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수아즈 사강의 이름은 익히 들어봤었으나 읽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의 작품에 녹아난것 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고, 스캔들 메이커로 유명하였다 한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그녀의 그런 삶조차 사랑했던 것 같다.

 

이번 길모퉁이 카페는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하나하나의 소설들이 짧아도 여운을 주는 느낌이었는데, 보수적인 내가 읽기에 큰 공감이 가는 내용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어쩐지 씁쓸함을 담은 느낌이라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해탈까지는 아니지만, 인생을 초월한 것 같은, 삶을 이미 초월한것같은 그런 시선이 느껴진다.

 

길모퉁이 카페만 해도, 자신이 곧 폐암 말기로 죽게 될 거라는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발길 닿은 카페에 들어가 1등에 당첨되었다며 사람들에게 한턱을 내고, 그길로 차를 몰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읽다보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삶에 대한 처연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번뇌로 요동치는 이야기보다는 냉소적인 느낌이 더욱 강하다.

 

아름다운 외모와 부를 가진, 그러나 이미 애끓는 사랑을 하기엔 나이를 많이 먹은 노년에 가까운 중년 부인의 이야기도 몇편 나왔다.

자식뻘의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남자만큼이나 열정적이지 못하고, 6개월이면 기간이 길었구나 하며 스스로 냉정하게 끊어내려 하는 방식이었다. 사랑이라 생각하지 말고 마치 소모하는 느낌을 주는. 그녀의 그런 냉정함에 남자는 몸서리를 친다. 그녀가 6개월을 데리고 있다 다른 여자에게 대물림하듯 이어주려 하는 방식에 남자는 자신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냐며 전율하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매력을 갖고 남자들과 사귀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면서도 헤어진 남자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남겨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위해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다가 그만 화장실에 감금돼 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아닌척 해보려 했지만 문은 고장이 나 안에선 열리지 않았고, 절대로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추한 몰골로 문 밖에 나오고 나서도 기차역에서 내릴적에는 금새 완벽한 화장과 차림새로 내리는 등 자신을 가꾸는데 절대 소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별을 어느 정도 즐기기까지 했던 그녀가 정신병원과도 같았던 그 짧고도 긴 폐쇄공간에서 달라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글로 표현해내지 않고는 힘들었던 것일까?

그녀가 말하는 사랑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랑과 다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은,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더 책임감있고, 그리고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랑인데..

그녀의 사랑에는 이기심과 냉소가 더 크게 자리하는 것이 아름답지만 차가웠던 그녀의 삶인양 느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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