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단비어린이 그림책 4
카트린 괴퍼르트 글, 마리온 괴델트 그림, 박성원 옮김 / 단비어린이 / 2013년 1월
절판


여섯살 아이가 (만 네돌 지난지 얼마 되지 않은) 얼마전부터 갑자기 됐어, 싫어! 하는 말을 하기 시작해 놀라게 되었다. 아마 어른들이 무심코 했던 말을 따라 했다가 그 말에 어른들이 깜짝 놀라니, 쓰고 쓰고 또 쓰고. 희한하게도 아이들은 부정적인 말들은 쉽게 배우고 또 오래 쓰는 경향을 보인다.

쓰지 말라고, 싫어라는 말은 그렇게 아무데나 쓰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을 언짢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어도 아이는 자꾸 싫어라는 말을 반복해 쓰고 있었다. 유독 그 말을 많이 했던 그날, 아이에게 이 그림책 싫어를 읽어주게 되었다.

아이가 책을 한동안 안 읽고 있어서 읽히고 싶었던 그림책이라고 다 반응이 좋았던게 아니라서, 걱정 반 기대반으로 읽혔는데, 우와, 아이의 반응도 놀라웠지만 정말 즉각적인 효과 또한 괄목할만 하였다.



아이 그림책에 그닥 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이 아빠마저도, 우와 이 책 효과 정말 놀라운데? 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파울이라는 아이가 어느날 놀이터 의자 뒷편에서 싫어가 가득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주웠다. 싫어는 봉투 속의 별 모양으로 반짝거리는 것이었다.

파울은 종이봉투를 줍고 나서, 싫어라는 말을 남발하게 되었다.

엄마가 놀이터에서 그만 놀고 집에 가자 해도 싫어! 하고 외치고, 그렇게 말하고 나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 파울. 싫어라는 말을 하는데 재미가 들리고 말았다. 파울이 싫어를 말할때마다 봉투에서 색색 어여쁜 별모양 싫어들이 밖으로 통통 튀어나왔고 말이다.

엄마가 몇번을 불러도 싫어만 대답하던 파울.

결국 엄마에게 끌리다시피 집에 와서도, 엄마가 하는 말 말끝마다 싫어 싫어를 답하고 말았다.

엄마는 점점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졌지만 약간 평소보다 거칠게 파울을 대하는 것 말고는 화를 내거나 아이를 윽박지르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이랬다면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버렸을 지도 모르는데.

파울이 처음에 재미처럼 했던 싫어는, 어느새 자발적으로 먼저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더 하고 싶어도 누가 묻기만 해도 저절로 싫어가 튀어나오고, 엄마와 화해의 뽀뽀를 하고 싶어도 싫어가 튀어나오는 통에 엄마의 뽀뽀 없이 차가운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어야만 했다.

심지어 유치원에 갈때 자기가 좋아하는 소방차 옷을 입을거냐는 엄마의 물음에도 파울은 싫어라고 대답을 해서, 엄마는 아무말없이 파울이 가장 싫어하는 아기돼지 옷을 입히게 되기도 하였다.

유치원을 가는 과정도 험난하였다. 엄마도 지치고 파울도 지치는 일상.

유치원에 도착해서도 파울은 구석에 앉아 싫어를 가득 쌓아두고 모든 사람에게 싫어 싫어 싫어!을 대답하고, 하루종일 진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재미로 시작한, 나쁜 말이었지만 그 나쁜말이 결국 아이를 구속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파울의 싫어덕분에 이제 아무도 파울에게 말을 걸지도 놀아주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게 되었다.

파울 역시 너무나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냈고 말이다.



아이가 옆에서 열심히 듣다가, 엄마, 너무 싫어 싫어 하니까 싫다. 파울은 왜 그래? 하고 물었다.

응, 싫어 주머니를 주워서 그렇대. 그런데 우리 아들도 싫어라는 말 듣기 싫지?

응.

그것 봐. @@이가 사람들에게 싫어! 하고 대답할 때 상대방도 그 말이 듣기 싫은 거야. 싫어라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니거든.

파울도 그 말때문에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엄마도 속상하게 하고. 무엇보다도 크게 다칠 뻔 하기도 했잖아.

응.

그럼 우리 @@이도 앞으로 싫어! 이런 나쁜 말 자주 쓰면 될까? 안될까?

안돼!



말 안듣고 한참 통통 튀기 바쁜 나이의 아이에게 사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실제 상황에 적합한 본보기라거나 이렇게 아이가 간접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에게 딱 필요한 시기의 책이었는데, 정말 요즘 읽어준 책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책이기도 하였다. 덕분에 아이가 재미삼아 말하던 싫어는 쏙 들어가버렸다.



@@아. 파울처럼 싫어! 하면 안되지?

하면 아! 맞다! 하면서 바로바로 수긍하니말이다. 좋은 책 그림효과가 참 극적이었다. 자기가 직접 듣고 그것이 나쁜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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