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1 - 간질병의 산을 오르다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다비드 베 지음, 이세진 옮김 / 세미콜론 / 2013년 1월
절판




가족 중 한 사람이 치유되기 힘든 병을 앓고 있다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플 것 같았다.

게다가 한 형제가 그런 것을 보고 같이 성장하면서 형의 고통을 같이 감내해야하고, 늘 다른 사람과 다른 형을 배려해야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이 책의 저자 다비드 베는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정말 가슴아파하며 아픈 아이를 낫게 하고 싶어 최선을 다한다. 극히 일부의 부모 자격이 없는 그저 생물학적인 부모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들이 아픈 아이들을 방치하고, 버리기까지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형의 간질과 가족들이 겪은 그로 인한 이야기들을 예술로 승화시키기까지 20년의 시간이 흘렀다한다. 저자가 풀기 어려웠을 이 난제들이 그래픽 노블로 그려져 나왔다. 글과 단순한 그림 등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웠을 내용들을 그는 만화의 환상적인 기법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놓았다. 그래서인지 간질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간질을 일으킨 환자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딱 한번 같은 반 아이가 눈이 뒤집힌채 쓰러진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때였는데 딱 한번 아이가 눈이 뒤집히며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사지가 경직되어버리는데 같은 학생으로써 정말 어찌할바를 몰라 하며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그렇게 형과 다니다 형이 발작을 일으키거나 하면 친구들이 놀리고,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바람에 가족들 모두 오붓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간다. 그 곳에서 형과 나, 그리고 여동생 이렇게 셋이서만 어울리며 자라게 되었다. 그리고, 형을 치료하기 위해 꽤 유명한 의사의 치료를 받으러 갔으나 뇌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경과가 의사의 인지도에 비해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잘 모르는 어린 내가 보아도, 수술을 받은 후의 환자 상태는 나아지기는 커녕 너무나 좋아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형은 마크로 바이오틱 기사를 읽고 그 치료를 받아보고 싶다 말을 한다.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된 동양(일본)의 매크로바이오틱은 주로 섭생, 먹을 것을 제한하여 섭취함으로써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치료법이었다. 서양인들이 보기에는 무척 말이 안될 것 같은 비과학적 방법일것 같았으나 가족은 뇌수술보다는 이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거대한 고양이 같았던 N선생의 치료로 형은 정말 완치한 듯 보였다. 너무나 나아졌다. 그리고 부모님과 우리 가족 모두 철저한 매크로바이오틱 식사를 하게 되었고 말이다. 우리나라나 일본 등과 달리 서구사회에서 일본식 섭생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 식구들은 들에서 민들레, 질경이, 우엉을 따고, 현미밥을 먹으며 공동체 생활을 해나가기도 하였다.



N선생의 치료를 꾸준히 받는다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고, 매크로바이오틱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자 형의 증세는 악화되기도 하였다.

사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은 형에게는 무척 고문과도 같은 일이었으리라. 슈퍼에 가서 먹고 싶은 제한된 것들을 마음껏 둘러보고, 또래와 사귈수 없음에 외로워하며 자기보다 훨씬 어린, 자기의 어린 시절 같이 놀던 친구들 또래의 어린 아이들과 사귀어 보려 하거나, 형은 그렇게 어린 시절에 갇혀있게 되었다.



또 실제로 자신이 힘을 갇지 못하는 환자가 되자, 머릿속으로는 강력한 힘을 가진 히틀러 등을 동경하기도 한다.

저자 또한 전쟁을 동경하고 수많은 전사, 특히나 동양의 사무라이, 징기스칸 등의 그림을 그려낸다. 전쟁 속에 죽고 죽이는 잔인한 장면에 몰입해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도 한다. 확실히 저자는 어려서부터 그런 끼가 다분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서도 가족의 아픔을 겉으로만 동정하지 않고, 그 속까지 들여다볼 그런 시간이 되었던 책 같다.

아들이 아프고,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정말 절망스러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죽은 사람을 소환할 수 있다는 의식에까지 참여하게 된다. 거기서 만나게 된 다양한 전생과 영적인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이 그래픽 노블은 확실히 놀라운 자전적 소설과도 같았다.

자신의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등 조상들의 이야기까지 두루 훑으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를 왜 들려줄까 싶었는데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픈 그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할 수 있었다. 저자가 알콜 중독이라고만 표현했던 외증조할머니는 사실 엄마에게는 너무나 멋진 외할머니였다. 서로의 기억이 이렇게 다른 이야기 또한 각자의 시선으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엄마의 인생, 나의 삶, 그리고 형의 인생.

가족의 인생이 모두 한데 어우러지고, 그 중심에 형의 발작이 아프게 자리하고 있었다.

판화같은 그림으로 독특한 환상적인 그림으로 평범한, 아니 아프고 힘들었을 삶을 환상처럼 표현해낸 작가의 그림이 놀랍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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