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나라
가쿠타 미츠요 지음, 임희선 옮김, 마츠오 다이코 그림 / 시드페이퍼 / 2013년 2월
품절






주말을 나와 함께 한 책. 잃어버린 것들의 나라.

예전에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을 무척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책은 나오키상 수상작가 네명의 단편 모음집이었고, 이 책은 그 중 한 명인 기쿠타 미츠요의 소설이었다. 그러니까 장편을 읽는 것은 이 책이 첫 작품이 되었달까.



이토록 강렬한 인상이라니.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는 정리벽이 없는 나로써도 참으로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늘상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못 찾고 새로 사게 된다. 언젠가 나중에라도 다시 찾게 되면 좋지만, 도저히 다시 안나올것같은 상황 속에 결국 너무 필요한 물건이면 새로 사고 마는 것이다. 깔끔하게 정리를 잘 하고 살면 칠칠치 못하게 잃어버리는 경우가 흔하지 않을텐데, 난 우리집에서도 수시로 물건을 잃어버린다.



저자 또한 물건을, 또 친구를, 수많은 기억을 수시로 잃어 왔고,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있는 나라가 있으면 좋겠다라 생각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총 다섯편의 이야기인데, 단편처럼 느껴지는 각각의 이야기는 기지타 나리코라는 여자 아이의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씩 풀려 나오는데, 정말 너무나 신비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버렸다고나 할까.평범한 듯한 이야기가 도저히 평범할 수 없는 분위기로 바뀌어버렸다.




하나의 주제로 두 유명한 사람이 만났다. 글을 쓰는 이의 작품이 먼저가 아니라, 그림을 그린 마츠오 다이코의 일러스트가 먼저였다 한다. 작품을 보고 나면 너무나 강한 충격과 끌림이 있을 것 같아 작품 보기를 망설이다가 펼쳐보고 역시나 마츠오의 그 그림들에 압도당했다 말하는 기쿠타 미츠요.

그림의 묘하면서도 색다른 분위기도 좋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기쿠타 미츠요님의 글이 너무나 좋았다. 공감하기 힘들었던건 생령의 이야기뿐이랄까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읽다보면, 결국 모두 다 연결됨을 알 수 있었다.

여덟살 이전까지 사물과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기지타의 이야기. 오히려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가 힘들고, 새로운 동물이나 사물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든 동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단다)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하고, 늘 그렇게 소녀의 일상은 천천히, 주위 사람들 보기에는 갑갑할 정도로 천천히 흘러가는 일상이었다. 소녀는 초등학교 입학식날 유키라는 첫 친구를 만났다. 바로 염소였다. 염소 유키의 첫 사랑 이야기에 탄복한 소녀는 자신 엄마의 보물을 갖다 주고, 유키의 사랑이 (사랑이 뭔지 몰랐지만)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여덟살의 기지타는 어느새 여고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다섯살은 어린 중학생 주이치로랑 손을 잡고 바다를 거닐고,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남매처럼 보이는 둘의 사이는 기묘한 관계랄 수 있었다. 주이치로는 전생에 소녀네 집 고양이였던 것. 어찌된 사연일까?



사랑에 강하게 몰두하다가, 생령이라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녀가 조금 더 성숙해졌을 무렵의 이야기였다.




또, 미케의 이야기만큼이나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이야기. 기지타가 꽤나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는 사람이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물건을 잃어버리는 버릇은 여전하였다. 그러다 네살 난 딸 아이를 잃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남편의 반응은 너무나 안온하였다.

"괜찮아, 괜찮아." 하며 나를 달래듯이 말했을뿐이다. 172p

뭐가 괜찮다는 거지?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툭.. 하고뭔가가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흘러내린것은 나의 눈물이었던가.



그래, 모두,형태를, 모습을, 생명의 방식을 바꾸면서 마주치거나 엇갈리거나, 긴 시간을 함께 있거나, 그냥 지나치거나, 헤어지거나, 그런 일들이 계속 되풀이된다. 228p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잔잔한 것 같았던 이 소설이 주는 강한 울림을.

강하고 선명한 영상을 도저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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