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구판절판


만화란, 꼭 대단한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어도 된다. 웹툰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종종 받아왔다. 가끔 빵빵 터지는 큰 재미도 있지만 꼭 그런게 없더라도 잔잔한 여운과 깊은 감동 등을 주는 작품들도 꽤 있었다. 읽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말이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그런 느낌을 준다. 그림체가 내가 좋아하는 순정만화 그림체도 아니지만, 다분히 소녀의 가는 선 같은 그림임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그녀의 세상을 바라보는 강한 통찰력과 관찰력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예전에 나온 책들 중 엄마라는 여자, 아빠라는 남자 라는 단행본 두권을 읽어보았기에 새로 나온 그녀의 여자 공감 시리즈들도 무척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세권중, 내가 골라본 책은 바로 이 책,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였다.

나이를 먹어간다.

어릴적, 학창시절에 꿈꾸는 내 미래의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살림만 하고 있는 전업주부라니 (물론 지금의 내 모습은 집에만 있을뿐 전업주부의 성실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백수 모드라 부끄럽달까. 어쨌거나 직장을 다니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학창시절의 나는, 남자들 못지 않게 왕성하게 실력을 발휘하는 커리어 우먼을 꿈꿨다. 결혼을 안할 거라곤 생각안했지만, 하더라도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건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살림은 사실 일보다는 비중을 적게 둘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의 나는 결혼과 동시에 쉬어버린 일을, 아기가 생겼다고 또 키운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빠져다니며 다시 복직할 생각을 안하고 있다. 결혼 직전, 직장에서의 업무 부하량이 너무 지나쳐서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태연하게 놀고 있을거라고 정말 한번도 생각을 못해봤다. 결혼 전엔 말이다.

직장 생활을 할적엔 워커홀릭은 아니었으나, 일을 쉬면 큰일나는줄 알았고, 한 몇달 쉬면서 여행도 다녀보고 그러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그만 둔 날 다음날 면접보고 바로 취직하고, 정말 나 스스로를 못살게 몰아세운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소속감, 존재감..그런것일까?


집에서 육아에 전념하고 살림을 하는 전업주부인 40세의 미나코. 그녀는 존재감을 원한다.

반면 시누이인 다에코는 30중반의 독신이고, 직장 여성이며 그녀 앞으로 아파트를 한채 사두었음에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보장이 안되어있다 걱정을 한다. 아파트를 산것만으로 독신주의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만 생긴다면 언제든 결혼하고 싶다는 신부의 꿈을 갖고 있다.



결혼을 하건, 안하건 여자들의 고민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책에 나오지 않은 결혼도 하고 직장도 가진 여성에게는 또 고민이 없겠는가? 있을 것이다. 아뭏든 미나코와 같은 상황의 나는 미나코에게도 다에코에게도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놀랍기만 했다. 만화이기에 더 쉽고 간결했지만 에세이 등 짧은 글로 실려 있어도 괜찮았을 그런 책이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나 또한 그런 의문을 갖는다.

아무 것도 아닌 삶이 되기 싫었던 예전의 나.

예전의 나를 잘 알던 친구들은 왜 집에서 쉬고 있느냐 묻곤 한다. 사실 지금 당장 집에 있으면 내 몸은 편한 것 같다. 아이 핑계를 대며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이에게만 최선을 다한것도 아니었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그냥 나는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았던게 아닐까.



밖에 나가 일을 하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무언가는 되어있을텐데. 이 긴시간. 또 앞으로의 긴 시간동안 말이다.

모두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공부를 계속하고, 인생을 계속 가꾸어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일찍 접어버린 내 꿈에 대한 미련이 생기기도 한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런가.


괜찮아, 나는 내 사랑하는 작은 아기가 있으니까.

그런데 이게 언제까지지?

정말 미나코처럼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다에코의 말 또한 가슴을 울린다.

그 사람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없다

라는건 뭔가 아닌 것 같아.

내 인생에 내가 없으면 안 되니까.


주부라 그런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미나코의 이야기가 더 많아서인지, 그녀의 이야기가 자꾸 머릿속에 깊이 들어온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고 싶어도 남편은 "살림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시작하라 말하고, 그런 일을 찾자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없다.

여성들의 딜레마, 일과 가사를 모두 양립해 제대로 해내는 슈퍼우먼이 되기엔 하나의 몸이 너무나 모자라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을 잘해내는 슈퍼우먼들도 있지만 그러기가 너무나 힘들다라는걸 잘 알기에 어느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이 되는 또다른 미나코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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