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남미편 1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소희님의 여행에세이에 대해서는 "참 괜찮다"라는 추천을 여러 군데서 들었다. 그래서 꼭 읽어보고 싶어서 소장하고 있는 책이 바로 오 소희님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였다. 한번 잡으면 금새 다 읽을 것 같았는데 책 욕심에 책장에 사서 꽂아두고 못 읽고 있는 책들이 한가득인 책 욕심보라 그래도 책꽂이에 꽂아둔것만으로도 위안삼으며 조만간 펼쳐 들겠지 하고 있었는데 그 새 오작가님은 어느덧 초등 3학년이 되어버린 아들과 중남미 여행을 마치고 한권으로도 모자라 2권의 중남미 여행에세이를 펴내었다.

 

사람들이 괜찮다, 몰리는 맛집은 정말 맛있고, 추천하는 책은 정말 재미나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책과 요리, 다양한선택과 기호가 존재하지만,그래도 대중의 선택이 옳을 때가 많았다. 역시 오소희님 책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잡자마자 정말 술술 너무나 재미나게 읽혀서 하루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도 어린아들 하나를 두고 있어서, 세돌 아들과 단둘이 떠난 터키 여행서인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라는 책에 무척 관심이 높았는데 여전히 아들 하나만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일정을 지속하고 계셨나보다. 그게 참 힘든 일일텐데. 어린 아들과는 단둘이서는 같은 대전권 안도 마음껏 못 돌아다녔던 (내가 운전면허가 없다는 핑계로) 나였는데, 아들이 만 네돌이 된 무렵부터 아주 조금씩 대전에서라도 단 둘의 외출을 다니곤 하였다. 그래봤자 고작 버스 몇정거장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의 도서관과 국립중앙과학관, 어린이 회관 정도지만, 나같은 겁쟁이 엄마에게는 참으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말도 안 통하는 외국으로의 과감한 단둘의 장기간 여행이라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엄마, 아빠 모두 여행을 너무너무 좋아해 아들 돌때부터 뉴질랜드, 세계 여러 나라를 돌다 오지도 많이 다닌 어느 아들을 둔 엄마의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사춘기가 된 아들이 엄마와의 해외여행을 이제는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남들은 참 좋겠다 부러워하고, 엄마 또한 아들과의 거리감을 없앴다 생각했는데 엄마 아빠가 생각하고 강행한 여행이 아들에게는 또래와의 벽을 만들고, 고생스러운 경험 탓에 이제는 차라리 혼자 한국에 남는게 낫겠다라 주장하게 된 어느 벽이 생긴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린 아들이지만 이제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와 좀 여행을 다녔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엄마의 한사람인지라 (가족 모두가 다니면 좋지만 아빠 직업 특성상 휴가를 잘 내지 못하는 고로, 차라리 나와 아들이 다른 식구(-친정식구라던지)들과 여행을 다녀오라 말을 듣는 편이다. 국내여행은 그렇게 다녀와봤지만 해외는 아직 그렇겐 못가봤는데, 올 여름이나 가을쯤해서 친구와 친구 아이, 나와 우리 아이 이렇게 어른 둘 아이둘이 여행을 떠날 계획인데 그래서인지 엄마의 시선에서, 엄마와 아이가 같이 여행을 다니는 이야기들에는 더욱관심이 가기 마련이었다.

 

어른들만 다니는 여행과 달리 어린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나하나만 스스로 돌보는게 아니라 가서 끊임없이 돌봐야할 존재가 있다는 것에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소희 작가님의 여행은 그런 스트레스보다 아이와의 여행을 즐기는 기쁨이 더욱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초등학생으로 자랐다고 해도 아직 어린 아이인지라, 자신이 엄마를 위한다 생각했어도 생각이었을뿐, 엄마가 아파 힘들거라는걸 크게 깨닫지 못하는 격차도 있었긴 하지만 말이다.

 

 

정말 재미나게 읽은 책. 그래서 중남미 2권을 바로 연달아 읽어야겠다 결심하게 만든 책.

집에 꽂혀있는 오소희님의 책들을 마저 읽고, 다른 여행 에세이도 찾아 읽어야겠다 결심하게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어쩜 자신이 여행한 나라의 우화나 일화 등을 이토록 자세히 알고 있나했더니, 끝없이 책을 보고 읽고 연구하며 글을 쓰는 분이었다. 여행지에서도 꾸준히 책을 읽고 아이에게 들려준다. 아이는 그야말로 체험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로 귀에 정말 쏙쏙 박히는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어디서나 쉽게 친구를 사귀는 놀라운 친화력을 과시한다. 영어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언제 어디서나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런 아이가 되어 버렸다.

 

단지 멀고,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중남미로의 여행을 감히 생각조차 못해본 나같은 소심한 엄마가 있는가 하면, 작가는 오히려 국가가 지정한 안전 여행국가 (그런 곳은 대부분 선진국 몇곳에 지나지 않을거라며)의 경계를 허물며, 도둑이 많다는 중남미에서도 자신이 더욱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 옛날 우리나라의 소매치기가 많던 버스 안 등을 떠올리며, 현지인들보다도 더욱 현지스럽게 잘 적응해나갔다.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의 여행기가 소개되었는데, 볼리비아와 브라질 편이 가장 인상 깊었다.

볼리비아의 경우,나라가 많이 가난해 그랬겠지만 너무너무 물가가 싸서 그녀와 아이가 눌러살고 싶게 만든 곳이었는데, 그렇게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세 사람중 하나는 반드시 웃는 얼굴이라는 데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피자 한 판에 1달러밖에 안하고, 오렌지를 세개나 꽉꽉 눌러짜준 천연 오렌지 주스가 300원이었다. 노점에서 최고로 비쌌던 기념품이 고작 7000원이었고 말이다.

그런가 하면 브라질은 볼리비아의 국경을 넘은 즉시 정말 살인적인 물가를 체감하게 된 극과 극 경험이라 할 수 있었다.

시골에서 갓 상경한 몰골이라 세련되게 차려입고지나가는 도시인들이 적응이 안되었지만 그래도 브라질 시골에서 사람들의 정을 느끼며 다시금 사람들에게 감동을 하게 된다.

 

사람 이야기하니까, 그녀가 길과 대중교통 수단, 그리고 숙소와 관광 패키지 체험 등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혼자서 사진 찍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담아온 독백같은 여행기가 아니라 사람내음 가득한 정말 행복한 여행기였다.

사실 아이와 단 둘이 한달 반 정도의 여행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으니 침대벌레가 나오고, 온수가 제대로 안나오는 열악한 숙소도 마다않고, 다닐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호텔 등 좋은 숙소만 고집하려면 오지로는 여행을 갈 수도 없을테고, 그 비용도 어마어마할테니 말이다. 그런 그녀가 신혼여행으로 세계 일주를 하고 있는 철과 진과 금새 친해지고는 그들 부부의 릴렉스를 위해 과감히 비싼 숙소를 잡아주기도 한다. 한치 앞을내다보기 힘들어 서로 지쳐가는그들의 일상을 그녀는 넓은 혜안으로 바라본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볼리비아에서 아마존 체험을 하는 며칠동안 만난 일행들과도 마음을 통하며 금새 가까워지기도 하였다.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같은 여행 일정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첫인상이 안좋게 찍혔지만 며칠을 같이 부데끼며 지내다보니 금새 가까워져서 모두가 JB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고, 이스라엘 군대를 갓 제대한 사회 초년병이 되기 전인 청년 두 사람 중 로이라는 사람의 특별히 다가오는 시선을느끼기도 한다. 인생을 아름답게 소화할 줄 아는 저자는 그가 아마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나보다 하고, 부드럽게 넘겼지만, 이미 임자 있는 나조차도 그녀가 묘사한 로이에 대한 이야기는 웬지 설레는 감정을 전해받게 만들었다. 

물론 리틀 남편같은 아들이란 존재의 매의 시선이 자리하고 있지만 말이다.

 

중남미 여행 에세이를 몇편 읽어봤는데 그 중 오소희님의 책이 가장 나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이분 작품을 모아볼까도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