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토와코는 자신보다 열다섯살 연상인 진지와 동거를 하고 있었다.

헤어진지 8년이 지나도록 잊지 못하는 연인 쿠로사키를 몇년이 지나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면서, 진지가 벌어오는 돈을 쓰고, 그를 경멸하면서도 그에게 얹혀사는 삶을 벗어날 생각을 못하였다. 쿠로사키와 진지는 동갑이지만, 너무나 달라 보였다.

처음부터 호감형이었던 쿠로사키와 달리 진지는 키도 작고, 여성들이 경멸할만한 '난봉꾼 사노 진지'로 불리질 않나. 첫눈에도 추한남자라 여겨질 그런 남자였다. 그와 어떻게 토와코가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가 의문일 정도로.

 

토와코는 사노 진지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토와코에게만은 지극정성인 진지였지만, 그의 사레 들린 기침서부터, 여기저기 소변을 흘리는 것이나 모든 사물과 어울리지 않듯이 고장을 내고 다니는 거 하며,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였다. 그런 그녀 자신은 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그를 상처입히고, 긁어대면서 신기하게 얹혀사는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갑갑해왔다.

그녀가 그렇게 좋아하는 쿠로사키라는 연인이 있다면 그에게 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진지가 아무리 그녀에게 모자라보인다 하더라도 진지를 떠나 제대로 살거나.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냥 진지만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전 헤어진 연인 쿠로사키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결국 연락을 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쿠로사키의 전처로부터 그가 몇년째 실종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또 새로이 만나기 시작한 쿠로사키를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연인 미즈시마와의 밀회를 자꾸만 누군가 미행함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그토록 경멸해마지않는 진지. 그가 자꾸 그녀와 미즈시마를 미행하고, 미즈시마네 처에게도 연락을 해왔다.

쿠로사키와 미즈시마, 모두 토와코를 불륜으로 여기는 남자들이었는데..

토와코는 진지가 아닌 그들과 함께라면, 좀더 미끈하고 잘생긴 남자와 함께라면 자신도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였을거라 생각하였다.

지금처럼 밥도 하기 싫고 청소도 하기 싫고 대놓고 구박하고 멸시하는 것은 진지가 그것밖에 안되는 사람이라 당연하다 여기면서 말이다.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다보니, 그런 자신을 경멸해마지않는 친언니의 시선을 참아낼 수가 없었다.

 

참으로 숨이 갑갑해왔다.정말로.

이걸 어떻게 읽어나가야하나 싶었다.

그러다 순간의 실수로 끝부분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차례대로 읽었어야했는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 슬펐다.

그렇기에, 다시 중반부로 돌아와 생각했던 그것들이 얼마나 잔인했는가를 다시 읽으며 정말 욕지기가 나올 정도였다.

 

정말로 멍청한 사람.

아, 정말 이런게 사랑이라 말할 수 있으려나.

믿을 수가 없다.

믿을 수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모르는 철부지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싶다.

 

토와코는 그녀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을.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러리라는 것을.

 

정말 너무나 먹먹해서,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다시 돌아온 결말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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