덥썩. 뭐 무는 시늉도 많이 하고, 아이 손도 입술로 물어보고 하는 식으로 장난을 많이 쳤었거든요. 그래서 친숙했을지도 모르구요.
실제로는 정말 대단한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있는건데, 무섭지 않게 두루뭉술 넘어가고 있어요.
가족들 다 잡아먹고 박첨지까지 잡아먹겠다 기다리던 이시미를 무찌르러 박첨지가 갑니다.
박첨지가 이시미를 무찌르고 싶어 작가에게 배우던 대목이 자꾸 기억에 남네요. 정말 재미났거든요.
음, 짧게 요약을 했지만 이야기 자체가 무척 흥겨워요. 입에 착착 붙는다고 해야할까요?
박첨지마저 이시미에게 물리자 박첨지는 다급한 나머지 일곱 동네에서 가장 힘이 센 조카 딘둥이를 불러 달라고 합니다.
작가가 딘둥이를 부르자, 딘둥이 왈,
"나 똥눈다."
아하하. 정말 그래요. 갑자기 이게 왠? 하지만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좋아할만 하죠.
영웅의 등장치고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는. 하지만 너무나 재미있는 아이들식 표현.
게다가 알몸으로 등장하는 딘둥이. 정의의 용사 슈퍼맨처럼 당당히 이시미를 물리칩니다. 물리치는 방법도 구구절절하지 않아요 아수 손쉽고 간단히 이겨버리죠.
아이이다 보니 이시미가 무섭지 않을 수 없었나봐요.
인형극을 할적에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레고 아저씨로 얼른 이시미를 무찔러 버리더라구요 덥썩하기 전에 사람들을 구해내야한다구요.
웨짓으로 인형극을 할적에도 그랬구요. 딘둥이 역할을 아이의 영웅인 레고 아저씨가 해주었던 거랍니다.
어찌 됐건 꼭두각시 놀음을 잘 몰라서, 사전 정보 없이 읽기 시작한 떼루떼루였지만 구성진 말투 자체가 긴 글밥임에도 읽다가 지칠 새 없이 엄마도 왠지 구성지게 읽어줄수있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똥구멍, 대갈통, 코가 깨진다 뭐 이런 말들이 나오긴 했어도 거부감 들다기보다 다소 해학적인 그 느낌에 그럴수 있다 이렇게 이해되면서 말이지요. 민속 인형극을 직접 아이와 함께 보러갈 기회가 있어도 좋겠어요. 떼루떼루 자체를 아이들 인형극으로 따로만들어도 좋을 것 같구요. 주로 엄마가 읽어주면 아이가 상황에 맞게 무대 위에 등장인물들을 배치하며 엄마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식으로 책을 읽어주었는데 하도 좋아해서 연달아 두번씩은 해주어야했답니다.
떼루떼루가 너무 재미있다는 아들을 위해 내일도 시간을 또 내볼까 싶어요
아빠한테 한번 읽어주라 했더니 글밥이 많다고 다소 힘들어하며 딸랑 한번만 해주었거든요.
아들 왈, "책은 많이 읽어야 좋은거"라며 아빠를 훈계하고 있더라구요.
아이가 좋다면 엄마 목 아픈거쯤이야 가뿐히 소화해내겠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