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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독 - 201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 ㅣ 책 읽는 우리 집 5
레비 핀폴드 글.그림, 천미나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3년 2월
요즘 우리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그림책 블랙독이랍니다.
아들은 검둥개 검둥개 그렇게 부르지요.
겁이 많은 편이라, 호랑이 늑대 이런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이 책도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너무 잘 봐요.
용기를 갖고 세상을 바라볼줄 알게 하는 책이라 꼭 읽어주고 싶은 책이었는데 아이가 다행히 재미있게 봐주어서 저도 정말 행복하답니다.
사실 이 책은 엄마 아빠가 봐도 꼼꼼하고 정성어린 일러스트에 감동을 하게 됩니다.
가족들이 좀 오버하는 면도 유머러스하구요.
2013년 케이트 크리너웨이상 추천 작가, 제2의 앤서니 브라운인 레비 핀폴드의 작품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사실 그 수식어구가 아니더라도 작품 하나만 봐도 무척 매력적인 작품임을 알 수 있어요.
어느날 호프 아저씨네 집에 검은 개 한마리가 찾아왔어요.
맨 처음 발견한 호프 아저씨는 너무 놀라 경찰에 신고를 했지요. 경찰은 그저 웃음을 터뜨리며 집안에 계세요 하고 알려줄 뿐이었어요.
아이들도 아니고, 어른들이 참 호들갑스럽다 생각했는데, 재미난 것은 차츰차츰 그 두려움의 크기 만큼이나 검은 개의 크기도 커져 간다는 사실이었어요.
작은 그림과 글, 그리고 옆에 큰 그림이 이어지는데, 작은 그림속 검은개의 크기를 보면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크기만큼 쑥쑥 자라납니다.
호프 부인, 아이들의 엄마도 소스라치게 놀라죠. 밖에 코끼리만한 검은개가 있다면서 말이예요.
딸은 또 어떨까요? 티라노사우르스만하다고 해요.
아들은 어떻구요. 자다가 일어나 비명을 지르는 아들 눈에는 빅 제피만한(빅 제피가 뭘까요? 티브이 시리즈물에 나오는 캐릭터인가봐요.티라노사우르사보다 큰건 분명한가봅니다.) 검은개가 있다면서 비명을 지르지요.
사람들의 호들갑처럼 읽는이들의 걱정도 커져가지만,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여긴 것은 정작 막내 꼬마였어요.
막내는 사실 잘 보면 첫 페이지의 아빠 바로 옆에 있었지요. 아빠야 놀라건 말건 사실 그런 아빠를 더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요.
어린 아이인줄 알았던 막내가 의외로 제일 의연하게 나섭니다.
옷을 입고 밖에 나가 무시무시한 덩치, 검은개와 맞서지요.
우와, 그 장면에서 우리 아들이 너무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볼줄 아는 마법같은 용기를 지닌 막내 아이의 모습에 우리 아들도 살짝 감동한 눈치였거든요.
이 책 재미있다며 마구마구 웃으며 읽은 그런 동화였어요.
호프 가족들이 오버를 마구 하면서 세상에, 어쩌고 하며 경악하는 장면에 아들은 거의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구를 정도였답니다.
검둥개가 너무 재미있어 하면서 자꾸 읽어달라 하구요.
책 처음 읽어준 날엔 정말 엄마 목이 쉴 정도로 반복해서 읽어줬어요.
엄마, 이거 너무 재미있다 하는데, 요즘 책 안본다고 강제로 읽어주려 했던 엄마기에, 아이가 자발적으로 읽어달라는 책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몇번이고 읽어줄 수 있었답니다.
그림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그런 것들을 같이 숨은 그림 찾기마냥 찾아가봐며 아이와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요. 장난감 문어같은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여기저기 숨어서 등장하구요. (우리나라의 인기 동화 시리즈, 지원이와 병관이에서도 작은 동물 캐릭터들이 여기저기 숨어서 아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해주잖아요 이 책도 그렇답니다.) 바닥 등에 놓인 아이들 장난감이 시선을 끌기도 해요. 특히나 엄마가 놀라는 장면에서는 바닥에 놓인 레고 피규어 장난감들이 레고 마니아인 우리 아들과 제 눈을 사로잡기도 했답니다.
아빠 퇴근 후에 아빠와도 재미나게 읽은 이 동화.
아빠도 읽어주고 나더니, 이 책 참 괜찮네~하는 드문 칭찬을 해주었어요. 날카롭게 비평하는 스타일인데, 아이 동화인데도 딱 마음에 든대요.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도 아마 마음에 들어할 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늘 우리집에 와서, 놀라운 동화책이 많다면서 몇권씩 골라서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곤 했거든요. 유아기의 그림책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두루 읽어볼만한 책들이 많으니 말입니다.
매일 몇번씩 꼬박꼬박 읽어주게 되는 동화.
대부분의 이야기에서는 겁쟁이 아이가 어른들 말을 듣고 조금씩 용기를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 속의 겁쟁이 가족은 호프아저씨네 식구들 전부였어요 꼬마만 빼구요. 오히려 가장 어리고 약한줄 알았던 꼬마가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는 놀라운 동화였지요.
우리 아이도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좀 없애고, 무섭다 생각하는 동물이나 괴물 등에 대해 지레 겁먹지 않을 수 있게 이런 용기를 갖게 해주는 재미난 동화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신기한 것이 동물들이 좀더 귀엽게 그려진 책이라도 아이는 무서워했었는데 검둥개가 꽤나 크게 털 한올한올까지 세세하게 그려져 겁이 날법 했는데 어린 아이가 이겨내는 동화라 그런지,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기만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