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몇 안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도 그 중 한 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나오면 나오는대로 다 읽고 싶은데, 요즘 들어 얼마나 많은 책들을 내고 계시는지 작년에 나온 신간만도 세권이 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중에는 괜찮은 책도 있고 아닌 책도 있다던데, 다행인지 그동안 내가 읽은 얼마 안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읽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책은 그전의 추리소설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었다. 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다른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매력적인 이 책의 내용과 구성에, 이런 책이라면 정말 몇년 걸려 한 권쓰기도 힘이 들텐데, 다른 책을 짬짬이 쓰는 와중에 완성했다는게 놀랍기만 하였다. 이렇게 재미난 책을, 이렇게 감동적인 책을 말이다. 정말 그의 글솜씨는 신이 내린 솜씨일까?

 

표지 그림만큼이나 따스함을 주던 소설.

읽다보면 처음에 엇?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그 치밀한 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나 또한 책을 읽을 수 없는 와중에도 너무나 재미있어서 빠져들고야 말았던 책이기도 하였다. 아이가 아파, 옆에서 간병하느라 날을 새면서 어두운 스탠드 조명 아래서 한권을 다 읽어버린 책, 바로 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꽤나 두꺼운데, 맨 처음 책을 펼쳐들때 이걸 언제 다 읽나 하는 생각은 금새 기우임을 알게 되었다. 책을 조금만 읽다보면, 너무 짧아 아쉽다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니 말이다. 정말 사람의 마음이란 금새 이렇게 왔다갔다 뒤집히기도 하는 법인가.

 

책의 내용은 시간을 넘나드는 놀라운 이야기로 전개된다. 읽다보니 두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2년의 시간차를 두고 편지를 주고 받는 "시월애"라는 영화와 30년의 시간의 간극을 넘어 무전기로 교신을 주고 받는 영화 "동감"이 떠올랐다. 시월애는 내용만 전해 듣고 보지 못한 영화였고, 동감은 재미나게 본 영화였다. 타임머신처럼 시간을 오가는 (물론 타임머신을 타고 직접 오가는 것이 아니라, 30년의 차이를 둔 두 남녀의 이야기가 진행된다는게 흥미진진했지만) 이야기라 시간이 엇갈리는 그런 내용을 좋아하는지라 무척이나 재미나게 본 영화였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그 두 작품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남녀의 사랑이야기보다는 또 다른 그보다 더 깊이있는 사람들의 내면의 고민과 닿아있다고 해야할까. 너무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이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색다른 그런 이야기들을 총체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놀라운 단 하루의 날에 말이다. 9월 13일

 

두 편의 영화를 떠올렸다고 하면 아마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조금은 짐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폐가에 세 명의 좀도둑이 잠을 청하러 들어왔다. 그런데 그 곳에서 아주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그 곳에는 누군가 버리고 간 폐가가 분명한데, 아주 오래된 잡지에 그 곳이 고민 상담소로 아주 유명했다는 기사가 그것도 아주 오래전 기사가 실려 있는 스크랩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우유 보관함에 누군가가 와서 편지를 넣어두고 갔다. 퉁명스러운 아쓰야와 달리 잔정이 있는 두명의 좀둑 쇼타와 고헤이는 그 고민상담 편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내년에 올림픽을 앞둔 여성이 죽음을 목전에 둔 연인의 곁을 지켜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올림픽 훈련에 전념해야할지 고민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냥 넘겨도 될 내용이었지만 이 좀도둑들은 여인의 고민에 짧지만 머리를 맞대어 답변을 해주기로 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답장을 넣자마자 바로 답장이 온 것이었다. 누군가 다녀간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아이디어를 짜내 답변해준 화상통화가 되는 휴대폰으로 남친과 연락하며 훈련에 임하라 하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아니, 요즘 세상에 인터넷과 휴대폰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니. 뭔가 이상하다. 그러다 좀 소름돋게도, 그들은 깨닫고 말았다. 내년에는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 때였고,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것까지 깨달았다.

그리고 여자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취미나 노래 등으로 (대부분 유행가들을 좋아하다보니) 파악하다보니 여성이 편지를 보낸 시기가 1979년임을 알게 되었다. 자그마치 30년전의 사람과 보내는 편지 문답, 그들은 소름이 쪼옥끼쳤을수도 있지만 나미야 잡화점 안에서의 그 시간이 흐르지 않는 이상한 상황 속에서 열심히 고민 상담을 해준다.

한자도 제대로 모르고, 답변도 직설적인 20대 청년 셋이 말이다.

그러다보니 고민 상담은 다소 직설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울컥하게 만드는 공손하지 못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미래의 사람들, 그래서 그 고민 상담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상대에게는 의외로 좋은 결과, 해석으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현재의 시간으로는 딱 하루밤의 일이었으나, 과거의 날 동안에는 꽤 오랜 나날들의 일이었던 것.

그 고민을 상담해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양하였다. 꼭 세 청년의 입장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고민 상담자 상황에서도 진행이 되고,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을 시작한 나미야 씨와 그 아들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여러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와중에, 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는 고리가 발견이 되었다.

나미야 잡화점 고민 상담 외에 그들은 환광원이라는 아동 보육원 출신이거나 그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무슨 일이기에 말이 되건 안되건 그 어떤 고민이건 해결이 되는 것일까?

아이들의 천진한 질문에 대답해주던 할아버지의 답변이 어느 아이의 말못한 상황에 대한 고민을 접하자, 우유 보관함을 통해 고민과 답변을 주고 받는 비밀 형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평범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미래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일어나게 되었다. 아주 우연히 그날밤 흘러들어온 줄 알았던 좀도둑 세명, 친절하지 않아도 상대의 어려운 입장을 헤아리고 도움을 주려 했던 청년들의 이야기 자체가 놀랍게도 묘하게 연결이 된 그런 설정이었다는게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놀라운 후속 대표작이 될거라 생각한 옮긴이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었다. 나도 누가 재미난 책 한권 추천해달라하면, 추리를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이 책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거라 확신하고 추천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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