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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할 수 있는 용기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되는 법 ㅣ 용기 있는 어린이 1
도메니코 바릴라 글, 엠마누엘라 부솔라티 그림, 유지연 옮김 / 고래이야기 / 2012년 11월
절판

여성스럽기 보다 오히려 좀 왈가닥스럽고, 활발한 성격이었던 내가 엄마가 되다보니, 내 아이가 아들인데도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이 처음에는 좀 견딜 수 없기도 하였다. 어릴 적에는 낯선 사람들 보고서도 방긋방긋 잘 웃고 먼저 친한척 하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인사하기 싫다며 엄마 뒤로 숨고, 모르는 사람이 말 걸면 깜짝 놀라고 그렇게 되었는지. 아이가 낯을 많이 가려서요. 이렇게 엄마가 먼저 보호 장벽을 둘러주기는 하지만, 아이가 너무 숨지 않도록 자신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내가 우리 아이의 24시간 울타리가 되어 주고 싶지만, 이제 네 스스로도 날개를 펴고 날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함을 일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읽게 된 책 용감할 수 있는 용기.
이 책은 정말 내가 따로 찾아내 읽고 싶었던 바로 그 책이었다.
물론 아이는 직접은 와닿지 않는 듯 했지만 책을 자꾸 보다보면 엄마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새로운 것은 싫어.
아이는 말을 한다.
엄마도 사실 외향적이라 말은 하지만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다.
새로운 책,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 등등.
그중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모두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새 학년이 아니라, 나만 혼자 뚜욱 떨어져 전학을 두번이나 갔던 초등학교의 기억이었다. 그 맨 처음은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골목대장 부럽지 않게 기세등등했던 시골 꼬마아이가 도시로 전학와 낯선 환경에서 도도해보이는 친구들 무리에 끼여들려니 그 낯선 환경은 이루말할 수 없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나만 친구가 없다, 나만 모든게 낯설다.
그래서 사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지만, 아이가 낯선 환경을 싫어하는 것을 이해해야지 싶으면서도 그래도 좀 심하지 않나. 아이가 엄마 앞에서라도 좀 반갑게 나서서 인사하고 마음을 놓았으면 할때가 많았다. 사실 세상을 겁내는건 엄마가 만든 환경 영향일 수도 있었다. 엄마 옆에서 떨어지면 안돼. 모르는 사람이 잡아가면 안되니 꼭 붙어 있어. 엄마가 보기에도 세상은 너무나 무서운 일 투성이였다.
이 책은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부딪혀 일어서야하는 성장과정과 친구들과의 관계 등을 다루고 있는 그림동화이다.
어, 여기에는 아무도 없네?
시작인줄도 몰랐던 빈 페이지 같은 황량한 흰 백지에, 작고 작은 대화가 이어졌다.
아니야. 나 여기있어.
그 초록색 점은 몸을 길게 펴니 자벌레가 되었다.
아이의 손으로는 작게만 느껴지는 종이가 자벌레가 재어보니 열두번이나 들어가는 커다란 세상이었다.
아이는 사실 자기도 더 큰 어른들에 비하면 작은 존재임을 인정한다.
어른들 또한 광대한 우주 앞에서는 그 스스로 작음을 인정해야할 것이다.
이 세상에 살아있는 조그맣고 어린 생명들은 모두 자라기 위해 노력해.
누구나 자라고 싶은 그 마음 덕분에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하며 어른이 되어가지.
아주 어릴적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초등학생 때는 한학년 한학년 올라가는 일들이 정말 엄청난 성장처럼 느껴졌었다.
책 속 아이들의 변화도 재미나다. 기어다니던 아기가 빨리 크고 싶어서 쪽쪽이를 집어 던진다.
그보다 약간 큰 네살 남자아이는 그런 아기를 귀엽다 생각하고, 여섯살 여자아이는 네살 아이에게 그러는 너는 곰인형을 언제까지 들고 다닐거냐 묻는다. 그리고 사과 두개, 뾰족 구두로 자신도 어느덧 어른 흉내를 내고 있으면서 말이다.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표현하면서 또다른 화자인 자벌레와 거미같은 작은 벌레가 또다른 이야기를 진행하는 중이다.
어른들의 입장이 아닌, 아이들 시점과 또 애벌레 시점에서 들어보는 재미난 이야기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 혹은 꾸중 등을 통해 성장을 돕기도 하고, 주눅이 들게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는 말들은 엄마인 내게도 따끔한 일침이 되어 전해져왔다. 아, 긍정적이고 좋은 말들만 해줘야하는데.
못된 엄마가 되어가는 양, 왜 사랑스러운 내 아이에게 이런 말들을 퍼부었을까.
그러면서 아이들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모습들을 보인다. 그러기 위해 아이 시선으로, 아이의 관점에서 하는 잘못된 행동들이 객관적으로 보여진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자벌레와 작은 거미의 설명이 곁들여져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제대로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꼭 유아 시선이 아니더라도 조금 큰 아이들이 봐도 재미나고 교훈적인 그런 그림책이었다.
속임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싶은 마음, 그러나 엄마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생각이야말로 언젠가 이길수있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그림을 그려가며 재미난 옛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한다.
무서울 수는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와달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서로서로 도울 수 있는 것이고 뭐든 해낼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실패를 두려워말고 도전해보는 사람만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의 변화를 보고, 애벌레와 거미도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고 싶은 꿈에 조금씩 더욱 다가가기 시작한다.
한권의 얇은 줄 알았으나 너무나 많은 내용이 담겨있었던 멋진 그림책, 용감할 수 있는 용기.
서툴지 않고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하던 것만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무서워하지 않는 그런 용기를 갖는것.
나 또한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완벽히 해내지 못하지만, 우리 아이가 조금씩 그 용기를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한가득인, 그런 중요한 내용이 담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