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기적 미래그림책 109
천 츠위엔 글.그림, 고정아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절판


예전에 천 츠위엔의 또다른 그림책, 아빠도 우리도를 아이에게 읽어준 적이 있었다. 그림도 내용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느낌이라 어린 아이가 크게 좋아할줄 몰랐는데 꾸준히 사랑해주고 있는 책이라, 아이가 좋아하는 풍의 작가인가 싶었다. 놀랍게도 이번에 구입한 다양한 그림책 중 우리 아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책이 이 책이기도 하였다.


책을 읽어주니, 아이는 물론이고 아빠도 무척 감동하는 눈치였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에 대해서는 여러 유명한 명작들이 있지만 가족의 사랑을 뭉클하게 느낄 수 있는 잔잔한 이런 이야기도 참 만족스러운 것 같다.


올해 유난히 힘들었던 아빠곰, 하던 일도 잘 안되고 일거리도 못 찾아 형편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엄마 곰과 아빠곰은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줄 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도 눈치로나마 엄마 아빠의 고민을 이해하는 눈치였고, 아빠와 엄마는 없는 형편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크리스마스 준비를 해준다.


엄마곰은 아기곰이 예전에 입던 옷 (이젠 작아져 못 입은)을 잘라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고, 아이들은 창문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붙여 놓았다. 이렇게도 꾸밀 수 있구나. 항상 번쩍번쩍한 크리스마스 트리장식을 사다가 하는건줄 알았는데 엄마가 헝겊으로 만든 장식은 소박하지만 더 정성스러운 멋이 있었다.

그리고 아빠곰은 나뭇가지를 주워다가 트리를 만든 후, 장식을 꾸미고, 위에 눈대신 밀가루를 뿌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마련해 놓는다.



나 어릴 적만 해도 갖고 싶은걸 다 갖고 살 수가 없었다.

물론 요즘에도 그렇긴 하지만 우리 어릴적보다 훨씬 풍족해진건 사실이다.

먹을것부터 시작해서 장난감, 그림책에 이르기까지.. 정말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이전의 우리 세대에 비해서는 조금 더 여유로워진 느낌으로 아이들에게 선물해줄 수가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욕심은 끝이 없는 눈치다.

어렵게 살아본적도 없고, 어려움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라났으니까.


크리스마스 전날 밤, 아이들은 아무 말 없이 안녕히 주무세요 라는 말만 하고 자러 간다.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보였다.

그리고 막내 아기곰은 아빠를 불러 동화를 읽어달라 한다.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를 잊지 않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아이의 마음을 몰랐던 나는, 그런 미련을 갖는 말이 아빠곰을 더 힘들게나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음날 놀랍게도 트리 아래에는 가족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적혀진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

선물은 너무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이런 선물이 있을까.

실제 이렇게 할 수 있는 아이가 있을까.

어른들을 감동시키게 만드는 이야기는 또 아닐까.



새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잃어버렸던 물건들이 마치 새것처럼 되돌아왔다.

모두에게 필요한 것들.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졌던 형곰의 연은 수리가 되어 돌아왔고, 공원 그네 옆에 두고 온 누나 곰의 잃어버린 우산도 되돌아왔고

엄마 곰이 가장 즐겨 입는 옷의 떨어진 단추도 되돌아왔다. 나뭇가지를 줍는 동안 바람에 날려 사라졌던 아빠곰의 우산까지도.

막내 아기곰이 늘 끼고 다니는 야구 장갑도 반들반들 잘 닦여서 돌아왔다.

다섯살 우리 아이, 꼬마 산타의 이야기에 크게 감동을 받은 눈치다.

화려하고 예쁜 그림이 가득한, 심지어 놀거리가 가득한 다른 책들을 놔두고 이 책만 몇번이고 계속해서 읽어달라 말을 하니 말이다.



아기곰네 가족처럼 실직의 위기까지는 아니었지만 올 한해 참 힘든 일이 많은 한해였고, 악재란 악재는 연말에 모두 몰아 오는 듯 힘든일이 참 많이도 일어났다. 그래서 아빠도 이 책의 내용에 더 코끝이 찡해했는지 모르겠다. 많이 힘들었을 아빠의 처진 어깨에 늘 웃음을 보태주는건 우리 아이의 환한 미소였다. 어제도 엄마 아빠와 놀아달라하였지만 사실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는건 아이의 환한 미소. 아이야말로 진정한 산타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연말,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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