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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기다리는 마초바 아줌마 ㅣ 단비어린이 그림책 5
이유림 옮김, 젤다 마를린 조간치 그림, 하리에트 그루네발트 글 / 단비어린이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자주 보게 되면서 이제는 출판사까지도 유심히 찾아 보게 됩니다. 특히나 아이 그림책 같은 경우에는 신기하게도 아이가 좋아하는 출판사의 그림책들을 연이어 좋아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지난번 단비어린이의 "싫어"를 아이가 무척이나 재미있게 봐서 이후의 단비어린이 그림책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편지를 기다리는 마초바 아줌마라, 사실 제목만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못했는데, 그림도 참 사랑스럽고, 내용을 보니 무척이나 재미나더라구요. 읽다보면 그 아름다운 이야기가 사실은 꼬마들용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어울릴 멋진 그림책임을 알 수 있구요. 어찌 됐건 아이도 엄마도 대만족한 책이라는거!
마초바 아줌마는 아침이면 늘 차 한잔을 타 들고 창밖의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립니다. 사실은 편지를 기다리는거예요. 편지 한 통 오지 않을까? 그렇게 막연히 기다립니다. 그런데 아줌마에게는 편지가 한통도 오질 않아요. 길에 보이는 다른 이들에게는 편지나 소포가 자주 오는 듯 한데, 정작 마초바 아줌마에게는 오지를 않습니다.
그러면서 아줌마는 무척 외롭고 슬퍼졌어요. 아무도 내 생각을 하지 않아. 하면서요.
먼저 손을 내밀면 좋을텐데. 그러질 못하고 누군가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지요.
사실, 아줌마를 보면서, 왜 기다리기만 할까? 누군가가 오게 하기 위해선 먼저 뭔가를 노력해야하는데..하고 바로 생각이 들었지만.
실생활에서는 그러기 힘들잖아요. 나는 그냥 마냥 기다리면서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라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어느날 우체부 아저씨가 이른 아침부터 마초바 아줌마를 찾아왔어요.
너무 일찍 오셔서, 아줌마는 차도 못 타고 머리도 다 뻗친채 나가야했지요. 게다가 놀랍게도 그 편지 속의 내용은 마초바 아줌마를 너무나 설레게 하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누가 보냈는지는 씌여있지 않았지요. 누가 보냈을까? 설레는 마초바 아줌마에게 우체부 아저씨는 다음날 아저씨와 함께 편지 배달을 다니면서 누가 보냈는지 찾아보자 합니다.
이쯤에서 어른들은 살짝 눈치를 챘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즐겁게 읽어야겠지요? 어쨌거나 그 마음이 너무너무 멋진 거였어요.
그리고 마초바 아줌마는 정말 설레는 기분으로 찾아나섭니다. 아저씨와 함께 하나하나의 동물들(아줌마와 아저씨 말고는 모두 동물들이예요.)을 방문을 하는데, 친절하게 맞아주는 악어 아줌마가 있는가 하면, "안녕하세요" 하고 아줌마가 인사를 끝내기가 무섭게 "저리 가" 하고 휙 돌아서는 곰같은 불친절한 이도 있지요. 그런데 아줌마는 화가 나기는 커녕 웃음이 나요. 아, 곰은 아니겠구나 하는 거죠.
이 대목을 우리 아이는 너무너무 재미있어했어요. 마초바 아줌마 책 하면 곰의 '저리 가'가 생각나나봐요. 한참 유치원 다니면서 인사하는 법을 배운 아이는, 인사를 했는데 왜 저리 가를 했냐면서 곰은 참 나쁘다. 그러더라구요. 아뭏든 퉁명스러운 곰때문에 아이는 더 재미있어 하기는 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보고, 모두 아줌마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는걸 알게 돼요. 도대체 아줌마에게 누가 그런 편지를 썼을까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 읽어주면서도 너무나 행복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제 곧 봄꽃이 피기 시작할텐데, 그래서인지 이런 예쁜 사랑이야기가 더욱 와닿는 것 같아요. 아들은 그게 사랑이야기인지 신경쓰기 보다 퉁명스러운 곰에 더 초점을 맞춰 깔깔 웃지만 말입니다.
아줌마가 먼저 손을 내밀지는 못했지만 편지를 매일 기다렸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관계의 시작이 이뤄졌던 것이죠.
아이 그림책을 좀 다른 의미로 읽은건 또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정말 유쾌하네요 즐거운 기분이었고, 아이 또한 몇번이고 읽어달라 할정도로 좋아하는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