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해피 브레드
미시마 유키코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1월
품절


그러고보니 요즘 읽은 책들이 모두 일본 작가의 책이었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다 마음에 든다는 공통점도 있고, 미시마 유키코의 해피해피 브레드를 읽고나서 츠지무라 미즈키의 열쇠 없는 꿈을 꾸다를 읽었고, 지금은 누마타 마호카루의 그녀가 그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사실 지금 읽고 있는 책-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은 아직까지는 갑갑한 기분이 드는데, 끝이 어떨지 몰라 끝까지 읽어봐야 알 것 같다.


해피해피브레드는 작고 얇은 페이퍼북인 달과 마니라는 그림동화 한 편과 200페이지 정도의 작고 예쁜 문고판 소설 한권, 그리고 월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달력(날짜가 기록되어 있지않아 언제라도 쓸수있다.)과 뒤는 무지로 채워진 소박해보이지만 무척 어여쁘고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 한권 이렇게 세권의 구성으로 되어 있는 책이다. 마치 선물세트 모음 같달까. 다 읽고 나니 너무나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한 묶음으로 선물을 보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받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기분좋을 그런 느낌.


단편처럼 흘러가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카페 마니가 있다.

그리고 별책처럼 들어있는 "달과 마니"라는 그림책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프롤로그의 누군지 몰랐던 어느 여성의 독백.

꿈길을 걷는 듯한 그 소녀는 달과 마니라는 동화책의 마니라는 소년을 첫사랑으로 삼아,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만의 마니를 찾아 방황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 마니가 없음을 깨닫고 어른이 되어버린 소녀는 거의 절망을 하고 말았다.


<이별의 구겔호프>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남성을 만나 행복한 삶을 꾸리고 싶었던 여성의 꿈이 좌절된 순간부터 시작을 한다.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남자는 나타나지 않고, 토하면서까지 절박하게 이별을 거부하고 싶었던 여성은 오키나와와 정반대인 홋카이도로 무작정 떠나버렸다. 그리고 안내센터에 자신이 한때 열망했던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떠올리며, 관광객들은 거의 없으면서 푸른 호수가 아름답고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북유럽에 온 것 같은 멋진 건물이 줄지어 서있고 숙소 사람들은 나를 혼자 있게 내버려두되 늘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그런 장소를 알려주세요. 하고 쏟아내듯 말을 하고 그런 곳이 어디있나 싶어 발걸음을 떼는데, 놀랍게도 "카페 마니"를 소개받게 되었다. 카페 마니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무뚝뚝해보이지만 카페 마니의 젊은 부부는 그렇게 속정까지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실연의 아픔으로 모든 걸 잊고,도피하고 싶었던 사이토 가오리. 그녀는 자신도 도쿄에 적응하려고 발악하는 중이었으면서 홋카이도 사람들을 여유로운 촌뜨기 취급을 하며 스스로를 높여보려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정작 찾았어야하는 사랑은?

달콤하고 화려한 팽 오 쇼콜라같은 오카다같은 남자를 좋아했지만, 자신이 비꼬고 하찮게 느꼈던 마니의 소박하고 투박한 느낌의 빵.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그 빵의 깊은 맛을 깨닫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었다.



<둘만의 포타주>는 포타주를 먹어보진 않았는데, 어째 수프 같다? 생각했었는데 정말 찾아보니 프랑스 수프를 총칭하는 말이 포타주란다. 그래서인지 해피해피 브레드를 읽으면서 날도 추운데 (홋카이도에 비할 추위는 아니었으나 요즘 정말 넘넘 춥다.) 따끈한 수프에 빵을 곁들여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인스턴트나마 수프를 끓이고, 대신 감자와 양파를 잔뜩 넣어 좀 든든하게 만든 후에, 빵을 오븐에 데워서 곁들여 먹으니 정말 속까지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해피해피 브레드처럼 갓 구운 빵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제빵을 할 수 있는 나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마트에서 사온 빵과 수프로나마 기분을 내보기도 하였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단호박 포타주를 먹고 싶었던 소녀 미쿠는 아빠와도 자꾸 엇나가고, 학교 생활에서도 자꾸만 삐뚫어져만 갔다. 그런 미쿠에게 따뜻한 음식의 온기를 다시 전해준 곳이 카페 마니였다.


<무너진 목욕탕과 캄파뉴>에서는 뜬금없이 고베 대지진으로 사랑하는 딸을 잃은 할아버지의 인터뷰가 독백 형식으로 실려있었다. 갑자기 웬 고배 이야기지? 했는데, 고베에서 목욕탕을 하던 할아버지 부부가 홋카이도 쓰키우라로 여행을 갔다가 카페 마니에 묵으면서, 그 꿈같은 며칠을 보내고, 평생 해오던 목욕탕을 접었다가 다시 마니를 계기로 열게 된 사연을 다루고 있었다.


<낙엽송처럼 너를 사랑해>는 일기 형식이다. 그러고보니 각각 단편이 다른 형식으로 쓰여진 점도 주목할만하구나.

웬지 신비로웠던 그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그 과정.



그리고 에필로그. 프롤로그와 닿아있는 그 이야기.

정말 리에씨가 손수 내린 너무나 맛있는 커피와 미즈시마씨가 소박하지만 정성으로 구운 그 맛있는 빵이 있어, 홋카이도의 혹한도 견뎌내게 해줄 것같은 카페 마니. 그 곳에 가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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