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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의 일기 ㅣ 너른세상 그림책
조수진 글.그림 / 파란자전거 / 2012년 11월
절판
여섯살 꼬마 악동 우진이의 일기예요.
아이 눈으로 쓴 일기는 정말 천진난만하고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지요. 정말 이렇게 멋진 하루를 보냈나 싶게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 속에서 그런 일이 과연 가능했을까요?
우진이의 메롱~ 하는 표정에 우리 아이 (2013년부터 딱 여섯살인)는 좀 불편한 눈치였는데, 속 내용의 재미난 과정을 보더니 이내 빠져들어 읽기 시작했네요. 정말 재미난 내용이예요.
따끔한 일침도 잊지 않구요.
다섯살, 여섯살, 개구쟁이 꼬마 아이들의 장난이 한참 진행될때죠. 우리 아이가 좀 순한편이긴 해도 그래도 참 개구지다 생각했는데 우진이에 비하니 우리 아이는 장난꾸러기 축에도 못 끼는 편이었어요.
우진이의 일기
7월 29일에는 하늘을 나는 개구리를 만들었고, 7월 31일 한여름이 분명할 날짜에 겨울이라 친구들과 눈을 만들었다네요.
음? 날짜를 못 봤으면 진짜 친구들과 나가서 재미나게 놀았나보다 했을텐데 이게 어찌 된 일이지? 하였답니다.
게다가 개들이 끄는 썰매까지 타고 있구요.
허걱. 알고보니 우진이는 어항속 개구리들을 끈에 매달아 갖고 뛰어다니는가 하면, 집에서 키우는 개 등을 타고, 쌀가루를 마구마구 뿌리며 가짜 눈을 만들었던거예요.
엄마의 기겁할 목소리도 현실엔 더해집니다.
"우진아~~~ 강아지 못살게 구지말라고했잖니!"
"아니, 방안이 이게 뭐야?!"
우진이 어머니 많이 힘드시겠어요.
아이들의 환상이란 이런 거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정말 그야말로 환상적인 세상이 아닐수 없는데, 이 세상이 사실은 현실에서 친구들(장난감과 애완동물들)을 괴롭혀 만들어진거라 생각하면, 참으로 '우진이만 즐거운'일이 아닐수 없던 거지요.
먼저 읽어본 이웃 엄마분들이 이 책 재미나다 재미나다 하시더니 정말 그렇네요.
우리 아이도 현실과 꿈의 반전이 있는 이 일기 형식의 그림 동화에 푹 빠져들었답니다.
자기보다 훨씬 개구지긴 하지만, 동갑내기 친구 일기라 더 재미있었나도 모르구요~
꼬마 괴물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한 부분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다 행복해보였지만, 현실에서는 우진이만 행복할뿐, 장롱에 갇혀있는건 동생이었고, 밖에 나와 팽개쳐있는 장난감들은 다들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의 장난감 들이었어요 당연히 표정이 좋을리도 없었구요. 실감나게 놀기 위해 장난감들을 여기저기 테이프로 붙여놓기까지 했는데 모두들 괴로웠을거예요.
그림책 속의 병정이 우진이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데, 우와 이 절묘한 장면은 마치 책 밖의 독자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아요.
우진이 같은 장난꾸러기 친구들이 봤으면 정말 뜨끔했을 장면이지요. "나..나..말이야?" 하면서요.
그러다가 결국 참다참다 폭발한 장난감과 애완동물들이 반격에 나섭니다.
우진이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 하면서 불같이 화를 낸 것이죠. 다른 아이들 같으면 금새 겁을 먹을텐데, 우리 우진이 개구진것 못지않게 겁도 없더라구요. 우진이도 반격에 나섰거든요. 그랬더니 장남감 병정들이 모두 한데 모여 우진이를 공격합니다. 이땐 좀 무서웠을거예요.
어디선가 커다란 대포를 갖고 와서 우진이를 날려버렸거든요.
우리 아이가 이 장면을 보더니 깜짝 놀랍니다. 아니, 왜 우진이를 날려보냈냐구요.
우진이가 장난감과 동물들을 너무 괴롭혀서 다들 너무너무 속상하고 아팠대, 그래서 화도 났고. 이렇게 설명해주면서, 아이가 그동안 잘 갖고 놀긴 했지만 가끔 얼굴 바꾼다고, 혹은 왜 그런지 몰라도 분해해버린 레고 피규어들을 갖고, 레고 아저씨 이렇게 자꾸 얼굴 뽑아놓으면 안돼, 알았지? 하니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어른들은 분해된 레고 피규어가 보기 싫은데 아이들은 괜찮은지 자꾸만 분해해놔서 참 보기가 그랬거든요. 아저씨도 아팠을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알겠다 합니다. 우진이 효과가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요.
꿈에서 깨어난 우진이가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를 다 세어보고 안심하고 난후, 자기가 어지럽히고 논 방에 들어가 한숨을 쉽니다.
장난감들 다 부서진건 이루말할 수 없고, 개구리들은 새장에, 화가 난 강아지는 여전히 목마에 묶여있는 상태였어요.
보통의 그림책이라면 꿈을 통해 반성한 아이가 "이젠 안 그럴께 미안하다 친구들아" 하는 것일텐데, 우진이가 과연~~ 그랬을까요?
그림책 속 아이들은 대부분 다 잘못을 금새 뉘우치거나 어른들 말씀 잘 듣는 아이가 됩니다.
그러나 현실 속 우리 개구쟁이들은 그렇게 한 두가지 일로 쉽게 변하지 않지요. 육아서와 그림책 등의 이상적인 아이들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예요. 실생활 속 아이들처럼 (물론 이렇게까지 개구지진 않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는 우리 개구쟁이 아이들의 참모습을 볼 수 있던 우진이의 일기, 그러나 그의 장난감들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끝까지 잊지 말아야할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