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행복한 육아 - 아기 발달 전문가 김수연 박사, EBS 강영숙 PD의
김수연.강영숙 지음 / 지식채널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아이가 어릴 적에는 화도 정말 거의 내지 않고, 잘 참아내고 견뎠던 것 같은데, 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떼도 늘고, 말도 잘 안듣게 되자 아무래도 엄마가 화를 내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되도록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아라, 화를 내더라도 일관성 있는 자세를 유지해라, 등의 말들을 많이 들어왔는데 막상 아이 앞에 서면 어떨땐 정말 무심한듯 잘 참아내다가도 한번 폭발하듯 화를 내면 내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제어를 못하고 화를 낸 적이 몇번 있었다. 한번 화를 내기 시작하니 그 다음에도 또 그런 모습으로 너무나 무섭게 아이를 몰아세워서, 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보다 덩치도 훨씬 작고 모든 것을 내게 의존하고 믿고 사는 아이에게 지나치게 화를 내며 심지어 나가라는 말까지 하고, 내 스스로도 부끄러울 그런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러고 나서는 늘 자기 반성, 아이에게 난 참 못해준게 많은데 왜이리 화를 낼까, 사실 그 깊은 저변에는 나 스스로의 일이 잘못되었거나 다른 일로 짜증난 것을 아이에게 잘못 푼 결과가 많아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그러지 말아야지.

 

 

 

많은 육아서들이 지적하기를 엄마의 잘못, 아이가 잘못되는 것은 아이가 시기별로 뭔가를 해내야하는 "결정적 "시기를 엄마가 자꾸 놓치고, 엄마가 덜 관심을 기울이고 등등 엄마의 잘못으로 아이가 잘못되는 거란 식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다 엄마 탓이지. 책 뿐 아니라 사회, 주위의 시선 또한, 왜 지금 엄마가 이걸 놓치고 있어. 하며 모든 양육의 책임과 비난이 엄마에게 몰아세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그럼 엄마가 안하면 누가 아이를 돌봐? 이렇게 되물으면 엄마들은 또 자기반성을 하며, 그래 내 탓이야. 내가 관심을 덜 기울였고, 내가 지나치게 아이를 감싸안았고 등등.

책에서는 무조건 엄마 편만을 들지는 않는다. 엄마 마음대로 편히 마음을 먹으세요 그래야 육아가 즐겁죠. 제목만 보면 그런 내용일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다만, 육아전문가인 김수연 박사와 실제 육아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EBS에서 육아 방송인 60분 부모를 맡아 진행해온 PD가 만나 대화하는 형식으로 쓰인 이 책에는 기존의 잘못된 육아에 대한 상식과 인터넷 지식, 혹은 엄마표 교육 등에 대한 맹신등을 되돌아보고, 엄마들이 다른 슈퍼맘, 혹은 보여지기 위한 엄마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리고 반성하고, 또 그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남편과 아이에게 다시 화살을 돌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정 아이와 내 아이가 같을 수는 없다. 다수의 평균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의 견해가 아니라면, 일희일비하며 다른 사람의 교육 방식이나 양육 방식과 나를 비교하며 자책할 필요도 없다. 엄마표 책에 나온 대로 내 아이를 가르칠 수도 없을뿐더러,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우리 아이 교육에 참고하면 되는 거이고, 성향과 기질 자체가 다른 아이들의 특성을 한가지 틀, 다른 집 기준으로 굳이 끼워맞출 필요가 절대로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른 엄마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안하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것 같으니까. 불안한 군중심리에 편승해 아이들을 들들 볶는다면 아이도 행복하지 않고, 엄마도 아이의 맞지 않는 결과에 지나치게 실망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예상했던 그저 말뿐인 위로가 될 책이라 생각했던 것은 큰 착오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저 그런 뻔한 말만 늘어놓는 육아서가 아니었다.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정말 중요한 것은 내 아이를 제대로 되돌아보고 내 아이에 잘 맞는 것을 스스로 엄마가 찾아내고, 아이와 즐기는 육아를 해야함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나 스스로가 칭찬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혼자 걷는것도, 말을 하기 시작한것도 상당히 늦었으나, 인터넷 정보에 일희일비하며 아이를 닥달하지 않고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며 믿고 기다렸다는 것이다. 그냥 그런 믿음이 있었다. 내 아이인데, 내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을 것인가. 게다가 내 아이가 말과 걸음마가 느리다고 해서, 초등 교육에 뒤처질 것도 아니었고 (반대로 말을 하면 말이 빠르다고 해서 그 아이가 우등생이 되라는 법도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일찍 시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 아이이기에.. 라는 그 믿음 하나만으로 굳게 믿고 기다려주었다. 난 너를 믿는다란 강한 신념으로.

오히려 너무 믿고 있어서 친정엄마께서 우리 아이 너무 느린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셨지만, 남들처럼 병원 찾아다니고 발달 장애 판단을 받아야하는거 아닌가 (비슷한 사례 등을 찾아보면 엄마들의 덧글이 한결같이 너무 느리다 병원 가봐라 발달 장애 아니냐? 하는 식의 지나치게 섣부른, 위험한 판단들이 많았다.) 하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대학 동기 친구들 또한 똑똑한 친구들임에도 아이들이 대부분 말이 느렸고 (우리 아이와 비슷하거나 더 느릴 정도로) 친구들도 다소 느긋이 기다리는 편이었다. 딱 한명의 고등학교 동창 친구만 진짜 아이가 발달 장애 판단을 받았다며 놀이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혹시 우리 아이도 그런거 아니냐 물어서 글쎄~ 하고 난 기다려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친구네 아이가 우리 아이보다 일년이 더 위였기에)

 

그리고 아이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 통문장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고, 처음 혼자 걸은 날은 놀랍게도 바로 뛰어다닌 날이기도 하였다.

며칠전에는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하였다.

레고 블록을 만들때 엄마가 옆에 있어야한다길래, 엄마는 책을 읽고 싶다고 하니

"엄마, 그것과 마찬가지야.

할아버지가 있어야 엄마가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엄마가 옆에 있어야 레고를 만들수 있어."

댓구법을 적절히 이용해 문장을 만들었다는게 놀랍기는 하지만 똑같은 수준의 인과관계는 아닌데 갖다 붙인것이 우습기도 하였다.

 

만 네돌인 지금 아이가 구사하는 문장은 거의 성인 수준이라 놀라울 따름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 아이는 말을 훨씬 일찍 시작한 친구네 딸에 비해, 좀 더디게 시작은 하였으나 구사하는 어휘수준과 양이 훨씬 많고 다르다고 하였다. 매일 보는 엄마는 몰라도 친구가 보기에 자신의 딸은(평균적으로도 훨씬 말을 일찍 시작한) 주로 유아어, 아이들이 쓰는 쉬운 단어의 반복 사용을 하는데 반해, 우리 아이는 어른들이 쓰는 말과 단어 등을 폭넓게 구사하여 (흔히 애어른이라고 하기도 하는) 놀라운 면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36개월 미만 아이의 지능을 추정하는 단서는 아이가 얼마나 길게 말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높은 수준의 문장을 이해하는지입니다. 168p

말은 다 이해하는데 말문이 트이지 않는 아이에 대한 걱정,( 사실 우리아이에 해당되는)에 대해서도 나온다.

언어이해력과 상관없이 운동성이 떨어지는 아이들도 말이 늦게 트입니다. 172p 걸음마가 많이 늦었어도 엄마 아빠가 운동 신경이 떨어져서 그런가보다, 엄마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이해를 했고, 그러다보니 아이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이 없었다. 그리고 재미난 것은 걷는것이 늦었다고 또 악력이 떨어지는가 그건 아니었다는 것, 질적 운동력이라는게 있다는데 오른손을 안쓰고 왼손을 써서 그렇지,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놀라울 정도의 양을 그려낼정도로 심취하기도 하였다.

아이가 말이 늦을때 체크해봐야할 것은 아이의 언어이해력이다. 언어이해력이 정상이면 말이 늦게 트여도 만 5세까지는 기다려봐라. 하지만 언어 이해력에 문제가 있다면 빨리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라. 이건 꼭 기억해야되겠군요. 174p

 

자기 아이가 발달장애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다만 모든 궁금증이 생길때 선배맘이나 인터넷 카더라 통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맹신하지 말고, 되도록 걸러 볼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방송국에서 보여주는 정보, 혹은 전문가의 견해라는 것 자체에도 상술이 입혀져 있을수도 있다. 걸러본다는 것이 많이 어려운줄 알면서도 그래도 내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에 지나치게 현혹될 필요가 없음을, 짚어주는 책이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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