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책가방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25
에마 앨런 글, 프레야 블랙우드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3년 2월
절판





이 책을 보니 어렸을 적에 빨간 책가방을 메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땐 정말 나만의 책가방이 그렇게 자랑스럽고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빨간 색에 당시 유명했던 만화인 캔디 그림이 예쁘게 들어가있는 가방이었고, 그 가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거든요. 가방 속에는 제가 아끼는 필통(가방 못지 않게 아이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던 자석 필통 같은 거였는데,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여기저기 서랍이 튀어나오는 2~3단 필통 그런게 유행이었지요. )과 공책, 교과서 등이 한가득 들어있었구요.




그림책의 주인공인 소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와 '나'라고 이야기가 진행되어요

나는 진짜로 화가 났어요.

노란색 로켓 무늬에 반짝이는 은빛 지퍼가 달린 빨간 책가방을 받고 싶었는데 시시하고 딱딱한 네모 가방을 받았거든요.

화가 나 친구 하워드에게 이야기하니, 하워드는 엄마를 졸라 바로 그 책가방을 선물받았답니다.

참 얄궂은 현실이지요.

그게 더 내 화를 돋구게 되었구요.

하워드에게 잔뜩 화풀이를 하고 엄마에게도 혼나고, 이래저래 기분이 안 좋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학교에 가보니 나처럼 시시한 가방을 메고 온 친구는 아무도 없었어요.

모두들 멋진 가방과 장식을 달고 온거였어요. 친구들의 가방이 부러웠던 나는, 내 가방에는 우주먼지가 들어있는 비밀 칸이 숨겨져있어서 어떤멋진 가방과도 바꿀수 없다고 이야길 해도 친구들은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요. 아, 갑자기 주인공 소녀가 안쓰러워지네요.




그런데 즐거운 상상놀이 시간이 되었어요. 아, 학교에 정말 이런 시간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어릴적에 상상놀이 무척 좋아했거든요. 친구들, 또 사촌동생들 만나 상상놀이를 하고 있으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그 시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답니다. 주인공 소녀가 마분지 상자 안에 들어가 (마치 냉장고 박스처럼 큰 상자예요. 학교에 이런 상자가 있다니.) 나오지 않자, 선생님은 나오고 싶을때까지 있으렴 하고 배려해주셨어요.

소녀는 그 상자를 우주선이라 생각하고 놀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흥미를 갖고 들어와요.

소녀의 네모난 가방은 우주식량 저장고에서, 연장통, 컴퓨터로 다양하게 변신합니다.

일반 책가방이라면 그러지 못했을텐데 말이예요.

친구들은 소녀와 한층 더 가까워집니다.



소녀도 집에 돌아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좋아해요.

아이가 자신의 책가방을 점점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이 참으로 사랑스럽더라구요.

엄마도 아이의 책가방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광경을 이야기해줍니다.



아마도 아이의 단촐한 가방은 최신 유행하는 가방보다 값이 작았을지 몰라요.

그래서 아이가 그렇게 퉁퉁거렸는지도 모르구요. 아니면 어른들의 취향이어서 아이 마음에 안 들었을수도 있을테구요.

아이가 이왕이면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원하는대로만 갖게 되는 세상은 아니잖아요.

아이의 네모낳고 볼품없이 느껴진 가방이 소중한 장난감이자 필수품으로 돌아온 그날, 아이와의 끈끈한 유대도 조금씩 깊어졌을테지요.

나의 첫 책가방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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