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케치 노트
세실 필리에트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월
품절


얼마전 모 여행 에세이를 읽고, 내용과 소재에도 흥미를 느꼈지만 저자가 일기장에 내내 그려낸 일러스트 같은 그림에 한없이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었다. 물감으로 채색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인물화는 제법 세밀하게, 또 간단히 특징을 잡아낸 일러스트 그림들은 프로의 솜씨처럼 잘 그린 그림이면서도 그녀만의 개성이 담겨있어서 정감이 가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좋아해서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사실 어릴적의 취미에 지나지 않고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십여년 가까이 놓았던 그림을 다시 그린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서 조금이라도 그려주려 하니 낯설고 어색해, 어린이때의 그림솜씨만도 못한 내 그림에 스스로도 실망을 하고 말았다.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오래 손에서 놓아버리니 다시 시작하는게 서툴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할 그림을, 집에서 혹은 익숙한 공간이 아닌, 전혀 새로운 곳, 여행지에서의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여행지에서의 기록을 대부분 빠른 사진이나 기억에 의존한 일기 형식의 글로 기록하기 대부분인데, 시간이 제법 걸릴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위에 설명한 저자 또한 중남미 등에서 몇달을 장기 체류했기에 가능한 그림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이 책의 저자는 정말 채색까지 몇시간 느긋이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한것을 보니 여행을 또다른 그림과의 만남, 자기만의 힐링의 기록으로 남긴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색다른 시도 같아서 따라해보고픈 마음도 들면서 그러려면 우선 그림 솜씨 뿐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충분한 여유 또한 뒷받침되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스케치북 등에 한정되지 않고, 오래된 책이라던지, 제본 노트, 나만의 낱장을 이용해 만든 노트 등으로 여행 스케치 노트를 만든다는 등의 시도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언젠가 나도 평범하지 않은 여행의 그 느낌을 이렇게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 모든 것을 다 대변해줄 수 있을 것 같아도 때로는 사진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그 여행지에서의 감흥과 느낌을 나만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을 갖기도 한다.

저자와 같은 그림 솜씨나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그가 시도한 여행 스케치와 그림이라는 기록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신선한 시도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 내 친구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도 학창 시절의 작지만 즐겼던 그 미술시간의 감흥을 되살려 집에 이젤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리고, 문화센터에 나가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운 그림그리기를 만끽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과 다시 가까워지려는 이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다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그 하나의 수단으로 이렇게 남들과 다른 여행의 기록을 남겨보는 방법을 생각해봄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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