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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 희망엄마 인순이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
인순이 지음 / 명진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인순이님은 항상 티브이를 통해서 주로 그녀의 노래를 통해서만 만나던, 내게는 거물같은 그런 분이었다. 연배도 높으시고, 오랜 세월 중견가수로 입지를 굳혀오셨음에도, 젊은 감각에도 같이 동화할 수 있는 그런 노래들로 폭넓은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분, 그럼에도 일반 아이돌 가수들과는 다른 그런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분이 바로 인순이님이 아니었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순이님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바가 없었다. 예전에 그런 이야기는 어렴풋이 들었다. 딸을 낳았는데, 아이 피부가 자신을 닮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노라고. 어쩐지 가슴 한켠이 찌르르 해왔다. 나의 이야기가 아님에도 그녀의 가슴아픈 사랑이 온전히 전해져 와서.

이 책은 서른 여덟에 늦깎이 엄마로 낳은 사랑하는 딸에 대한, 딸을 위한, 그리고 인순이 스스로도 딸이었던 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은 성공한 중견가수가 되었지만 어릴 적, 그녀는 엄마의 사랑과 희생을 등에 업고 자라면서도 정작 "우리 딸 커서 뭐 되고 싶어?" 하는말을 엄마께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다. 자식이, 하나뿐인 내 자식이 너무나 훌륭하게 자라길 바라는건 모든 부모들의 소망일진대, 인순이님의 엄마는 너무나 사랑하는 딸이 이렇게 크게 성공할줄, 또 무엇으로 성공할줄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더욱 어려웠던 시절이었고, 더군다나 혼혈이었던 딸이었기에 더욱 그 미래를 핑크빛으로 예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중 앞에 서 있을 적엔 커다란 거물이었던 그녀.
사실은 부서질듯 예민하고, 속정깊고, 생각도 깊은 그녀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와 너무도 닮았으면서, 그녀가 고생한 만큼, 딸은 고생하지 않기를 바래, 자신을 닮지 않기를 바랬던 자신의 딸.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고 자란 딸은 미국 명문 스탠포드 대학 학생으로 자라났고, 아마도 그녀의 온 마음 그 자체일 딸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그리움과 안타까움 역시 책에 가득 담겨 있었다.

책을 읽으며 금새 눈시울이 붉어져 울고 있으니, 신랑이 왜 그런가 궁금해한다.
네살 바기 어린 아기가 혈관종으로 병실에 누워있을적에 너무나 가슴이 아파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땅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그녀.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차라리 사치에 가까웠다는 그 말을 100%는 아니더라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나 또한 공감할 수 있었다. 아기가, 내 어린 아기가 아프면 내 가슴 역시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리는 것 같고 무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를 병실에 두고, 대중앞에 서서 웃으며 노래해야했던 날은 무대를 내려오면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는 그녀의 속사정.
인순이님의 뜨거운 이야기들은 사실 어렵게 쓰여지지 않았다. 딸에게 쓰는 편지인만큼 수월하게 다가왔으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었다. 다행히 아기는 기적적으로 나았고 이후 인순이님은 하나님에게 딸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상자를 열어 정성어린 기도를 드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너는 기도상자로 자란 아이란다. 내 간절한 바람, 이루어질거라는 믿음, 그 결정체가 너야. 얼마나 놀라운 일이니? 내 바람과 믿음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실현되었다는 것 말이야. 사람들은 이런 일을 두고 기적이라고 하지.
딸아, 너는 내 기적이란다. 19p
연예인임에도 딸을 포대기로 업고 마트가서 장보는 즐거움을 잊지 않았고 어린 딸이 등 뒤에서 전해오는 온기를 사랑하고 아낀 그녀였다. 사람들의 다양한 눈치보다는 딸을 평범하게 사랑할 수 있음을 즐긴 그녀.
딸 또한 엄마가 티브이에 나오는 모습을 아끼고 자랑스러워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그녀 역시 힘들수 밖에 없었다. 평범하지 않은 인순이의 딸이었으니까. 그런 속내를 여린 엄마께 들키지 않고, 학교 선생님과만 상담을 하고, 엄마는 또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힘겨워하였다. 딸은 상처받기 쉬운 엄마와 자신이 너무나 잘 닮아있길 알기에 그랬다, 엄마가 상처입지 않길 바래 그랬다고 말을 한다.
사랑하는 딸을 다 키우고, 이제는 자신과 같이 비슷하게 자라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 건립에 힘쓰고 있다는 그녀. 인순이의 이야기.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 등의 나라와 너무나 다른, 우리나라의 편견 속에 외로이 자랐을 그녀의 고독이, 우뚝 솟은 거인 인순이의 힘으로 오늘날 새롭게 꽃피우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