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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아저씨와 크리스마스 ㅣ 미래그림책 42
자넷 앨버그 그림, 앨런 앨버그 글, 김상욱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12월
구판절판

평소에도 종종 아이 그림책을 사주고 있지만, 연말이 되면 유독 아이 그림책을 한 무더기씩 사주는 것을 잊지 않아요. 서점별로 얼마 이상 사면 새해 달력을 준다거나 아이들 그림책에 크레용 등의 사은품을 끼워준다거나 하는 재미를 놓치기 아쉬워서지요. 물론 그렇다고 재미없을 것 같은, 필요하지 않은 책은 사지 않아요. 꼼꼼히 찾아보고,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책들을 골라 장바구니에 채워넣는 재미가 엄마에게 있답니다.
우체부 아저씨와 크리스마스.
작년까지와 달리 올해 다섯살인 아들은 이제 크리스마스가 뭔지 확실히 각인한 느낌이었어요.
세살때던가 외할아버지께서 산타 분장을 하고 나타나셔서 아이가 놀라서 울었던 이후로 산타를 싫어하기에 아이는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갖다주신다고 해도 싫어싫어를 외쳤었는데, 작년에 네살때 받았던 한무더기의 책과 미니 장난감등의 선물이 몹시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로는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었거든요. 올해는 제법 기대하는 눈치기도 하였어요.
그래서 12월초부터 산타에 대한 책들을 읽어줘야지 해놓고,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코앞.
부랴부랴 서점에 들어가 책을 골라담는데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보니 크리스마스 관련 책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재미나게 읽어줘야지 하고서 책을 골라 담는데, 담다 보니 정말 대부분 크리스마스 책만 사고 말았지요.
그렇게 발견하게 된 책인데, 정말 서점의 리뷰 하나만 보고 고른 책이었는데, 이 책 너무 괜찮은거예요!!
원래 세권이라는 우체부 아저씨 시리즈.
우리나라에는 우체부 아저씨와 비밀편지 그리고 이 책이 나와있고 다른 한권은 아직 안 나온건지 못 찾겠어요.
이 시리즈는 영국 최고의 어린이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린 어웨이상과 커트 매쉴러상 그리고 영국 어린이책 상을 받은 작품이랍니다.
다른 상은 몰라도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이라면 정말 그림책을 고르는 엄마들이 눈여겨보는 상이 아닐 수 없지요.
수상여부를 떠나 책의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아이들의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들었어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도 참 마음에 드는데.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어느날 싱글벙글 우체부 아저씨가 다시 찾아왔어요.
아저씨가 맨처음 들른 곳은 곰 세마리네, 아니 네마리네 오두막이예요.
그리고 그 옆에는 편지 봉투의 겉봉이 보이네요. 숲속마을 곰 네마리네 오두막 아기곰에게 라고 씌여있구요
다음장을 넘겨보니.
놀랍게도진짜 봉투 모양에, 속에 진짜 카드가 들어있었어요.
엄마가 먼저 읽어보지 않고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같이 처음 봤는데 아이도 저도 깜짝 놀랐답니다.
옆에서 아이의 군함을 조립해주고 있던 아빠도 엄마가 읽은 카드 내용에 크게 웃고 말았구요.
내 푸딩 누가 먹었지?
누가 내 푸딩을 먹었어?
누가 내 푸딩을 먹은 것이야?
조용히 해요
어리석은 곰들아
아직 갖다 놓지도않았어.
금발머리와 여동생이 보낸 재미난 사연에 그만 하하 웃고 만 것이지요.
아, 그러고보니 이 책에 나온 하나하나의 사연들은 동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마치 동화의 그 후 이야기같은 느낌이랄까요?
카드 그림 하나하나도 정성스레 그려져서 눈길을 떼기 어려운 감동과 재미.
보통은 그림책에 이런 장치 하나쯤 해놓고, 서프라이즈다 해놓고 끝나기 일쑤인데..
이 책은 그렇게 매 사연들이 놀랍게 진행됩니다.
아저씨는 아빠곰이 주는 과자를 먹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빨간 모자 아가씨 집에 도착했지요.
우와 빨간모자 아가씨에게 도착한것은 너무나 재미있어 보이는 주사위 놀이였어요. 게임도 들어있네요.
크리스마스인데 군사 우편도 빠질수 없죠. 군사우편은 우리나라 번역가의 아이디어일까요? 아뭏든 재미나네요.
수컷 울새 기념병원 달빛 병실의 험프티 덤프티에게 도착한 것은?
짜잔!
바로 깨지기 쉬운 험프티 덤프티 퍼즐이었어요.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두번이나 맞춰보더라구요.
또 퍼즐 생각난다는듯이 다시 꺼내서 또 갖고 놀구요.
이후로도 와삭와삭 비스킷 상자에 사는 꼬마 생강빠에게 도착한 놀라운 편지(?가 아니고 무엇일까요?) , 아저씨가 배달하고 싶지 않았던 늑대에게 배달한 편지(?이것도 정말 재치있어요. 흐흐)
그리고 끝으로 아저씨가 너무너무 추운 밤에 도착한 곳은 바로 산타 할아버지의 작업장이었지요.
우와 어릴적부터 꿈꾸던 크리스마스의 산타 할아버지 작업장이 이런 모습일까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네요.
동심이란 제게 있어 크리스마스의 그 어느 날과 닿아있는 듯, 생각만해도 그리워지는 그런 느낌이거든요.
우체부 아저씨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전달할 수많은 아이들의 편지를 전해드린 후, 산타할아버지에게 깜짝 선물을 받았어요
우와. 재미있고 놀라운 만화경 엽서예요.
아이도 아빠도 엄마도 모두 눈을 바짝 들이대고 재미나게 보았답니다.
우체부 아저씨처럼요~
정말 이 책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입도 함박만하게 벌어지게 하는 재주가 있었어요.
단행본으로 나온 책들 중 아이들 책 웬만한건 다 보여주고 있지 않았나 하는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세상은 넓고도 좋은 책들은 무궁무진하게 많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우와, 놓치면 아쉬웠을 크리스마스의 선물, 우체부 아저씨와 크리스마스, 정말 아이와 신이 나게 즐길 책이었답니다.