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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강남산책 - 강남에서 찾은 매력 만점 코스 10 / 핫플레이스 ㅣ 동네 한 바퀴 시리즈 4
강남구.장치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대학졸업후 취직한 직장이 도곡동에 있었고, 이후 옮긴 직장도 청담동이어서 직장생활을 하며 친구들을 만나는 곳들이 대부분 강남일대였다. (뭐 최신 트렌드에 맞춘 강남 스타일로 놀았다기 보다 그 안에서도 소소하게 밥집, 카페 등을 잘 찾아다니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곤 했던 것 같다.) 강남역, 코엑스, 압구정동 등에서 친구들을 만나곤 했는데 결혼 후 집에 내려오다보니 몇년이나 흐르는 동안에도 거의 서울에 올라가지 못해서 안 그래도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이 어떻게 변화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제는 익숙한 공간이 아닌, 몇년만에 많이 낯선 곳이 되어버렸을 서울, 그 중에서도 친숙했던 강남에 대한 이야기들.
두근두근 ~산책 시리즈는 동네 한바퀴 시리즈로 나온 근처에서 찾아다닐수있는 재미난 여행기 시리즈이다. 이전에도 종로, 춘천 편을 재미나게 읽었었는데 이번 강남편은 다른 곳보다 더 자주 찾아다니던 때가 있어서 기대되기도 했던 책이었다. 우선 강남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이야기하다보니 책의 두께는 일반 여행서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얇은 편이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내가 찾아다녔던 곳들은 한 두곳 나올까 말까 하고 거의 새로운 곳이나 내가 가보지 않았던 곳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강남을 100% 즐기고 싶다면? 편에서는 강남의 야경, 클럽, 그리고 숙소로서의 멋진 호텔들, 강남의 다양한 문화공간들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강남의 호텔들로 라까사, 임패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 더 디자이너스, 리츠 칼튼, 트리아 호텔 등이 나왔는데 서울에 살 적에는 굳이 서울의 호텔에서 숙박하는데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제 지방에 내려와 살다보니 서울에 놀러가서도 친척집에 머물기보다 호텔에 머무르며 순수한 여행객으로 지내다 옴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지난번에 부산 시티 투어를 했듯이 서울도 그렇게 즐겨봄도 좋겠다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달까? 직접 살았을땐 생각지 못했던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게 하는 책, 사실 서울에 살적에도 친구들과 가끔 그렇게 도심 속 호텔 여행(친구들과의 막강 수다타임) 같은 걸 즐겨봐도 좋았을텐데, 대학때 딱 한번 실천해보고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결혼한게 아쉽기도 하였다.
코엑스를 매일 지나치고, 또 그 안의 메가박스며 다양한 문화시설은 누렸으면서 놀랍게도 봉은사에 직접 들어가 산책한 것은 서울에, 아니 강남쪽을 매일 지나치던 몇년 간 딱 한번 산책을 해보았었다. 매일 보는 곳임에도 막상 들어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지만, 어디 그뿐이겠는가. 지금 살고 있는 집근처에서도 멀리서도 찾아오는 국립중앙과학관을 가본게 거의 최근의 일이니 등잔밑이 어둡다라는속담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까운 곳은 오히려 여행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찾을 생각을 못한다는거, 가끔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근처에 산책할 곳이 얼마든지 있음을 알고, 들어가보고 거닐어보고, 도심 속 공원의 느낌과 정취를 마음껏 내 것으로 소화시켜봄도 좋을 것이다. 강남에도 그런 곳들이 선정릉, 봉은사, 청담 공원, 그리고 양재천, 대모산 등으로 소개되었다.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 가로수길 이야기는 많이 들어봐왔는데 세로수길이라니, 생소하지만 재미난 명명법이었다. 가로, 세로의 세로수길인줄 알았더니 가늘 세자를 이용해 세로수길이라 부르기도 하고, 새로이 생겨난 길이라 해서 새로수길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로수길의 임대료가 너무나 비싸지자 디자이너들이 뒷골목 주택가로 자리하면서 카페와 소품 가게들이 뒤따라 찾아가서 비주류의 세로수길이 생겨났다는데, 골목골목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고, 삶의 터전과 맞닿아있는 정겨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할 새로운 여행지였다.
라운지 1950호텔이라는 곳은 저자가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공간이라 하였다. 사실 나도 친구들과 많이 만나다보면 나만의 핫 스폿 같은곳이 생겨나곤 하였다. 블로그에 올리고 싶다가도, 그러다 사람이 많이 찾아오면 더이상 나만의 비밀 아지트가 아닌것같아서, 소개할까 말까 망설여지게 되는 그런 곳, 저자도 그런 공간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마티니 한잔이 생각날때 들르는 나만의 아지트로 남기고 싶은 곳이라며, 1950년대 유럽의 호텔 로비 라운지를 재현해낸 그곳의 뻘쭘하면서도 매력적인 멋을 소개하고 있었다.
서울에 살적에 꽤 비싸지만 커플들이 이벤트용으로 활용하기 좋은 고급 극장 시스템이 탄생한다는 이야길 들었었는데, 가보지는 못했었다. 그땐 상암 cgv쪽에 생겼단 이야길 들었었는데, 상위 1%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공간, 압구정 cgv의 시네드쉐프의 화려함은 정말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내 집같이 발을 쭉 뻗고 영화를 보며 근사한 식사를 즐길수 있는 공간, 360도 입체 음향효과를 갖춘 럭셔리 콘셉트의 상영관을 취향에 따라 고를수 있다니 누리고 싶은 경험이었다. 영화 상영 전이나 후에 맛볼수있는 레스토랑은 국내 최고 요리사들이 엄선된 계절 식재료를 이용해 프렌치, 이탈리안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고, 그만큼 가격은 꽤 비싸기도 하였다. 이벤트 용으로 이런 호사를 한번 누려보고 싶기도 하였다.
여러 맛집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었지만 그 중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맛집 하나가 여전히 소개되고 있어 반가웠다.
리틀 사이공이라는 베트남 맛집이었는데 수많은 베트남 맛집들이 있었지만 리틀 사이공의 비빔 쌀국수인 분보싸오의 맛은 다른 곳에서 맛보지 못한 맛이라 아직도 너무나 그립기만 하다. (대전에도 베트남 요리집들이 있지만 그 맛을 내는 곳이 없어 아쉬웠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도 익숙했을 때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엉켜 지냈던 코엑스, 강남역에서의 인산인해의 추억
한동안 사람 많은 것을 안보고 살다가 후배 결혼식이 있어 몇해만에 올라갔던 코엑스의 모습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이렇게 사람 많고 어지러운 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니. 그런데 그땐 정말 괜찮았다. 오히려 대전에 내려오니 심심해 죽을 판이었다.
참 신기하다 적응을 잘 하고 사는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다시 올라가면 너무나 많은 인구밀도에 또 놀라겠지만, 너무 생소해 말고, 나름대로 맛집도 찾고 친구들 만날 장소도 정할수있게 이런 책 한권쯤 참고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서울 사는 사람들에겐 더욱 친절한 가이드가 될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