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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 - 삐뚤빼뚤 쓰고 그리는 나의 책
남주현 글.그림 / 토토북 / 2012년 12월
절판
아이 스스로 직접 쓰고 그리는 자신만의 책, 나는 누구?
초등학교 선생님인 동생이 이 책을 보더니, 우와, 정말 이 책 괜찮다. 이렇게 직접 쓰고 만들면, 자기 소개가 어려서부터 저절로 몸에 익을 수 있겠네. 하고 바로 분석하였던 책이었다.
아직 아이가 한글을 완전히 떼지 않아서 직접 자신의 생각을 쓰고 적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자기 자신만의 책을 갖게 해준다는 일에 엄마부터가 설레기 시작하였다.
요즘 엄마들은 태교일기서부터 시작해, 각종 육아 일기 등을 포토북 형식으로 만들어주고 (나도 아이 어릴적에는 정말 육아 일기를 거의 매일 쓰고 사진도 업데이트해 올리는 등으로 한권의 포토 다이어리를 완성했지만 이후에는 책 읽기 등에 심취해 아이 육아일기도 거의 안쓰고, 따로 책도 만들어주지 못하였다) 아이 성장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성향이 눈에 띈다.
그런데 아이 스스로, 일기와는 또다른 자신만의 기록을 담은 책을 갖게 된다면?
그것도 초등생이 아닌 유아서부터 할 수 있는 책이라면?
아이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을 좀더 일찍 시작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윽고 나는 누구다~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짜는 책인 셈이다.
겉 표지를 벗겨내면 희고 동그란 얼굴형이 나온다.
거기에 아이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으면 이 책은 자신만의 책으로 첫 발을 내딛는 셈.
이제 만 네돌인 우리 아이에게도 얼굴을 그려보라 하니, 사실 그동안 탈것 그리기에만 심취해서 사람 얼굴에는 그냥 장인공자만 쓰던 우리 아이가 (아빠의 영향이 크다. 일일이 그려주기 귀찮다며 사람 얼굴을 장인공짜로 눈코입을 축약해버리고, 몸체는 졸라맨으로 그려버리니 아이도 무조건 따라하게 되더라) 신기하게 눈코입을 그려넣었다. 엄청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이렇게 첫 발을 내딛었다는게 의의가 크지 않을까. 뭐든 아이 스스로 하게 하는 책.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한다는 것이 중요한 이 책은 첫 기록 날짜부터 완성한 날짜까지를 기록하게 되어있어서 다 자라고 난후에 봐도 의미가 깊을 것 같았다. 돌 앨범 등에 못지 않을 아이만의 손때가 묻은 첫 추억의 기록장이랄까.
여태 아이가 자라오면서 어릴적에는 참 사진도 많이 찍어주었는데 갈수록 아이 사진 찍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하루하루가 다른 아이 얼굴이기에 매일매일을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야지 하면서도 막상 실천이 왜 이리 더디고 어려운지.
확실히 아이 어릴적에 찍은 사진보다 갈수록 아이 사진이 줄고 있어 미안하였다.
게다가 디카에만 담아두고,컴퓨터에만 저장을 해서, 사진을 출력하고 인화하지 않다보니 직접 종이로 볼수없는 사진들이라 꺼내보기도 힘들고 찾기도 힘들어졌다. 이러지 말아야지 사진 정리좀 해야지. 아이 아빠가 아이 액자 사진 업데이트 해달라는게 거의 일년째인데 아직도 현상을 안하고 있는 이 게으름을 어찌할까.
책에는 아이가 직접 쓰고 그리는 것 외에도 아이 어릴적, 태어났을때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된 모습을 사진으로 매해 기록한다거나, 태어났을때의 모습을 올리고 지금의 모습을 올리는 등, 아이 스스로도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눈에 띄었다. 이런 구상을 어떻게 해냈을까 싶은 하나하나의 기록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달까. 미처 생각못했던 그 모습을 아이가 다 자란 후가 아닌 아이 어릴적부터 차근차근 해볼수있게 해준 것이 고마운 아이의 기록장이었다.
아이 태어나자마자 발도장 찍은 육아 수첩도 있지만 지금의 아이 발 크기와 손 크기를 직접 그려넣고 자신의 발과 손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리는 칸도 있어서 아이 손을 대고 엄마가 그려준 후 아이에게 손톱을 그려보라 하니 엄마 생각과 달리 손가락보다 조금 위에 올라오는 손톱을 그린다. 손톱 하면 늘 깎아주던 손톱이 생각났는지 자신의 손보다 크게 그리는 손톱이 인상적이었다.
또 아직 글을 활발히 잘 쓰지는 못하지만, 책에 나온 질문을 아이에게 구두로 질문하고 대답을 들으면서 아이의 기분 역시 헤아리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하필 아이에게 화를 낸 직후인지라 물어보기도 좀 미안했지만, 어떨때 기쁜지 어떨때 자랑스러운지등을 물어보자,
엄마가 화를 내지 않을때 기뻐요. (아, 역시. 뜨끔하여라) 칭찬해줄때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요. 하는 대답을 듣고 아이의 마음을 좀더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우리집의 구조를 살펴보고 내가 좋아하는 방과 무서워하는 곳,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끼는 곳등을 적어넣는 칸도 있었는데 아이는 실제 놀이하는 거실을 제일 좋아할 줄 알았더니, 장난감이 쌓여있는 옷방이 제일 좋단다. 또 편안하고 따뜻한 곳으로는 잠을 자는 안방을 골랐고, 무서운 곳은 다행히 집안에 없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아이와 만들어가는 포트폴리오북. 아직 아이가 어려 엄마와 차근차근 같이 해나가야하지만 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에 대해 엄마도 배워갈 수 있어서, 아이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