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 [Pai]: 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2년 11월
구판절판


태국이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내 귀에 익은 태국의 관광지들은 수도인 방콕과 휴양지인 푸켓, 파타야, 후아힌 등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빠이라는 지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늘고 있었다. 이 책 뿐 아니라 꽤 많은 책들이 세계의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로 빠이를 꼽고 있었다. 도심도 아니고, 휴양지도 아닌 그 곳의 매력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빠이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의 저자는 15세 이후 시작된 후천성 샛길 증후군의 여파로 여기저기 떠도는 삶, 여정을 즐기는 전형적인 여행 중독자이다.

장기 체류 후 이동이라는 기술을 구가하며, 한국과 다른 나라를 오가며 사는 삶을 2년주기로 하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볼까 하고 있다는 것.

장기체류를 해본 적 없이 마냥 동경만 하고, 동남아에서의 물가가 싸다는데, 관광지에서의 며칠 값비싼 일정만 소화하다 돌아오는게 내 여행의 전부이다보니, 정말 싸다는 그 물가를 제대로 실감해본 적도 없었던 터였다.



지난 겨울을 추운 한국이 아닌 따뜻한 크라비에서 보냈다는 저자의 체류비에 정말 우와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한달 방세 200달러를 포함한, 한달간의 체류비가 500달러 남짓이었고, 그나마도 체류기간동안 집필한 원고료로 충당.

낮에는 인터넷을 하거나 책을 읽고, 해질 무렵엔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고 저녁엔 여행자들과 술을 마시거나 집으로 돌아와 글을 썼어요. 153p

500달러면 현재 환율로는 53만원 정도인데, 그 정도면 보통 국내 유명한 호텔 1박값일수도 있고, 호텔 값 싸다는 방콕에서조차 2박이면 숙박료로만 낼 돈이었다. 여행을 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한 방법이 있는거로구나.



게다가 그가 선택하고 감탄한 빠이라는 곳.

이 책의 중심인 빠이라는 마을은 그가 정말 반한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심심한 시골도 아닌 지옥같은 도시같은 곳도 아닌 시골과 도시의 장점만을 합쳐놓은 곳이랄까. 정말 그런 곳이 있을까. 도시와 시골의 구분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그런 곳.

어쩌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이 제주도쯤 되려나? 또 그 느낌과는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궁금증을 한가득 안고 빠이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갔다.

빠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도시와 시골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밥과 나물이 잘 섞인 비빔밥처럼

도시와 시골이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빠이란 무엇인가요? 물어본다면,

빠이는 우리들이 찾으려다 놓쳐버린 어떤 것.

혹은 우리들이 만들려다 잃어버린 어떤 것이라고.

19p



어느 지역에 대한 이토록의 애착, 비단 이 글의 작가 한사람뿐이 아닌 빠이를 다녀간 다국적 여러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면. 나 또한 그 곳에 머물러 보고 싶어졌다.

천의 얼굴을 닮은 진정한 여인, 자신의 반쪽과 함께 천번의 신혼여행을 하겠다는 낭만파 작가.

작가는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수많은 다른 준비물보다도 충분한 시간을 준비하라고 말을 한다.

정말 하나같이 맞는 말들이다.

우리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휴가내기 어렵다는 (사실 묶여있기때문에) 가장 큰 이유로, 시간을 내기가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일때가 많다.

자유라는 것,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그 두려움이 너무나 크기에.

시간의 속박에서벗어난 여행의참맛을 느끼기가 참으로 힘이 든다.



작가는 그냥 그 속박을 벗어던지고 여행의 참맛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부러움 그 자체.

작가와 코드가 잘 맞는 빠이의 일상.

억지스럽거나 부자연스럽지 않고, 빠이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그 순간순간들.

빠이의 아름다움은 빠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나도 그 곳에 가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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