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기라. 아들이 세돌이었을때부터 시작된 단둘의 여행기가 어느새 초등학생이 된 아들과의 여행기가 되어버렸다. 이번에 그녀가 아들과 다녀온 곳은 남미, 원래 계획했던 날짜보다 시간을 더 늘려, 마저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칠레까지 돌아보기로 하였으므로 책 역시 한권에서 두권이 되어버린 것일까? 따로 또 같이 읽어도 재미난 책 그녀의 남미 여행기였다.
아들 둔 엄마라 그런지 아들과 함께 하는 그녀의 여행기가 더욱 살갑고 와닿는다. 엄마들이 더욱 좋아할 여행기들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녀와 아들의 여행방식은 보통 엄마들이 보기엔 서바이벌에 가까워보였지만 말이다.
아이와 엄마만 떠나는 여행은 계획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친구네랑 같이 일정을 잡으면서 언제 어디로 갈지 정도는 분명해졌다. 이제는 호텔과 항공권만 끊으면 되는데, 치안이 확실히 안전하고, 호텔도 편안한곳으로 예약을 하면서도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어린 '여섯살 꼬마들'을 데리고 여자 둘이 여행을 잘 다녀올까가 살짝 걱정이기도 하다. 늘상 신랑이나 친정 식구들과 함께 다닌 여행이어서 이번 여행처럼 각자가 자기 아이는 확실히 마크(?)해야하는 상황은 처음이 되기에. 그런데, 이런 배부른 걱정을 하는 나와 달리 작가는 아이와 함께 정말 자유로이 떠돌고, 즐기고 부데끼고 돌아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있는 지금, 그녀의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라는 책 제목이 어찌나 와닿는지.

제 3세계를 여행하다보니, 사실 숙소가 편할 수도 없었고, 비싼 숙소가 있어도 일부러 저렴한 숙소에 만족하며, 하나라도 더 보고 즐기려 노력하는 자세가 나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사실 빠이라는 책에서 봤듯이, 여행에 있어 시간만 넉넉히 주어진다면 숙소나 항공권 등을 얼마든지 부담없이 여행하고 현지를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길 접했는데, 3일에서 일주일 내의 여행 계획을 수립하고, 아이와의 여행이니 좋은 호텔에 머물러야하고 등을 계획하다보면 그들이 한달을 머물 돈이 단 며칠 여행 경비로 훅 빠져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이나 칠레의 경우에는 워낙 물가가 센 편이라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에서는 저렴한 물가에 대만족을 하며 즐기기도 한다. 숙소는 그저 깔끔하고 물 잘나오면 만족이지만, 그녀의 후기를 읽다보면 침대 벌레에 물려 괴로워하는 일이라거나 편안히 머무른줄 알았던 숙소의 행복이 알고보니 말라리아 모기가 창궐하는 곳이라 기겁을 했다는 이야기 등도 나온다.
본인도 아이와의 여행이라 얼마나 놀랐을까.
영어는 잘 하지만 스페인어 등은 한자도 하지 못했던 그들 모자가 손짓발짓, 그리고 최소한 생계형 몇 단어만으로 숙소를 예약하고, 버스 등을 끊고, 먹을것까지 주문해가며 이것저것 잘 보고 여행하고 다닌거 생각하면 정말 대단할 수 밖에 없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스페인어를 배웠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경험하면서 피부로 느낀 결과, 스페인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주 절실하게.
게다가, 영어를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고 엄마께 이야기할 정도로 아이는 자신의 영어 실력만으로 세계 각국의 좋은 친구들, 또래의 친구들에서부터 다양한 나라의 어른들까지도 두루두루 좋은 사이가 되고, 기억할만한 사이로 남게 만들었다.
해외에 나가서, 고생을 정말 온통 해가면서도 아이와 부데끼는 그 하루하루 삶이 즐겁고 행복한 그녀 오소희.
그녀가 이야기하는 여행기에는 정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가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 유명 관광지를 어떻게 찾아가느냐, 어느 맛집이 있느냐, 어느 풍광이 멋지더라 하는 이야기보다는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이라던지, 현지인들이 많은 곳을 찾아들어가 맛본 신세계의 맛이라던지, 그 나라 대중교통을 타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게다가 어디를 가나 금새 친화력으로 좋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게 되는 그들의 행복한 사람 만나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에콰도르의 오타발로라는 곳에는 남미 최대의 인디오 장이 서는 곳이라 하였다. 작가는 그 곳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장터 근처에서만 놀다가, 엄마아빠의 일이 파하면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그 일을 하나하나 돕고, 같이 집에 가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온 아이들이 머릿속에 가득한데, 숙소로 돌아와 아이에게 일기를 쓰라하니 (JB의 일기는 사실 남미에서 보고 들은 여행기로, 담임선생님이 방학숙제를 탕감해주신 대신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게 여행기를 일기로 써오라 내주신 숙제였다.)놀다가 마지못해 일기를 쓴 아이의 일기 속에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쏙 빼놓고 오로지 시장에서 본 사고파는 물건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풍족하게 나고 자란 그녀의 아이가, 힘들게 살고 있는 그 나라 아이들에게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 모자가 아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하며 에콰도르에서의 일정을 보내려 한다.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다는 그녀의 바램이 이뤄진 덕인지, 같은 호텔(여행기 중 보기 드물게, 저렴하면서도 고풍스럽고 깔끔한 호텔에 머무르게 되었다한다.)에 머무르며 에일린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 역시 그 지역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봉사하는 삶을 살다 그 곳을 떠나게 된 터였다. JB와 소희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알려주었는데, 자원봉사 격으로 찾아간 그곳에서 의외로 JB는 선생님과 아이 둘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칠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학생 둘을 바이올린 대회에 보내야하는데, 정작 가르치는 선생님 조차 바이올린을 배워본적 없다하니 이렇게 난감한 상황이 없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JB에게 자신들을 가르쳐달라 한것이었다. 음악을 천성적으로 사랑하는 민족이긴 하였지만 전혀 낯선 악기를 가르쳐주는 사람없이 배워야하는 상황이라니 참으로 열악한 그들의 생활에 놀랍기만 하였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대부분 예뻐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는 아이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드물게 나온다. JB와 소희가 여행사 패키지로 같이 우유니 소금사막을 찾아 떠난 일정을 같이 한 일행들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넉넉하게 자라고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오히려 더 멀리하고자 했던 사람들. JB의 이름마저도 기억을 못하고, 그녀의 아이가 30명이 같이 써야하는 화장실에 먹기 싫은 오렌지를 버려 변기가 막혀버리자, 밥을 먹던 소희에게 다가와, 네 아들 TB가 변기를 막아놨으니 뚫으라 말하던 그녀. 참 잔인하다 싶었지만 소희는 자기 아들의 행동이었던지라 화내지 않고 받아들인다. 안절부절 못하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직접 옆에서 보게만 하였다.)손에 비닐을 끼고, 그 막힌 변기를 뚫어놓는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 눈으로 확인한 JB는 앞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
여행기가 참 맛깔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는 정말 근래 들어처음 보는 것 같았다.
오소희 님의 남은 여행기들, 사실 여행기 중에 최근 여행기가 아닌 과거의 여행기는 잘 안 읽는 편이지만, 그녀의 여행기는 아이가 어릴적부터의 성장 일기와도 같을 것 같아서, 재미나게 읽힐 것 같았다. 우선 집에 있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그 첫 편부터 다시 읽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