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베이컨시 세트 - 전2권
조앤 K. 롤링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겉으로는 평화로워보이는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사건건 대립하는 가족들과 이웃들, 그 앙금이 깊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캐주얼 베이컨시이다.

 

한 시골 마을의 자치구 의원이었던 베리가 급작스럽게 죽었다. 살인사건도 아니고, 자살도 아니고 지병도 아니었다. 40대 가장의 갑작스러운 돌연사는 가족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특히나 아내는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다. 죽은 이는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 외에도, 마을 학교의 조정팀 코치로 일하면서, 어려운 환경의 크리스털 같은 아이들을 돕는데 헌신하기도 하였다. 그런 사람의 죽음에 마을 사람 모두가 애도하는 것은 아니었다. 겉으론 애도의 뜻을 꾸미는 듯하면서도 속으로는 그 빈 공석에 내가 들어가야지 하는 어두운 음모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대놓고 집에서는 기뻐하기까지 하는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이 기뻐할 일인가 싶은데 놀랍게도 그들은 그것을 이슈라 생각하고, 남들에게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음을 공공연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천박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천박함이 비단, 가상의 영국 시골마을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이 가끔 몸서리처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게 된데에는 해리포터의 작가 j.k.롤링의 성인 소설 도전이라는데 기대감이 부풀었다.

사실 독자의 기대와 더불어 작가의 부담감도 막중했으리라. 해리포터가 워낙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친 베스트셀러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동문학에 환타지 소설이었는데, 이번 소설은 그와 많이 다르다, 성인 문학인데다가 지극히 현실적인, 환타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조앤 롤링 자체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하기 전까지 힘든 삶을 살았다. 그래서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의 속속들이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는지 모른다. 다만, 조앤 롤링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이 책에 거는 기대도 적었겠지만 그로 인한 실망도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사실 많이 지루하게 읽었다.

현실에서 환타지를 기대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조앤 롤링이니 뭔가 다른 글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

그런 기대감이 겹쳐서인지.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되었던 다소 자극적인 시작을 제외하고는 다소 밋밋하게, 서로를 할퀴려고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느슨하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뭔가 파국으로 치닫을 수도 있겠지만, 그 사이까지의 시간이 좀 길고 지루했다. 크리스털이라는 마약 중독자의 딸에 스스로도 학교에서 소문난 걸레로 살아가는 아이의 이야기가, 로비라는 그녀의 귀여운 동생을 지키고, 본인도 사실은 다른 아이들처럼 행복하게 살아보고싶었던 그런 바램을 담은 희망어린 이야기였다면, 현실이 지나치게 시궁창으로 빠지는 느낌에 아쉬움이 컸다. 배리의 죽음으로 조정으로 밝은 세상에 나가보고 싶었던 크리스털의 꿈이 좌절되었고,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라는 성인들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그래도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움을 접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왜 이다지도 이기적일까. 당연한 일을 객관적으로 그려내서 그렇게 느껴진 것일까.

잔인한 것은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잔인하고, 무자비하였다. 거기에 희생된 아이들의 삶이 너무나 슬플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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